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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된 지 5년이 된 정치영화가 있다. 하지만 아직 관객과 만나지 못 했다. 이 영화는 언제쯤 관객과 만날 수 있을까.

법원으로부터 제한상영가등급 취소 판결을 받은 정치풍자영화 <자가당착: 시대정신과 현실참여>(이하 <자가당착>)의 극장 개봉이 또다시 연기됐다.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는 1심과 2심 법원에서 모두 제한상영 등급취소 판결을 받고도 지난 5일 소송대리인을 통해 상고장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써 <자가당착>의 상영결정은 대법원 판결 이후로 미뤄지게 됐다. 

정치풍자영화 <자가당착>포스터 정치풍자영화 <자가당착>포스터
▲ 정치풍자영화 <자가당착>포스터 정치풍자영화 <자가당착>포스터
ⓒ 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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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당착>은 몸이 불편한 포돌이 마네킹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현실과 정치를 비꼬는 풍자영화다. 이명박 정부에서 불거졌던 촛불집회, 용산참사, 4대강 사업 등도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자가당착>은 2011년 6월과 2012년 9월 두 차례 모두 제한상영가등급을 받았다. 영등위는 "잔혹한 장면이 다수 등장하고 영상의 표현 수위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현저하게 훼손하고, 국민의 정서를 손상할 우려가 높다"며 제한상영가로 분류했다. 특히 영등위는 '박근혜 대통령 마네킹'에서 피가 솟는 장면과, 여자 경찰이 지퍼를 내리자 불이 붙은 남자의 성기가 묘사된 장면이 나오는 것 등을 문제삼아 폭력성, 선정성이 지나치다고 판단했다.

<자가당착>을 만든 김선 감독은 영등위의 등급분류 결정에 불복, 2012년 11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 법원 "관객이 비판하게 하라" 

정치풍자영화 <자가당착>의 한장면 정치풍자영화 <자가당착>은 포돌이 마네킹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현실과 정치를 비꼬는 풍자영화다.
▲ 정치풍자영화 <자가당착>의 한장면 정치풍자영화 <자가당착>은 포돌이 마네킹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현실과 정치를 비꼬는 풍자영화다.
ⓒ 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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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인 서울행정법원은 2013년 6월 제한상영가등급취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제한상영가 영화는 사실상 국내개봉이 불가능한 점 ▲<자가당착>이 다수의 영상 표현기법과 여러 장르를 혼합한 실험적 작품이고 베를린영화제 등에서 공식 상영된 점 ▲영화진흥위원회가 예술영화로 인정한 점을 볼 때 영등위의 등급판정이 부당하다고 보았다. 

법원은 영화의 폭력성과 선정성에도 의문을 표시했다. "정치인의 사진이 달린 마네킹 목이 잘리는 장면을, 종이칼에 의하여 사진이 찢기고 붉은 물감이 뿜어져 나오는 방식으로 표현한 점"으로 감안할 때 "폭력의 잔혹함을 부각시켜 선정적으로 관객을 자극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또한 법원은 "대부분의 성적 묘사가 인형 신체를 통하여 이루어지는 점, 남자의 성기는 모형성기에 불과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성적 상상이나 호기심을 불필요하게 부추기고 조장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성인으로 하여금 관람하게 하고, 영화의 정치적·미학적 입장에 관하여 자유로운 비판에 맡겨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결론내렸다.

영등위의 항소로 사건은 서울고법으로 올라갔지만 결론은 달라지지 않았다. 서울고법도 지난 2월 13일 "1심 판결이 정당하다"며 영등위의 항소를 기각했다.

그런데 영등위가 또다시 상고장을 내면서 <자가당착>은 관객을 만나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일본에서는 이 영화가 2013년 6월 중학생 관람가로 개봉이 되기도 했다. 

김선 감독 "정치영화 금지하려는 처사" 영등위 비판

김선 감독은 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영등위의 상고에 대해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 감독은 "1심과 2심 법원에서 영화 등급판정이 잘못됐다는 결과가 나왔는데도, 영등위가 반성하기는커녕 또다시 상고를 하는 행위를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감독은 "여전히 시민과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면서 정치영화를 금지하려는 처사"라고 영등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감독은 "<자가당착>은 5년 전에 만들어졌는데 제한상영등급을 받고 소송을 하느라 시간이 너무 흘러서 이미 개봉시기를 놓친 상태"라며 "그래도 이 소송에서 반드시 이겨 잘못된 영화등급분류 관행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현행 등급분류제도는 영화를 전체 관람가, 12세, 15세, 18세 관람가 등급외에, 제한상영가 등급을 두고 있다. 이 중 제한상영가 등급영화는 광고나 상영에 엄격한 제한을 두고 있으며 제한상영관에서만 상영이 가능하다. 국내에 제한상영관이 한 곳도 없기 때문에 제한상영가등급 판정은 사실상 상영금지 조치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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