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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의 박 대통령이 규제는 "쳐부술 원수", "제거하지 않으면 우리 몸이 죽는 암덩어리"라고 비유했다는 기사를 접하며 대통령의 날선 단어가 서늘하게 남는다.

대통령 취임 1년에 맞춘 담화문이나 각종 회의에서 규제완화 기조를 강력하게 어필하는 것을 우려스럽게 지켜보고 있었지만 이렇게 섬뜩한 발언까지 겹치니, 대체 얼마만큼이나 규제완화를 생각하는 것일까, 우려스러운 마음이 배가 된다.

'규제완화'라 쓰고, '국토 난개발'이라 읽는다

설악산 케이블카를 둘러싼 논란, 자연공원법 지침 변경으로 아직도 끝나지 않고 있다.
 설악산 케이블카를 둘러싼 논란, 자연공원법 지침 변경으로 아직도 끝나지 않고 있다.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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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규제완화는 이명박 정권의 규제완화 흐름과 닮아 있다. 박근혜 정부는 손톱 밑의 가시인 규제를 확확 들어내고, '비정상의 정상화'를 추진한다며 철도·보건의료 등 공공영역을 시장에 개방하려 하고 있다.

규제개혁을 통해 일자리 창출을 하겠다며 기업의 투자환경을 규제완화로 개선하고, 이를 내수 활성화로 연결시키겠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보건·의료, 서비스, 소프트웨어, 관광, 부동산등 할 것 없이 전방위적인 규제완화가 이야기 되다 보니 세세하게 살펴봐야 하는 쟁점들도 산더미이다.

특히 국토개발, 환경 분야에서 규제완화는 국토 난개발을 불러 올 것이라 예측하는 이유는 너무 자명하다. 멀리 돌아보지 않아도 된다. 지난 5년간 이 땅 곳곳에서 벌어진 일들을 생각해보자.

22조의 혈세를 쏟아부어 강을 그리 만들어 놓으면서 경제성조차 제대로 분석하지 않은 4대강 사업의 황망함은, MB정권이 국가재정법을 개악하면서 가능했던 일이다. 나랏돈 300억 이상이 투자되는 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를 통해 경제성을 분석해야 함에도 진행되지 않았다.

지역균형발전,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야기하며 19조4000억 원을 투자한 '광역발전 30대 선도프로젝트'사업 역시 마찬가지다. 포항-영덕간 고속도로 사업은 '형님예산'이라 불리며 경제성도 없는 토목사업이라 비판받았지만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와 무관하게 건설되고 있다.

뿐만 아니다. 국립공원 케이블카 건설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고 있지 않다. 자연공원법에서 케이블카 건설에 관한 지침 하나를 바꿨을 뿐인데도 북한산, 설악산, 지리산 등 국립공원 인근의 지자체 너도 나도 케이블카를 놓겠다는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 환경부가 2012년, 2013년 경제성과 산림훼손 등을 이유로 케이블카 건설을 불허한 것은 다행이나, 강원도와 양양군은 케이블카 건설 '삼수'에 도전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전문가들과 환경단체들은 케이블카 건설에 관한 지침의 변경이 국립공원 난개발을 위협하는 사례라 평가하지만, 규제개혁위원회가 지난 2012년 발표한 이명박 정부 규제완화 성과이야기(정책자료집)는 이를 자연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 관련 규정 합리화라고 말한다.

규제는 '쳐부술 원수'가 아닌 최소한의 면역장치

골프장과 같은 관광산업, 산단, 풍력단지 등으로 대규모 산림 훼손을 막기 위해서는 규제완화가 아니라 산림규제 강화가 되어야 한다.
 골프장과 같은 관광산업, 산단, 풍력단지 등으로 대규모 산림 훼손을 막기 위해서는 규제완화가 아니라 산림규제 강화가 되어야 한다.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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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오늘(13일) 보도가 이어진다.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주거, 상업용도 변경 과정을 규제 완화 하여 그린벨트 지역에 개발여건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그동안 그린벨트 해제지역에 주택 단지를 건설할 경우 임대주택 비율을 완화하고, 개발과정에서 공원, 녹지비율을 5~10%이상 조성하게끔 했던 것도 완화한단다. 도심의 무분별한 확장을 막고 도심과 도심 사이의 완충지 역할을 했던 그린벨트 개발 계획이 모든 정권마다 끊이지 않고 발표된다.

보전산지 개발에 대한 규제도 완화하겠다는 내용이 발표되었다. 풍력발전 시설단지 조성 시 편입 가능한 산지면적을 현행 3만㎡에서 10만㎡까지 늘리겠다고 한다. 풍력발전을 위해서는 평균 6m/s 이상의 바람이 필요하다. 따라서 육상풍력은 백두대간 능선부나 그에 상응하는 표고가 높은 산지에 위치할 수밖에 없다.

보전산지에 관광단지 편입제한을 완화하고 병원, 의료부대시설 설치도 허용한다고 한다. 전국의 앞산 뒷산이 관광시설과 의료시설로 파헤쳐질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

밀양에서, 강원도 골프장에서 가로림만에서 주민동의 없는 대규모 개발 사업으로 인한 분쟁이 십년 넘게 이어져 오고 있는 상황에서 환경부는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간소화할 방법을 고민한단다.

주민의견 수렴 절차를 간소화 하고 개발 사업이 추진되면 주민들은 사업에 대한 의견을 어떻게 제시할 수 있을까. 개발사업 인허가 과정의 민주성과 투명성을 고려한다면 진정성 있는 의사소통과 협의를 위한 방편 마련이 고민되어야 하는데도 이 정부는 의견수렴 절차 간소화를 얘기 하고 있다.

우려스럽다. 대규모 주택단지를 건설하더라도 얼마큼의 공원과 녹지를 꼭 만들도록 한 것, 동네의 앞산과 뒷산만큼은 손을 못 대도록 한 것은 그곳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질을 위한 최소한의 환경복지정책이었다.

백두대간, 국립공원, 각종 보호구역을 만든 것은 대규모 개발사업 위협으로부터 생태계를 보호하고 미래세대에게 이를 물려주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였다. 지금도 이런저런 특별법과 규제완화로 보호구역은 더는 훼손될 여지가 없을 정도다.

이 정부에서 '암 덩어리', '쳐부술 원수' 소리를 듣는 처지가 된 환경복지·생태계 보호 정책들이 앞으로 어떻게 될까 진심으로 걱정스럽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배보람 기자는 녹색연합 정책팀장입니다.



태그:#규제완화, #박근혜, #녹색연합, #난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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