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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언니 오늘 한 번도 안 쉬고 돌았지?"
"응 마지막인지 모르고 한 번 쉬려고 했는데 1번 언니가 마지막 한 바퀴 남았다고 해서 죽기 살기로 돌았어."
"중간에서 안돌고 끝까지 가서 턴했지?"
"그럼 그래야지."
"언니 정말 대단한데, 난 너무 힘들어서 2~3번은 중간에서 돌았는데..."

지난 2월 28일은 수영강습이 있는 날이었다. 강사가 길이 25m를 왕복 10바퀴(합 500m)를 돌라고 했다. 우리 라인은 나이든 사람들이 많으니 조금 줄여 7~8바퀴로 해달라고 했지만 안 된다고 했다. 하여 할 수 없이 돌기 시작했다.

앞에 선 언니들 평균나이는 75세이고 수영경력은 10~20년이 된 사람들이다. 최고령의 연세는 85세이다. 평소에도 그 언니들은 젊은 우리들보다 지치지도 않고 잘하신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우리들은 "우리도 저 나이 되면 저럴 수 있겠지" 하며 희망을 가져보기도 했다.

"언니 힘들면 쉬었다 가" 유혹하는 소리를 지나...

나도 5~6바퀴까지는 힘들이지 않고 쫓아갈 수 있다. 하지만 7바퀴가 넘어가면서 나도 조금씩 지쳐가기 시작했고 다른 친구들은 벌써부터 한두 번 쉬고 있었다.

내가 숨을 헉헉거리고 턴을 하려고 하면 "언니 힘들면 쉬었다가 가. 난 벌써 몇 번째 쉬는지 몰라"하는 소리가 나를 유혹했다.

하지만 10바퀴는 언젠가 넘어야 할 선이라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은 최고 많이 돈 것이 7~8바퀴 정도였다. 8바퀴를 도는데 나도 모르게 몸에 힘이 들어갔고 입에서 침이 절로 흘러 내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동안은 몸에 힘을 빼 가볍게 돌아 버겁지 않았던 것이다. 몸에 있던 근본적인 에너지가 빠지면서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고 있었다.

수영을 처음 배우면서 강사나 수영고수한테 어렵지 않게 들었던 말은 몸에서 힘을 빼라는 말이었다. 몸에서 원천적인 에너지는 가지고 있으되 수영을 할 때에는 힘을 빼라는 말이 도대체가 무슨 말인지 어려웠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몸에서 절로 힘이 빠지면서 수영을 즐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 바로 이런 기분이구나'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물에 몸을 맡기고 내 몸이 물을 타는 것이라는 것을.

3년이 되어가는 어느 날... 몸에서 힘 빠진 걸 느껴

요즘 내가 수영하는 것을 본 친구들도 한마디씩 한다. "이 언니 언제부터인가 수영이 확 늘었더라고". 나는 "그래 접영이 늘었다는 것을 나도 느껴"했다. 그러자 "아니야 언니 접영 뿐 아니라 다른 것도 다 늘었어. 자연스럽고 아주 편안해보여. 왜지? 우리 모르게 개인레슨이라도 받나?"한다.

"자유 수영 와서 연습한 것도 있겠지만 몸에서 힘이 빠져서일 거야." 그러자 "몸에서 힘을 빼라는데 도대체 어떻게 해야 힘이 빠지는데"하며 묻는다.

"그러게 아직 그걸 가르쳐 줄 정도는 아니지만 내 몸을 자연스럽게 물에 맡기면 힘이 빠지는 것을 어느 순간 알게 되었더라고."

그러자 "그럼 힘빼고 다시 한 번 해봐" 하며 웃는다. 수영한 지 2년 되었을 때에도 난 수영이 잘 되지 않았다. 그때 누군가가 "몸에서 힘이 빠지려면 적어도 3년은 걸려요" 했던 말이 생각났다. 경험자들의 말이 정말 맞았다. 50일 정도 있으면 수영한 지 3년이 된다.

2년 동안 자유수영도 거의 거르지 않고 해도 잘 되지 않았을 때 그 말을 듣고 '그래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1년만 더 열심히 해보자'했고 다시 1년이 흘렀다. 과연 3년이 되어가니 물에 내 몸을 자연스럽게 맡기게 되었고, 저절로 힘이 빠지면서 수영을 하니 예전보다 한결 힘이 들지 않았다.

강습이 끝나고 조금 더 연습을 할 때였다. 마지막으로 접영을 하고 샤워장으로 가려고 했었다. 그때 중급반인 친구가 "접영 다시 한 번 해보세요. 팔이 하나도 굽어지지 않고 숨도 안 쉬고 잘 하세요, 힘이 하나도 안 들어 보여요, 어떻게 하면 그렇게 할 수 있어요?"하며 묻는다.

접영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설명해줄 수 있었다. 나 역시 접영이 잘 되지 않아 고수들한테 조언도 자주 물었고  무척 많이 연습을 했기 때문이다. 낙수한방울이 바위를 뚫는다고 했던가. 오늘은 잘 되지 않았지만 오늘보다 조금 더 나은 내일을 기대했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그동안 내 삶에서는 내 자신이 알게 모르게  얼마나 많은 힘이 들어갔었을까?  잠시 생각이 들었다. 삶 역시 힘을 빼고 산다면 그다지 팍팍하지만은 않을 거란 생각도 들었다. 벌써부터 다음 강습시간이 기다려진다.


태그:#힘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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