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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는 지난 18일 첫 영상 국무회의를 하면서 신 직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7월 '일자리 창출'을 약속한 것과도 관련이 있다. 이번 계획에 포함된 직업은 모두 40여 개인데, '사설탐정'으로 알려진 민간조사원도 그중 하나다.

특히 민간조사제도(일명 탐정법)는 십수 년 전부터 국회의원들이 발의를 해왔던 것이라 기대가 크다. 이 제도가 각종 불법의 온상인 '흥신소', '심부름센터'라는 오명과, '셜록 홈스'로 상징되는 탐정의 환상을 벗겨줄 수 있을까.

그 실마리를 얻기 위해 업계 전문가로 알려진 김종식(62)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장을 지난 19일 만났다. 그는 경찰 출신으로 30년이 넘게 정보∙분야에 몸담고 있다. 민간조사제도를 안착시키기 위해 학술활동과 더불어 여러 언론에 직접 기고도 하고 있다.

김종식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 소장
 김종식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 소장
ⓒ 고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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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내용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 정부가 민간조사원을 신 직업 육성의 일환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반가운 일이다. 이제 기존 산업으로는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한계가 있다. 가장 실효성이 있는 것이 서비스 산업인데, 민간조사원 산업은 일자리 만드는 데도 기여를 할 것이다."

- 그동안 국회의원들이 관련법을 여러 번 발의했지만 계속 엎어졌다.
"국회의원이 발의하면 일이 좀 더디게 진행되는 것 같다. 이번엔 고용노동부, 경찰, 법무부가 공조해서 진행한다니 기대를 건다."

- 민간조사원이 꼭 있어야 하는 이유가 뭔가?
"정보를 수집하고 활용하는 일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 불가피한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탐정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그 궤를 같이 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국에서는 이런 점을 인정해 1500년대 세계 최초로 탐정이라는 직업이 안착됐다. 경찰이 보편적 치안을 담당한다면, 탐정은 경찰이 커버하지 못하는 여백을 메운다."

- 자세히 말해 달라.
"경찰이 아무리 민생치안에 힘쓴다고 해도 구멍은 나게 돼 있다. 그걸 메운다는 뜻이다. 도난이나 실종 사건 같은. 특히 공소시효가 지난 미제사건들은 날이 갈수록 쌓여 가는데, 경찰이 이것만 붙들고 있을 수도 없잖은가. 또 다른 측면으로는 범죄억지력이 있을 수 있다. 동네에 탐정 하나 산다고 생각해봐라. 범죄의욕이 감소할 것 아닌가. '분위기 치안'에도 일조해 사회적으로 안정감을 줄 것이다."

- 사생활 침해 같은 부작용이 예상되는데?
"그래서 룰을 만들어 관리하자는 것이다. 일본에는 6만 명, 미국에만 20만 명 정도 탐정이 있는 것으로 추산한다. 그런데 외국에서 탐정이 사생활 침해했다는 뉴스 본 적 있나? OECD 국가 중 우리나라만 관련법이 없다. 법이 없으니 어지러운 것이다."

- 그래도 조사를 진행하다 보면, 법의 경계를 자주 넘나들 것 같은데. 기자도 경찰을 취재하다 보면 자주 맞닥뜨리는 게 피의사실공표죄니까.
"그래서 명예가 중요하다. 나는 강의할 때 이렇게 가르친다. 절대 도청, 문건 절도 같은 거 할 생각하지 마라. 탐문, 관찰, 묘사만으로 일을 진행해라. 주변에 정보는 다 있다. 자기 명예와 직업의 성격을 명심한다면 괜찮다."

- 외국 상황은 어떤가?
"일본은 허가제다. 5년 이내 폭력 전과만 없으면 누구나 관리부처에 신고해서 사무소를 개업할 수 있다. 미국은 50개 주가 주법으로 탐정을 법제화하고 있다. 제일 고객은 아무래도 변호사와 보험사이다. 그들은 증거수집 능력이 떨어져 탐정에게 기댈 수밖에 없다. 일정 부분 경찰로부터 업무를 위탁받아 처리하기도 한다."

"민간조사가 활성화되면 국익에도 도움될 것"

김종식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 소장
 김종식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 소장
ⓒ 고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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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법안 발의는 어떤 식으로 진행되고 있나?
"1999년에 하순봉 한나라당 의원 주도로 일이 추진됐지만 여러 사정으로 끝내 발의되지 못했다. 하지만 정치권 최초로 탐정제도 도입 공론화에는 성공했다는 의의가 있다. 그 뒤로도 여러 차례 발의가 됐지만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 자동폐기돼 왔다. 현재 두 가지 관련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데 새누리당 윤재옥 의원과 송영근 의원이 각각 발의한 것이다. 내용은 대동소이한데 중요한 차이가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주체의 문제. 윤 의원 안은 '민간보안산업은 법인이 아니면 할 수 없다'고 묶어두고 있는데 이는 대자본 배만 불리겠다는 것이다. 비용이 상승할 소지가 있으니까. 소중한 의뢰인의 정보를 열람하는 사람도 많아질 테고. 민간조사원 자격을 가지면 누구나 사업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업자들이 난립해 과당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관할부처의 지도, 감독, 징계로 충분히 제어할 수 있다. 또 하나는 감독청의 문제다. 경찰이 감독해야 하나, 법무부가 감독해야 하나를 두고 논란이 있는데 업무 성격상 경찰이 맞다고 본다."

- 일자리 창출이라는 면에서 전망은 어떤가?
"고용노동부는 4000명 정도를 예상하는데 부대산업까지 생각하면 1만 명은 넘지 않을까 싶다. 사무소에 적어도 5명은 둬야 할 텐데."

- 끝으로 한 말씀 부탁드린다.
"김정일이 죽었을 때, 국정원보다 삼성이 먼저 알았다지 않은가. 민간조사가 활성화되면 국익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태그:#민간조사원, #김종식, #신직업 육성, #박근혜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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