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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에서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의 지지자 수백 명에게 사형 선고가 내려졌다.

AP,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24일(한국시각) 이집트 남부의 민야지방법원은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무르시의 정치적 기반인 무슬림형제단 회원을 포함해 총 529명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이들 대다수는 지난해 8월 수도 카이로의 라바 광장에서 군·경이 무르시 지지 시위를 무력진압하는 과정에서 수백 명이 목숨을 잃자 경찰을 공격해 항의 시위를 벌이다 경찰관 살해 및 살인미수, 경찰관 습격 등의 혐의로 체포됐다.

전체 피고인 545명 가운데 16명 만이 무죄가 선고됐고, 무려 529명이 사형 판결을 받았다. 이날 법정에는 도주하거나 보석금을 내고 석방된 나머지 피고인 123명 만이 출석했다.

피고인 측 변호사는 "이집트 사법부 역사상 이런 집단 사형 선고는 처음"이라며 "지난 22일 첫 재판이 열리고 두 차례 공판 만에 선고가 내려져 제대로 변론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재판장은 지난 22일 첫 공판에서 증거자료 확인과 증인 심문 등이 필요하다며 변론 기일을 연장해 달라는 변호인의 요청을 기각한 뒤 이날 두 번째 공판 만에 대량 사형을 선고했다.

이집트 군부, 정권 잡기 위한 사전 작업?

무슬림형제단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대량 사형 선고가) 무르시 지지자에게 보내는 일종의 협박성 메시지로 보여진다"며 "항소심에서 결과가 뒤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걸었다.

또한 무슬림형제단은 "이것이 바로 군부의 쿠데타가 벌어진 후 이집트의 진짜 모습"이라며 "군부가 주도하는 과도정부는 새로운 독재정권을 세우려고 한다"고 이번 판결을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군부가 오는 6월 치러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무슬림형제단에 사전 경고를 내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군부는 최고 실세인 압델 파타 엘시시 국방장관의 대선 출마를 추진하고 있다.

이집트의 인권운동가 무함마드 자리에 변호사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판결을 통해 이집트 사법부는 정의를 실현하는 기관에서 정치적 복수를 위한 도구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오는 25일 유사한 혐의로 기소된 다른 무르시 지지자 683명에 대한 재판이 열릴 예정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태그:#이집트, #무함마드 무르시, #사형, #무슬림형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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