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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 올린 글. 비데 변기, 그 많은 기능을 좀체로 모르겠다.
 페이스북에 올린 글. 비데 변기, 그 많은 기능을 좀체로 모르겠다.
ⓒ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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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에 비데 변기를 설치한 것은 꽤 오래전이다. 직원들을 위해서가 아닌 민원인들에게 편의를 제공하자는 의도겠다. 2년이 넘도록 난 그 기능에 대해 잘 몰랐다. 사용해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변기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면 쾌변, 건조, 무브 등 생소한 버튼이 보인다. 그 기능을 다 사용하려면 꽤 시간이 걸릴 듯싶다.

페이스북에 재미있는 이야기를 올리길 좋아한다. '나 잘났오'보다 '나 좀 덜 떨어졌오'로 비추어지는 것이 많은 사람들과 친밀감을 유지하는 길이란 걸 안다. 그래서인지 내 글을 기다리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틀에 박힌 듯 한 글 보다 짤막한 위트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다.

비데 사용연습 일주일만 하면 양치도 할 줄 안다

"사무실 화장실에 비데를 설치한지 오래다. 쾌변, 세정, 건조, 무브... 이게 다 뭔소린지... 한 번도 그 기능을 사용한 적이 없다. 바빠서? 노우~ 쓸 줄 몰라서... 어디 '비데학원' 그런 거 없나?"

페이스북에 올린 내용이다. 역시 반응은 뜨거웠다. 삽시간에 50여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일단 얼굴을 대고 여러 가지 눌러보세요. 경험만큼 좋은 배움은 없더군요. 입을 벌리는 센스는 옵숀이구요. 저도 일주일간 노력 끝에 이젠 양치할 때 사용하고 있어요. 신광태 님은 머리가 좋으셔서 하루면 양치기능 배우실 듯^^*"

페이스북을 통해 만난 우호창님 글에 많은 사람들은 경악했다. 의사가 직업이라는 그의 위트는 '삶의 활력소를 준다'고 말할 정도로 정평이 나 있다.

"제목은 '개가 웃을 만큼 재밌는 비데 입문기~' 혹은 '신세계 등용문 비데를 처음 써보니 ~~'ㅎㅎㅎ"

화장실 관련 기사를 올려보겠다는 말에 댓글을 남긴 사람은 제주의 홍보 전도사 조영순씨이다. 블로그에 글쓰기를 즐기는 그녀는 기사의 제목까지 지정해줬다.

"근데 앞으로 이런 사진 올릴 때는 현실감 있게 내용물도 함께 찍어 올리는 쎈수 알긋냐?"

이 녀석은 페북에서 만난 초등학교 동창생인 길명희라는 사람이다. 50을 훌쩍 넘긴 나이. 스스로 여자라는 걸 잊었는지 입이 걸기로 유명하다. 

"난 또 뭐 비데 사용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나 댓글들을 봤더니만 ㅋㅋㅋㅋ"

나와 비슷(?)하게 비데에 생소하다는 이순애 님은 비데 사용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댓글을 탐독했다고 한술 더 뜬다.

"건조 기능은 고추 말릴 때 사용하는 게 확실합니다."

Jongki Lee님의 말에 담벼락이 순간 조용해 졌다. 너무 직설적인 표현을 한 거다.

화장실에서 개구리가 폴짝폴짝

옛날 산골마을 사람들이 살던 집. 화장실은 둘맹이를 두개 올려 놓은 재래식 이었다.
 옛날 산골마을 사람들이 살던 집. 화장실은 둘맹이를 두개 올려 놓은 재래식 이었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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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시골마을 화장실은 완전 재래식이었다. 사람들은 당면한 의식주가 먼저였지 변소라고 불리던 화장실에 신경 쓸 겨룰이 없었다. '화장실과 처갓집은 멀수록 좋다'는 의식 때문이었을까. 우리 화장실은 집으로부터 200미터 정도의 거리에 있었다.

대충 송판을 세워 엉성하게 만들어 놓고 문은 가마니 조각을 걸어 놓은 것으로 충분했다. 한겨울엔 뚫어진 송판 사이로 들어오는 찬바람에 늘 볼기가 얼얼했다. 볼일을 보다가 인기척이 들리면 큰기침을 하는 것으로 노크를 대신했다.

화장실 내부구조는 더 가관이었다. 움막 한 가운데 커다란 바위를 두 개를 설치했다. 아니 바닥에 사람 가랑이 정도만큼의 간격을 두고 놓아두었다. 한쪽 옆에는 아궁이에 퍼낸 잿더미를 쌓아 두었다. 볼일을 마치면 재를 한 삽 떠서 용변에 뿌리고 그걸 뒤쪽으로 떠서 넘기는 것으로 일 처리를 마쳤다.

종이도 흔치 않았다. 어머님께서 산에서 갈잎이나 넓직한 칡 잎사귀를 뜯어다 놓으면 이것이 훌륭한 화장지 역할을 했다. 간혹 억새나 독풀이 섞여 있는 날이면, 하루 종일 엉덩이가 얼얼했다.

"자기야 나 집에 갈래. 화장실을 갔는데, 개구리가 폴짝대며 뛰어 다니고...엉엉"

집사람과 연애할 때 아무 생각 없이 집으로 데려 갔었던 게 문제였다. 집사람은 엄청난 충격을 받았는지 한동안 엉엉 울었다. 지금도 가끔 그 이야기를 꺼내면 몸서리를 친다.

당시 화장실엔 구더기가 많았다. 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그 정도가 심했다. 구더기를 먹기 위해 무당개구리들이 모여 들었다. 이곳 사람들에겐 익숙한 일이지만, 외지에서 온 사람들은 기겁하곤 했다.

건조기능이 고추 말릴 때 사용하는 것이었구나

화천군 다목리 감성마을 화장실. 요즘엔 산속에 위치한 화장실도 최신식이다.
 화천군 다목리 감성마을 화장실. 요즘엔 산속에 위치한 화장실도 최신식이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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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 우리 집 화장실을 다소 세련되게 개선했다. 커다란 드럼통을 바닥에 뭍고 송판을 두 개 걸쳐 놓은 구조였다. 개구리가 몰리는 현상은 사라졌지만, 이 또한 심각한 문제를 지녔다. 용변을 보면 그 덩어리가 아래로 떨어지며 폭포 소리가 들렸다.

이후 튕겨진 물이 여지없이 엉덩이를 적셨다. 산골 사람들은 용변을 보자마자 엉덩이를 옆으로 돌리는 노련함이 있었지만, 외지에서 온 사람들은 익숙지 않았다. 엉덩이를 책임지라며 항의하는 일도 빈번했다.  

격세지감. 요즘은 어떤가. 아름다운 화장실 경진대회 등 경쟁적으로 화장실 미화에 나선다. 산골마을 관광서도 비데를 설치를 한지 오래다. 거의 50평생을 재래식에 익숙해져서 일까. 내겐 아직 비데 사용이 낯설다. 그 많은 기능을 사용하는데 걸리는 시간도 사용하지 않는 이유일지 모르겠다.

"건조는 고추 말릴 때 사용하는 것"이라는 어느 페친 분의 말처럼 화장실에서 좀 여유를 가지고 살 필요도 있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신광태 기자는 강원도 화천군청 기획담당입니다.



태그:#화장실, #비데, #화천, #재래식 화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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