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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해밀학교 개방형 교장 공모 지원자 3명이 선정 과정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지난 2월 26일 인천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김창학 서울 수명중 교사, 노현경 인천시의회 의원, 조규호 산마을고 교사, 성국모 밝은마을 차예관 관장.
 인천 해밀학교 개방형 교장 공모 지원자 3명이 선정 과정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지난 2월 26일 인천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김창학 서울 수명중 교사, 노현경 인천시의회 의원, 조규호 산마을고 교사, 성국모 밝은마을 차예관 관장.
ⓒ 장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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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를 일으킨 교장을 전보 조치한 후 대안학교의 설립 취지대로 학교를 운영할 교장을 뽑겠다며 인천시교육청이 추진한 인천해밀학교 개방형 공모 교장 선정 과정에 대한 여러 의혹이 제기됐다.

시교육청은 공모 교장 지원자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해밀학교 현 교감을 교장으로 선정했다고 2월 24일 밝혔지만, 공모 심사 전부터 "물의를 일으켰던 당시 교감이 지원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심사 결과 발표 후에는 공모 지원자 3명이 선정 과정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인천지방법원에 '임용 정지 가처분 소송'과 '임용 처분 취소 소송'을 신청하고 기자회견까지 열어,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공모 교장 임용 정지 가처분 소송은 전국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공모 지원자 3명과 노현경 인천시의회 의원은 2월 26일 인천시청 브리핑룸에서 해밀학교 개방형 교장 공모 절차가 부당하다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공모 지원자 3명은 김창학 서울 수명중 교사, 조규호 산마을고 교사, 성국모 밝은마을 차예관 관장이다.

이들이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크게 다섯 가지다. 첫째, 교육부 지침에는 해밀학교와 시교육청 홈페이지에 자기소개서와 학교경영계획서 등 공모 교장 지원 서류를 사전에 공개하게 돼있는데, 시교육청 홈페이지에만 기재했다는 것이다.

둘째, 교육부 지침에는 '개방형 공모 학교로 신규 지정된 학교의 현직 교장이 같은 학교 공모 교장으로 지원하는 경우는 허용하되, 교육감이 해당 학교의 특수성을 고려해 특별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한해 허용'하게 돼있는데, 특별한 제한을 두지 않아 해밀학교 재직 교원 누구나 지원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공모 지원자 3명은 이에 대해 "인천에서 불과 6개월 전에 교장 공모를 진행한 인천전자마이스터고는 재직 교원이 지원하지 못하게 해놓고, 해밀학교는 지원 가능하게 했다는 것이 납득하기 어렵다"며 "이런 식이면 물의를 일으킨 교장도 지원이 가능했다. 해당 학교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재직 교원이 지원하면 다른 지원자들보다 훨씬 유리한 것 아닌가. 공정하지 못하다"고 설명했다.

셋째, 2013년 12월 28일부터 2014년 1월 3일까지 1주일간 공모 지원 서류를 받았는데, 토ㆍ일요일과 공휴일을 빼면 실제로는 4일밖에 안 되는 짧은 기간이라 학교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재직 교원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조규호ㆍ성국모 교사는 학교경영계획서를 7~8쪽밖에 제출하지 못했다. 반면 공모 교장에 선정된 해밀학교 교감은 20쪽을 제출했다.

공모 지원자 3명은 "100m 달리기를 하는데, 50m 앞에서 먼저 출발하라고 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출발부터 불공정한 시합이었다"고 주장했다.

넷째, 교육부 지침에는 교장 공모 시 먼저 학교운영위원회가 1차 공모 교장 심사위원회를 열고, 교육청이 2차 심사위원회를 열게 돼있는데, 교육청 심사만 실시했다는 것이다. 신설 학교일 경우에만 교육청이 1회 심사할 수 있는데, 해밀학교는 신설 학교가 아니다.

공모 지원자 3명은 "학운위에서 1차 심사위원회를 하라는 것은 학교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라는 것인데, 이를 하지 않은 것"이라며 "해밀학교는 학운위가 없지만 학운위 기능을 하는 대안교육운영위가 있어 학교구성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절차상 하자"라고 주장했다.

다섯째, 교육부 지침상 '심사위원은 전문성을 가진 자를 위촉하고 외부 인사를 50% 이상으로 구성'해야 하는데 내부 위원 2명과 외부 위원 4명 등 6명으로 구성한 것이다. 구성상으로 보면 문제는 없어 보이나, 다른 시ㆍ도가 심사위원을 보통 7명으로 구성하는 것과 달리 짝수인 6명으로 구성했고, 외부 위원에 다른 시ㆍ도 공모 교장과 해밀학교 학부모도 아닌 인천지역 다른 학교 학부모가 포함돼있어, 공모 지원자 3명은 불합리한 심사위원 구성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무 지원자 3명은 "절차적 위법과 내용적 위법으로 지원 자격이 될 수 없는 자에게 지원 자격을 부여한 것은 현저하게 불공평한 심사 결과를 초래했다"며 "개방형 공모제 취지와 형평성을 되살리려면 임용 제청을 철회하고 공정하게 재심사해야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교원정책과는 ▲해밀학교는 1차 심사주관 기관이 아니라 시교육청 (홈페이지)에만 (지원 서류를) 탑재했고 ▲재직 교원 지원 허용 여부는 교육감 자체 권한이며 ▲해밀학교 학칙으로 운영되는 대안교육운영위는 학운위를 대신할 수 없어 1차 심사를 하지 않았고 ▲심사위원은 고도의 전문적 식견과 학식 등을 겸비한 자로, 심사과정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또한 절차에 따라 공모 교장 심사위에서 추천한 적격자를 임용 제청하는 등, 절차나 방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임용 제청을 철회하거나 재심사할 의사가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해밀학교는 학교 부적응 등으로 학업을 중단한 인천지역 중ㆍ고등학생들을 치유하겠다며 시교육청이 설립해 2012년 3월 개교한 인천지역 첫 공립 대안학교다.

지난해 9월 수탁교육 학생들에게 서약서 작성을 강요한 뒤 적응교육기간에 학생 47명을 탈락(=수탁 해지)시키고, 교장이 학생들에게 폭력과 막말을 행사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는 등, 물의를 일으켰다.

이로 인해 시교육청은 특별 감사를 벌여 대안학교 위탁교육 운영 부적정, 학생 생활지도 부적정, 공무원 품위 유지 의무 소홀 등 다섯 가지 사유로 교장을 경징계, 교감을 주의 처분했다.

"일관성 없고 공정하지도 못한 인천시교육청"
[인터뷰] 김창학(서울 수명중 교사) 해밀학교 공모 교장 지원자
김창학 서울 수명중 교사
 김창학 서울 수명중 교사
ⓒ 장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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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교육청이 대안학교나 학교 부적응 학생을 캐어(care: 돌봄)하는 데는 전국에서 최고의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해밀학교에 지원했는데, 일관성 없고 공정하지도 못한 인천시교육청을 보면서 정말 많이 실망했습니다.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내정해둔 사람을 뽑았다는 의혹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2월 28일 <시사인천> 사무실에서 해밀학교 개방형 교장 공모에 지원했던 김창학 서울 수명중학교 교사를 만났다. 그는 만나자 마자 큰 실망감을 드러냈다. 특히 '지원자 5명이 낸 서류가 170쪽에 가까운데, 심사위원들이 80분 동안 이 서류들을 제대로 읽어 볼 수 있겠는가?'라며 서류 심사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심층 심사과정에서도 문제가 있었다고 했다. 학교경영계획서 발표 15분, 질의ㆍ응답 10분, 심층면접 15분을 합해 총45분 동안 진행했는데, 개별적으로 궁금한 사항에 대한 질문을 하는 심사위원이 아무도 없었다는 것이다.

김 교사는 "해밀학교가 전에 그런 심각한 문제가 있었는데, '앞으로 학교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최소한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그런데 아무도 질문하지 않았고, 다른 지원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지원자 중 한 명은 질문 좀 해달라고까지 얘기했는데도, 아무도 하지 않았다. 메모하는 심사위원도 없었고, 대부분 팔짱만 끼고 있었던 같다"고 말했다.

그는 끝으로 이렇게 말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소송도 걸고 기자회견까지 하는 것은 부끄럽고 일탈된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나섰습니다. 공모 심사에서 탈락해 한풀이 차원으로 나서거나 교장 자리가 탐나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우리 세 명 중 한 명이라도 이런 모습이 나타나면 모두 중단하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잘못된 것을 바로 잡고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어야한다는 마음으로 나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http://isisa.net)에도 실렸습니다.



태그:#해밀학교, #교장 공모, #임용 정지 가처분, #대안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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