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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롱베이의 모습
 하롱베이의 모습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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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에서 170㎞ 떨어진 통킹만에 자리한 하롱베이는 베트남의 아름다운 자연을 대표하는 곳이다. 베트남 북부 해안선을 따라 1553㎞에 걸쳐 1969개의 바위섬들이 있는 하롱베이는 석회암지대가 3억 년 이상 진행된 침식 작용과 해수면의 변화에 의해 생겨난 카르스트 지형이다.

하롱베이를 돌아보면 아름다운 모양을 한 섬들이 겹겹이 둘러쳐져 동양화를 보는 듯하다. 천하 제일의 풍경으로 손꼽히는 중국의 계림을 바다에 옮겨놓은 것 같다 하여 '바다의 계림'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1994년부터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지정됐으며, 2011년에는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됐다.

수상촌 주민들이 노젓는 배를 타고 하롱베이를 구경하는 일행들. 커다란 광주리 모양의 대나무 배지만 대나무 사이에 콜타르를 발라 물이 새지 않아 안전하다
 수상촌 주민들이 노젓는 배를 타고 하롱베이를 구경하는 일행들. 커다란 광주리 모양의 대나무 배지만 대나무 사이에 콜타르를 발라 물이 새지 않아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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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룡(下龍)은 '용이 하늘에서 내려왔다'는 뜻이다. 전설에 의하면 하늘에서 용이 내려와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입에서 여의주를 분출한 것이 하롱베이를 가득 메운 섬들로 변했다고 한다.

하롱베이의 아름다운 경관을 보려면 날씨를 고려해야

하롱베이는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날씨가 더울수록 청명하고 하롱베이가 아름답게 보인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5~11월이 크루즈하기 좋은 계절이다. 하지만 여름과 10월에는 태풍의 영향을 받아 비가 많이 와서 배를 타지 못할 때도 있다고 한다. 겨울(12~3월)은 날씨가 춥고 흐려서 제대로 감상하기 힘들다. 일행이 이곳을 찾은 때가 겨울철인 3월이어서 그런지 날씨가 흐려 하롱베이의 진면목을 구경하지 못해 아쉽다.

항구를 떠난 배가 10여 분쯤 달리는 동안 아름다운 섬보다 먼저 우리를 맞이한 것은 소형목선을 타고 유람선에 접근하는 장사치 배들이다. 과일과 먹을 것을 싣고 유람선 가까이 다가와 관광객들에게  재빨리 물건을 팔고 사라지는 삶의 현장을 바라보는 것도 여행의 재미다.

'어머니의 자궁'이라는 호수로 들어가는 일행들. 호수안으로 오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 동굴을 지나고 있다. 영화 '007 네버세이 네버 어게인(never say never  again)'을 촬영한 곳이다
 '어머니의 자궁'이라는 호수로 들어가는 일행들. 호수안으로 오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 동굴을 지나고 있다. 영화 '007 네버세이 네버 어게인(never say never again)'을 촬영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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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들에게 물건을 팔기 위해 어린 아들을 데리고 온 장사치 아주머니
 관광객들에게 물건을 팔기 위해 어린 아들을 데리고 온 장사치 아주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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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치들의 배가 사라지자 이윽고 그림 같은 모습을 한 섬들이 나타났다. 반달 모습의 섬들과 침식으로 단단한 부분만 남아 송이버섯처럼 생긴 섬에는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원시림들이 깎아지른 바위 사이에 붙어있다. 어떤 섬에는 침식작용으로 100여 미터의 직벽을 이룬 채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 모습의 바위들이 아슬아슬하다.

아름다운 섬들을 돌고 도는 사이에 유람선은 어느덧 수상촌 마을에 다다랐다. 한 채 값이 150만~200만 원쯤 한다는 '수상촌' 마을에 있는 집들은 사방 5미터쯤 되는 널빤지 위에 살림집을 지었다. 몇 집에는 개를 키우고 있어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지만 "저 개들은 몇 발짝이나 뛰어다닐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났다.

주민들은 주민등록이 되어 있지 않아 저녁 7시 이후에야 육지에 상륙해 잡은 고기를 팔아 생계를 유지한다. 대부분이 허름한 집이지만 그래도 깨끗한 두 채는 학교와 행정사무를 보는 곳이다. 가이드의 설명에 의하면 하롱베이 수상촌에 사는 주민은 3천여 명이며 두 곳의 학교에 80여 명의 학생이 재학하고 있다고 한다. 

수상촌에 도착한 일행은 4~5명이 한 조가 되어 대나무 배로 옮겨 타고 수상촌 주민이 노젓는 배를 타고 마을과 동굴을 구경했다. 대나무 배라고 해서 걱정했지만 커다란 광주리처럼 생긴 대나무 배는 대나무 사이에 콜타르를 칠해 물이 새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놔 안심이 됐다.

학교 근방으로 배가 지나가자 조그만 의자에서 공부하는 학생이 보인다. 일행 중에는 엄마와 함께 체험학습여행에 나선 차수현(초등 5년)학생이 있어 학교를 본 소감을 들었다.

하롱베이의 학교 모습
 하롱베이의 학교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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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5학년인 차수현(중앙)양이 체험학습을 위해 엄마와 함께 해외여행을 나섰다.
 초등학교 5학년인 차수현(중앙)양이 체험학습을 위해 엄마와 함께 해외여행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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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보니 운동장이 없어 학생들이 맘껏 뛰어 놀지 못해서 너무 불쌍했어요. 그런 힘든 상황에서도 열심히 공부하는 게 감명 깊었어요. 학교시설과 좋은 환경에서도 열심히 공부하지 않은 제 자신이 부끄러웠어요."

유람선을 타고 섬 구경을 하던 일행이 잠시 배에서 내려 찾은 작은 섬곳은 '티토프 섬'이다. 유람선 출발지인 바이짜이에서 남동쪽으로 8㎞ 떨어진 작은 섬이지만 하롱베이에서 보기 드물게 모래 해변을 간직하고 있다.

'티토프'는 세계 최초로 지구궤도를 선회한 러시아의 우주비행사로 호치민이 베트남으로 초대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붙인 이름이다. 10분 정도 걸리는 섬 정상에 오르면 하롱베이를 가득 메운 섬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다음 코스는 동굴탐험이다. 하롱베이는 석회암지대이기 때문에 곳곳에 아름다운 동굴이 있다. 동굴 입구에서 해설하던 가이드가 농담을 하자 뒤따르던 아주머니한테서 걸작인 대답이 돌아와 일행은 폭소를 터뜨렸다.

키스바위. 보는 각도에 따라 모습이 달라진다
 키스바위. 보는 각도에 따라 모습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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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속보트를 타고 즐거워하는 일행들
 쾌속보트를 타고 즐거워하는 일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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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가 좁기 때문에 기어들어가야 합니다. 머리를 조심하고 앞에서 방귀를 뀌면 뒷사람은 죽습니다. 방귀 뀌지 마세요."
"이곳이 월남이니까 이곳에서 방귀 뀌면 월남뽕이네!"

비슷비슷한 모습에 지쳐가던 일행에게 가이드가 경험담을 들려준다.

"외국여행에 남자들만 오면 가이드들이 제일 싫어합니다. 유적지나 경치를 설명하면 '됐어! 앉아!'하면서 뒤에서는 술판만 벌이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데 여자들은 가이드들이 좋아합니다. 항상 깔깔 웃어요. '뭐가 그렇게 즐거우세요?'하고 물으면 밥 안하고 빨래 안 하니까. 그리고 영감 잔소리 안 들어 좋죠."

하롱베이 관광이 끝나갈 무렵 앞자리에 앉아있는 중년의 아주머니들과 담소할 기회가 생겨 여행을 떠나온 이유를 듣고는 수긍이 갔다. 학창시절부터 친구사이인 두 아주머니는 대학생 자녀와 회사 임원인 남편을 두고 있었지만 인생에 회의감이 들어 기분전환을 하기 위해 해외여행을 나왔다.

삶에 지친 일상을 탈출하기 위해  절친한 친구와 해외여행 왔다는 중년의 아주머니들
 삶에 지친 일상을 탈출하기 위해 절친한 친구와 해외여행 왔다는 중년의 아주머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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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뒷바라지 하고 자식들 학교 보내느라 정신없이 살았습니다. 어느 날 컴퓨터 자판을 독수리 타법으로 치고 있었는데 애들한테서 '엄마는 그것도 못하느냐?'는 핀잔을 듣고 '나는 지금껏 뭐하고 살았을까?'하는 회의가 들었어요. 아이들은 키보드 위를 날아다니죠. 그래서 제일 친한 친구와 함께 힐링을 하기로 작정하고 떠나왔습니다."

하롱베이 관광을 위해 묵었던 므엉탄 관광호텔의 담당자 말에 의하면 "한 달에 3천여 명의 한국인이 묵고 간다"고 말했다. "한국인이 가장 많고 다음은 중국인, 대만인, 유럽인 순으로 호텔을 방문한다"고 했다.

함께 여행을 떠나온 일행 대부분은 자식들 결혼을 시키고 해외여행에 나선 부부와 한 가족이 나선 경우도 있었다. 빠듯한 일정에  힘들어하는 할머니도 있었지만 일상탈출로 재충전에 나선 이들을 바라보는 마음이 흐뭇해졌다.

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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