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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새정치연합 중앙운영위원장은 2일 국회 사랑재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6.4 지방선거 기초선거 '무공천'을 선언하며 2017년 정권교체를 위한 신당 창당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 신당 창당 합의한 김한길-안철수 "2017년 정권교체 할 것"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새정치연합 중앙운영위원장은 2일 국회 사랑재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6.4 지방선거 기초선거 '무공천'을 선언하며 2017년 정권교체를 위한 신당 창당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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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새정치연합 중앙운영위원장이 2일 지방선거 3개월 앞두고 '판'을 흔들었다.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3월 말 통합신당으로 거듭나면서 6.4 지방선거는 양자구도로 치러지게 됐다. 새누리당이 가장 우려한 '그림'이 가장 최악의 형태로 나타난 셈이다.

그동안 새누리당은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선거연대를 가장 경계했다. 무엇보다 민주당의 기초선거 정당공천 유지 조짐을 적극 비호하면서 민주당과 새정치연합 사이를 벌려놓고자 애썼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25일 "민주당이 결국 정당공천을 폐지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았다고 한다"며 "역시 경험과 경륜이 풍부한 제1야당은 말로만 새정치를 외치는 1인 정당과는 달랐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은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연대가 아니라 퇴로를 막아버리는 '통합'을 택했다. 새누리당에게는 대형 악재인 셈이다.

당장, 새누리당은 험한 말들을 쏟아냈다.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방선거 장사 목적의 전무후무한 최악의 뒷거래"라고 민주당·새정치연합의 통합신당 창당 선언을 맹비난했다.

또 그는 "김한길 대표는 안철수 포장지 한 장 값에 제1 거대야당을 팔았고 안 의원은 대권후보 한 자리 값에 잉태중인 신당을 포기했다"며 "두 사람의 밀실거래로 야권 안에서는 이제 새정치, 민주주의 이런 말을 입에 담을 수도 없게 된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혹평과 달리 통합신당이 선거에 끼칠 영향력은 부인하지 못했다. 그는 "통합신당이 출현하면 6.4 경기지사 선거나 서울시장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불리해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지방선거 유·불리는 앞으로 좀 더 두고봐야죠"라고 판단을 유보했다. 또 지방선거 전략 수정 여부에 대해서도 "지방선거기획위원회에서 여러 전략을 모색해낼 것"이라고 밝혔다.

3자 구도 굳히기 판단했는데...

그간 새누리당은 야권의 '정권심판론'에 '인물론'으로 맞섰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집권 2년 차를 맞이해서도 50%를 상회하고 있고 새누리당의 지지율 역시 민주당, 새정치연합에 비해 상당히 앞서고 있는 만큼 '정권심판론'은 미약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여기에 경쟁력 있는 인물을 투입하는 경우, 현역 프리미엄을 가진 야권후보를 꺾고 승리를 차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당 지도부가 당내 반발을 무릅쓰고 외부영입론·중진차출론을 거듭 피력했던 것도 이에 기반한 셈이다.

이 같은 판단은 새누리당만 했던 것이 아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이택수 대표는 지난달 25일 새누리당 당내 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 초청 세미나에서 "최근 한 달 동안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55~57%를 웃돌고 있고, 부정평가는 34~36% 내외를 보이고 있다"며 "현재와 같은 국정지지도 추세가 유지되면 야당의 정권심판론 효과는 미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그는 민주정책연구원 결과를 인용하면서 "박 대통령에 대한 높은 지지세가 계속되면 6.4 지방선거는 민주당이 선전했던 2010년보다 참패했던 2006년에 더 가까울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17개 광역단체장 중 대구·경북·부산·울산·경남·대전·세종 등 7곳은 새누리당 우세지역으로, 경기·제주 등 2개 지역은 새누리당 박빙우세지역으로 평가했다. 사실상 17개 광역시도 중 9개를 석권하는 야권 패배 시나리오를 예측한 것이다.

여기에서 '새누리당-민주당-새정치연합'의 3자 구도는 필승을 굳히는 카드였다. 최근 진행된 각종 여론조사만 보더라도 3자 대결로 치러지는 경우 새누리당 후보가 승리하고 양자 대결로 치러지는 경우, 야권 후보가 승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KBS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 지난달 21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시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양자대결에서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과 김황식 전 국무총리 등과 오차범위 내로 앞섰다. 그러나 새정치연합 후보까지 포함한 3자 대결시 박 시장은 새누리당 후보에게 3.4%p 차로 뒤졌다.

경기지사 선거도 마찬가지다. 야권에서는 '거물' 김상곤 경기교육감이 투입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미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김진표·원혜영 의원과 경쟁이 불가피하겠지만 김 교육감이 본선 후보로 오를 경우, 현재 출사표를 던진 새누리당 원유철·정병국 의원과 김영선 전 최고위원을 충분히 앞설 수 있다고 전망된다.

송영길 인천시장의 재선 가도에도 제3후보 등장이라는 불확실성이 제거됐다. 이는 여권 후보에게는 '빨간 불'이다. 인천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이학재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지방선거는 현역 시도지사가 잘했느냐 못했느냐를 평가하고 심판하는 선거"라며 "아무리 쇼를 해가며 민주당 지방정부의 실정을 덮으려 해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을 것"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새누리당이 오랫동안 독점했던 부산도 위태해진다. <국제신문>이 지난 10일 보도한 '2014 부산시장 여론조사'에서 양자구도로 선거를 치를 경우, 새누리당 후보인 서병수·박민식 의원과 권철현 전 주일대사 모두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이들은 3자 구도에서는 어떤 후보가 나오더라도 모두 승리했다.

특히, 무소속으로 출마를 준비 중이던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통합신당'에 합류할 가능성이 크다. 오 전 장관은 오는 3일 안철수 의원과 회동할 예정이다.

'거짓정치 대 약속정치' 프레임 깰 대안 없어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과 남경필 의원이 지난 2월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이재오 의원 출판기념회에서 만나 인사하며 스치고 있다.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과 남경필 의원이 지난 2월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이재오 의원 출판기념회에서 만나 인사하며 스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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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새누리당은 현재의 '인물론' 전략 외에 새롭게 내놓을 카드가 없다.

앞서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당의 중진차출론 전략에 대해 "이번 지방선거는 특별한 의제를 내놓을 게 없는 선거다"며 "의제가 없기 때문에 이와 무관하게 개인적으로도 높은 지지율을 확보하는 인물을 차출해 선거를 치르려는 것"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이미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은 기초선거 '무공천'을 통해 '거짓정치 대 약속정치'라는 프레임을 새롭게 제시한 상태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최근 당헌당규 개정을 통해 기초공천 유지 및 상향식 공천 확대라는 입장을 못 박아버렸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기초공천 유지 입장) 전혀 변화없다"며 "상향식 공천으로 유권자들에게 공천 돌려드리는 공천혁명을 하겠다고 했고 전국위 의결을 다 거쳤다"고 말했다.

2월 국회 처리가 무산된 기초연금법 등을 두고 야권을 '민생파탄세력'으로 규정할 수도 있지만, 이 역시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 후퇴 논란과 연계돼 '거짓정치 대 약속정치'라는 프레임에 묶일 것으로 보인다.

결국 새누리당이 택할 카드는 인물론의 강화다. 서울시장의 경우, '정몽준-이혜훈-김황식' 3파전을 키워 세몰이를 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총리는 14일 귀국, 서울시장 출마 여부를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시장의 경우, 각종 여론조사에서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황우여 당대표와 유정복 현 안전행정부 장관에 대한 압박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유 장관은 공직 사퇴 시한인 오는 6일까지 입장을 결정해야 한다.

경기지사의 경우, 남경필 의원이 주목된다. 앞서 원내대표 경선 출마 의지를 줄곧 밝혔던 남 의원은 거듭되는 당의 출마 요구에 긍정적으로 돌아서고 있다. 그는 이번 주 중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그 외에 제주지사 출마를 권유받고 있는 원희룡 전 의원도 있다.


태그:#김한길, #안철수, #윤상현, #통합, #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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