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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해피무버가 되어 겨울을 보내기 전까지 저는 마치 빈 껍데기처럼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하기만 할 뿐인 여느 취준생(취업준비생)의 모습과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중략)... 바쁜 일상에 치여 잊고 있었던 제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내가 잘 하는 것,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해피무브 글로벌 청년 봉사단의 발자취를 담은 <해피 무버스>에 실린 유수연씨의 소감 일부다. 해피무브는 현대자동차그룹 사회공헌 브랜드로, 이를 대표하는 사업인 '글로벌 청년봉사단'에 2008년부터 현재까지 대학생 6천여 명이 참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을 환경 개선, 학교 시설 개선 등 건축봉사 활동 그리고 세계문화유산 보존 활동, 문화 교류 등 문화 봉사 활동을 함께 전개하고 있다.

경쟁률은 높은 편이다. 11기 모집 당시는 1만 8천여 명의 대학생이 지원하여 23: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고 한다. 현재 현대자동차그룹은 1년에 두차례,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기간을 이용하여 각각 500여 명씩 해피무브 글로벌 청년 봉사단을 선발해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12기를 배출했다.

'합격 팁'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해피무브 초창기부터 참여해 사내에서 '해피무브 황제'로 불린다는 현대자동차그룹 사회문화팀 신재민 과장(38·남)과 2011년 여름부터 결합한 같은 팀 어호선 과장(35·남)을 17일 만났다. 많은 대학생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사업인 만큼 '해피한' 이야기부터 나올 줄 알았다. 하지만 그들은 아쉬움부터 풀어냈다. 다소 뜻밖이었다.

난다 긴다 하는 친구들만? 그런 선발 없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사회공헌 사업으로 전개하고 있는 '해피무브 글로벌 청년봉사단'. 그동안 활동을 정리해 출판한 <해피 무버스>에 담겨 있는 사진들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사회공헌 사업으로 전개하고 있는 '해피무브 글로벌 청년봉사단'. 그동안 활동을 정리해 출판한 <해피 무버스>에 담겨 있는 사진들이다
ⓒ 현대자동차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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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프로그램이고, 여타 비슷한 기업 봉사 활동 중 가장 규모가 크다보니까, 지레짐작하고 도전 안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난다 긴다 하는 친구들이 되겠지, 이런 생각으로요. 무슨 명문대학생이 아니어도 되거든요? 자신의 스펙 때문에 굳이 망설일 필요가 없어요. 실제로 선발 결과를 보면 골고루 뽑힙니다." (어호선 과장)

이를 신 과장은 "전공 불문, 지역 불문, 성적 불문"이라고 추려냈다. 어 과장은 '5수'만에 선발된 사례도 있다고 소개했다. 학기마다 지원할 수 있으니, 뜻이 있다면 지레 포기할 필요가 없다며 한 말이었다. 두 사람 모두 꾸준히 문을 두드릴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스펙 쌓기로 생각하고 올 수도 있겠지만, 자신이 예상했던 이상을 얻고 돌아간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고 했다.

무엇을 얻고 간다는 말일까. 그들은 "자신의 꿈을 이어나가는 뚝심"으로 요약했다. 신 과장은 "해피무브에 참가한 친구들은 뭐든 되는 것 같다"면서 "아무래도 뭔가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할 때 (해피무브 활동 경험이) 동력이 될 수 있다, 일단 열정이 있는 친구들이고 단체생활을 통해 극한 상황도 경험해봤으니까"라고 말했다.

해피무브 소식지에 실린 어느 학생 글처럼, 참가자들은 "온 몸으로 '없음'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한다. 물과 세제도 없고 샤워실도 없고 숟가락도 없고, '심지어' 스마트폰도 무용지물인 상황을 이겨내야 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오히려 더 내적으로 풍족한 일상을 보냈으며, 문명의 기술 없이도 충분히 재미있게 살아갈 수 있다"는 소감을 남겼다. 이렇게 함께 어려움을 견뎌 낸 학생들의 네트워크 또한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신 과장은 덧붙였다.

봉사는 경쟁이 아닌데... 진정성은 드러나기 마련

현대자동차그룹이 사회공헌 사업으로 전개하고 있는 '해피무브 글로벌 청년봉사단'. 그동안 활동을 정리해 출판한 <해피 무버스>에 담겨 있는 사진들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사회공헌 사업으로 전개하고 있는 '해피무브 글로벌 청년봉사단'. 그동안 활동을 정리해 출판한 <해피 무버스>에 담겨 있는 사진들이다
ⓒ 현대자동차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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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돈을 아름답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따를 것이다", 소설가 이외수씨의 말이다. 이는 '성공은 결과물이지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는 말과도 통한다. 인터뷰에서 두 사람이 일종의 '팁'으로 내세운 것 역시 비슷했다. 그들은 봉사 활동에 대한 진정성을 강조했다.

신 과장은 "요즘 청년들이 취업 관련 대외 활동을 많이 하다 보니까, 그런 경우 중 하나로 좀 쉽게 알고 오는 친구도 있다, 그러다 막상 열악한 현실에 부딪히면 당황하는 경우가 종종 보이더라"며 "개인 발전보다도 나눔의 정신이 중요한 만큼, 그런 마음을 갖고 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경쟁 일변도 사회의 부작용을 실감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신 과장은 봉사를 두고서도 서로 경쟁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도 가끔 접했다고 한다. 그는 "하도 경쟁을 하다 보니까... 경쟁이 몸에 배어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면접 과정까지 포함하면 신 과장이 이제까지 만난 학생 숫자는 1만 5천여 명, 어 과장도 얼추 7500여 명은 될 것이라고 했다.

"진정성은 자연스럽게 드러나기 마련이더군요. 뭐 하나라도 더 하려고 하는 친구도 있고, 소극적인 관망형 친구도 있고, 물론 '뺀질대는' 친구도 있어요. 결국 어떻게 행동하느냐로 다 드러나더라고요. 제일 보람있는 경우요? 처음에는 소극적이다가 적극적으로 변하는 경우를 볼 때, 참 대견해요. 진정성 있는 친구들이 결국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행복 나르기'로 현대자동차그룹과도 인연

현대자동차그룹이 사회공헌 사업으로 전개하고 있는 '해피무브 글로벌 청년봉사단'. 그동안 활동을 정리해 출판한 <해피 무버스>에 담겨 있는 사진들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사회공헌 사업으로 전개하고 있는 '해피무브 글로벌 청년봉사단'. 그동안 활동을 정리해 출판한 <해피 무버스>에 담겨 있는 사진들이다
ⓒ 현대자동차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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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동료로 다시 만난 경우도 있다고 한다. 신 과장은 "몸 사리지 않고 작업이면 작업, 공연이면 공연, 정말 누가 봐도 미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열심히 하는 친구가 있었다"며 "그 모습이 감동을 받을 정도였는데, 나중에 우리 회사로 들어왔더라"고 전했다. 현재 현대차 울산공장 조직문화팀에서 일하고 있다고 한다.

어 과장도 비슷한 사례를 전했다. 열심히 활동했던 친구가 그룹에 입사 지원할 때는 "선발 권한도 없고, 가산점도 없는" 현실이 때로는 아쉽다고 털어놨다. 프로그램 자체가 변질될 수 있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자꾸 눈에 밟히는 것 또한 피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 과장은 기억에 오래 남는 친구들의 공통점을 이렇게 꼽았다. "열정과 성실이 있고, 기본적으로 밝은 친구들"이었다고 했다. 신 과장도 "외부에서 우연히 해피무브 출신 청년들을 만날 때가 간혹 있다"며 "봉사 활동을 통해 자신의 꿈을 더 강화해서 졸업 후에도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일에 참여하고 있는 경우와 마주치면 그렇게 반갑고 보람이 있더라"고 전했다.

- 해피무브, 말 그대로 행복이 저절로 이쪽에서 저쪽으로 옮겨가진 않겠죠. 행복을 주려는 사람은 그래서 더 열심이어야겠다, 그런 생각이 듭니다.
신재민 : "아마 극히 일부겠지만, 기업 홍보 도구로 활용되는 데 별다른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는 학생도 있을 겁니다. 조금은 더 쉽게 봉사라는 '타이틀'을 얻고 싶다면, 그런 곳을 찾아가면 될 것 같아요. 대신 '빡세게' 하고 싶은 친구들은 해피무버가 되라, 이렇게 말하고 싶네요."

어호선 : "구슬땀을 흘린 다음에 얻는 행복이 뿌듯한 법이잖아요. 저희는 무슨 주입식으로, A부터 Z까지 봉사 활동을 가르치려 하지 않습니다. 그저 스스로 경험하고 얻어가는 거죠.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신재민 : "저희가 하는 건 일 시키는 것밖에 없어요(웃음)."

"스펙 위한 것이 아니라, 내가 왜 가야하는지를"

현대자동차그룹이 사회공헌 사업으로 전개하고 있는 '해피무브 글로벌 청년봉사단'. 그동안 활동을 정리해 출판한 <해피 무버스>에 담겨 있는 사진들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사회공헌 사업으로 전개하고 있는 '해피무브 글로벌 청년봉사단'. 그동안 활동을 정리해 출판한 <해피 무버스>에 담겨 있는 사진들이다
ⓒ 현대자동차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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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무버스>, 현대자동차그룹이 글로벌 청년 봉사단의 활동을 정리해 지난해 5월 발행한 소책자다. 이 책에는 그동안 활동을 대변하는 참가자들의 수기가 '비포 애프터' 형태로 열 편이 실려 있다. 그들의 프로필이 흥미로운 경우가 꽤 있다.

해피무브 페이스북과 블로그를 통해 웹툰을 연재했던 경험을 살려 홈플러스 사보에 일러스트를 싣고 있는 직장인이 있는가 하면, 대학을 졸업하고 마케팅 회사를 창업해 운영하면서 작은 규모에도 사회공헌 사업을 병행하는 청년 사업가도 눈에 띈다.

2008년 중국에서 요리 봉사 활동에 참가한 박세민씨의 현재 직업은 셰프다. 그는 "단순히 스펙을 쌓기 위해서라도 좋다. 그리고 좋은 스펙을 쌓기 위해서라면 꼭 해피무버가 되길 바란다"며 "분명 자기소개서 한 줄 그 이상의 가치가 넥스트 해피무버들을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아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남겼다.

2011년 에티오피아 지역 봉사 활동에 참여했다가 현재는 사회적 기업 '청년 장사꾼' 대표로 일하고 있는 김윤규씨 글 또한 해피 무브에 지원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참고할만한 경우다. 그는 "지원하는 동기부터 잘 따져 보기 바란다"며 이런 당부를 전했다.

"스펙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의 봉사가 진정성이 있는지 먼저 확인해 본 후 글을 잘 쓰고 못 쓰고를 떠나, 혹은 스펙이 있고 없고를 신경 쓰지 말고 내가 왜 가야 하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해피무브 13기 모집은 4월 말부터 이뤄질 예정이다.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만 18세 이상, 2년제 혹은 4년제 대학 재학생 또는 휴학생은 누구나 응모가 가능하다. 서류심사, 면접심사를 통해 선발한다.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해외 경험을 갖기 힘든 기초생활수급대상자, 소년소녀가장, 교통사고 유자녀, 새터민 등에는 특별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다.



태그:#해피무브, #사회공헌, #현대자동차, #스펙, #CS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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