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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리 송전탑 건설현장 입구에 세워진 장승.
 1일 오후 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리 송전탑 건설현장 입구에 세워진 장승.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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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신명이시어 여기 삼평리는 태곳적부터 있어왔던 곳입니다. 외세와 싸울때도 이 땅은 자리를 지켰나이다. 기미년 3월 일제에 맞서 자주독립을 외칠 때 이 땅도 선조들을 응원했나이다. 전쟁의 몸살을 앓을 때 이 땅도 백성과 함께 앓았나이다. 하늘이시여 여기 삼평리 할매들이 계시나이다..."

345kV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는 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1리에 마을의 평화와 탈핵을 기원하는 장승이 들어섰다.

마을을 지키는 삼평리 주민들과 송전탑을 반대하는 대구와 경북지역 주민, 송전탑을 반대하는 밀양 주민 등 150여 명은 1일 오후 삼평리 버스정류장 앞에 모여 길놀이를 한 뒤 장승을 메고 500여m 떨어진 송전탑 건설현장 입구까지 행진했다.

이들은 길놀이패의 장단에 맞춰 노래를 부르며 흥을 돋우기도 하고 탈핵, 탈송전탑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엄마의 어깨 위에 올라탄 소녀는 소구를 치며 신 나 했다. 송전탑 공사현장 입구에 마련된 '삼평리 평화공원'까지 행진한 이들은 송전탑 건설현장까지 길놀이를 했다.

이어 막걸리와 떡을 놓고 평화와 송전탑 건설이 되지 않도록 도와달라는 제를 올린 뒤 다시 내려와 장승맞이 굿풀이를 진행했다. 삼평리 할매들은 장승의 머리에 청색과 홍색의 천을 묶어 장승의 기운을 북돋웠다.

1일 오후 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리 주민들과 시민단체 회원 등이 장승을 들고 거리를 걷고 있다.
 1일 오후 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리 주민들과 시민단체 회원 등이 장승을 들고 거리를 걷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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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리에서 송전탑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장승을 들고 길놀이를 하는 가운데 엄마의 어깨위에 무등을 탄 어린아이가 북을 치고 있다.
 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리에서 송전탑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장승을 들고 길놀이를 하는 가운데 엄마의 어깨위에 무등을 탄 어린아이가 북을 치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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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리 345kv 송전탑을 반대하는 주만들과 시민단체 회원 등이 송전탑이 들어설 예정인 마을 앞산위를 둘러보기 위해 올라오고 있다.
 1일 오후 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리 345kv 송전탑을 반대하는 주만들과 시민단체 회원 등이 송전탑이 들어설 예정인 마을 앞산위를 둘러보기 위해 올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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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창욱 삼평리 대책위원장은 기원문을 통해 "젊은이들이 어떻게 권력과 맞서 싸울 수 있겠느냐며 살살 뒷걸음질 칠 때 맨손으로 맨몸으로 한걸음씩 전진한 당신의 딸들이, 세상에서 가장 연약한 몸들이 나섰다"며 "조상들이 후손들에게 이 땅을 고이 물려주었던 것처럼 할매들이 고이 지키고자 한다"고 말했다.

송전탑이 세워지자 주민들은 술잔을 올리고 송전탑 대신 평화로운 마을이 되도록 기원했다. 주민 배성우씨는 축문을 통해 "마을앞 관통을 막기 위하여 마을 주민과 할머니들이 철야를 가리지 않고 결사적으로 집을 비우고 들판에서 생사 결투를 하고 계신다"며 "저희들을 이끌어주신 천지신령의 너그러우신 보살핌 덕분으로 장승제를 모시게 되었으니 안전과 평화를 지켜달라"고 주문했다.

밀양에서 송전탑을 반대하며 싸우고 있는 이남우씨와 일행들도 '장승의 외침'이라는 기원문을 통해 "청도 군민들은 나라가 가나했던 시절 근면·자주·협동의 정신으로 뭉쳐서 가난을 몰아내고 경제부흥을 이룩한 위대한 주인공들"이라며 "자연과 사람, 사람과 사람이 서로 상생해야 한다"고 말했다.

1일 오후 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리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평화고원에서 장승을 세우고 있다.
 1일 오후 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리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평화고원에서 장승을 세우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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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리 송전탑 건설현장 입구 마을 평화공원에 만장이 내걸렸다.
 1일 오후 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리 송전탑 건설현장 입구 마을 평화공원에 만장이 내걸렸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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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리 마을 주민들이 송전탑 공사장 입구 마을 평화공운에 장승을 세운 후 평화를 기원하는 절을 올리고 있다.
 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리 마을 주민들이 송전탑 공사장 입구 마을 평화공운에 장승을 세운 후 평화를 기원하는 절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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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리 송전탑 공사장 입구에 평화를 기원하는 장승을 세운 뒤 주민 배성우씨가 축문을 읽고 있다.
 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리 송전탑 공사장 입구에 평화를 기원하는 장승을 세운 뒤 주민 배성우씨가 축문을 읽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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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을 세운 후에는 공연이 이어지고 음식과 술을 나누었다. 아이들은 떡을 나누고 공사장 입구의 논에 들어가 놀기도 했다. 주민들은 며칠전 세워진 '공사장 출입을 방해할 때에는 하루 20만 원을 한전에 지급해야 한다'는 표지판에 아랑곳하지 않고 송전탑 건설을 막기 위해 싸울 것을 결의했다.

장승세우기 행사는 어스름한 저녁이 될 때까지 축제로 이어졌다.

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리 송전탑 공사현장 입구인 마을 평화공원에서 1일 오후 장승을 세우고 문화공연을 가졌다.
 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리 송전탑 공사현장 입구인 마을 평화공원에서 1일 오후 장승을 세우고 문화공연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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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리에서 1일 오후 열린 장승굿 '사람이 하늘이다' 공연 모습.
 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리에서 1일 오후 열린 장승굿 '사람이 하늘이다' 공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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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삼평리 송전탑, #장승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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