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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삼릉누리길
 서삼릉누리길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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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삼릉누리길은 원당역에서 출발해 수역이 마을을 지나 천일약수터(예전 솔개약수터)를 거쳐 삼송역까지 이르는 길로 전체 길이는 8.28km다. 지난 19일, 한북누리길을 걸은 뒤 삼송역에서부터 서삼릉누리길을 이어 걸었다.

[고양힐링누리길①] 한북누리길을 걷다

삼송역에서 걷기 시작하니 고양종합고등학교 앞을 지난다. 고양종고 정문에서 교정으로 들어가는 길에는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두 줄로 멋지게 서 있다. 일산호수공원에도 메타세쿼이아가 많지만 고양종고처럼 도열하듯이 서 있지는 않다. 이 앞을 지나면 꼭 한 번은 기웃거려 보길 권한다. 여름에는 더 멋있다.

고양시의 삼송동은 소나무 세 그루를 의미한단다. 지금 천일약수터의 예전 이름은 솔개약수터였다. 솔개, 하면 하늘을 빙빙 돌면서 병아리를 채갈 준비를 한다는 솔개를 연상하지만 그 솔개가 아니다. 소나무가 많은 고개, 솔고개가 솔개로 바뀌었단다. 정동일 고양시 문화재전문위원의 말이다.

솔개약수터의 이름이 천일약수터로 바뀐 게 그런 의미에서 아쉽다. 옛 흔적은 이렇게 소리 없이 사라지면서 흔적조차 남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산에서 창릉천에 놀러온 거북이, 돌이 되다

거북바위
 거북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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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으로 들어서다 숲에서 내려오는 어린아이들을 만났다.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몰고 숲에 놀러 갔던 모양이다.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소리가 황량한 겨울숲으로 퍼져 나간다. 아이들이 입고 있는 울긋불긋한 색채의 옷이 숲을 환하게 되살아나게 한다.

숫돌고개를 지난다. 1593년 1월, 임진왜란 당시 이여송이 이끌던 명나라 군사와 일본군이 이 고개에서 전투를 치렀다는 전설이 서려 있는 곳이다. 일본군을 만만하게 봤던 이여송은 전투에서 패했고, 훗날 복수를 다짐하면서 숫돌고개의 큰 바위에 칼을 갈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거북바위 앞에는 표지판이 세워졌다. 거북바위는 솔직히 자세히 들여다봐야 거북이 모양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바위다. 여기에도 전설은 깃들어 있다. 북한산에서 살던 거북이가 창릉천으로 물놀이를 왔단다. 거북이가 산에 살면 되나, 물에서 살아야지. 창릉천에서 놀던 거북이는 어찌된 연유로 산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바위가 됐다. 흙속에 파묻힌 거북이 다리가 드러나면 창릉천이 마른다는 전설이 있다는데 진짜일까?

길은 황량한 겨울 숲으로 구불거리면서 이어진다. 먼발치에서 앞으로 걸을 길을 내다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뛴다. 길이 나를 은근하게 부르는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히기 때문이다. 은은한 나무 향이 흐르는 숲길. 나도 모르게 걸음을 재촉한다. 걸음이 빨라지는 것이다. 함께 걷는 안보선 팀장이 뭘 그리 서두르느냐고 핀잔이다. 천천히 걷잔다.

숲에서 누군가 나를 부르는 것 같다고 말하면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려나?

서삼릉누리길에서 만난 항아리들.
 서삼릉누리길에서 만난 항아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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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개토대왕비를 실물 크기로 제작, 전시한 대형 음식점 앞을 지난다. 한쪽에 항아리가 잔뜩 놓여 있다. 나 어릴 적만 해도 간장이며 고추장, 된장이 담긴 항아리가 장독대 위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는데, 이제는 보기 어려운 풍경이 되었다. 볕 좋은 날이면 "항아리 뚜껑 열어라" 하던 어머니의 목소리 역시 추억 속으로 사라졌다.

우리 다음 세대는 아마도 고추장이나 된장은 당연히 공장에서 대량생산 되는 것이라고 여기게 되지나 않을까. 어린 시절 장을 담그는 어머니 곁에 쪼그리고 앉아 구경을 하곤 했는데 말이다.

허브랜드 앞을 지나 한참을 걸으니 버섯농장 전시판매장이 나온다. 구경을 하려니 문이 잠겨 있다. 살짝 안을 기웃거리다가 걸음을 재촉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버섯재배농장 앞에 다다랐다. 온 김에 구경이나 하고 가자면서 우리는 안으로 들어갔다. 표고버섯을 재배하는 농장의 규모는 엄청나게 컸다. 쥔장이나 일꾼은 보이지 않았고, 우리 일행은 거대한 버섯재배 온실 안을 들여다봤다.

우와, 엇갈리게 세운 나무들이 끝이 보이지 않는다. 나무마다 동그란 점들이 콕콕 찍혀 있다. 사람의 손길이 닿은 흔적이 역력한 나무들. 표고버섯은 저렇게 세상에 태어나는구나. 혼자 걸으면 기웃거릴 엄두가 나지 않는 곳을 일행과 같이 걸으니 볼 수 있어서 좋다.

세계문화유산, 서삼릉... 산책하듯 둘러보기 좋은 곳

서삼릉누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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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슬슬 다리가 묵지근해지기 시작한다. 오랜만에 걸어서 그럴 것이다. 한 번 걸었다 하면 20km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게 걸었는데 10km 조금 넘게 걸었다고 다리가 묵지근해지다니, 더 자주 많이 걸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농협대학 앞을 지나 서삼릉으로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서삼릉에 한 번도 가지 않았다면 누리길 코스에서 벗어나 가보는 것도 좋다. 서삼릉에는 3개의 능이 있다. 희릉(禧陵)과 효릉(孝陵), 예릉(睿陵)이 그것인데, 희릉은 중종의 계비 장경왕후가 있으며, 효릉은 인종과 인성왕후의 능이다. 예릉에는 철종과 철인왕후가 묻혀 있다. 그뿐만 아니라 서삼릉 한쪽에는 임금들과 왕후, 왕자들의 태가 묻힌 태묘도 조성되어 있다.

서삼릉누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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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삼릉누리길을 함께 걸었다.
 서삼릉누리길을 함께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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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삼릉을 지나면 먹거리촌이 형성되어 있는 수역이마을이 나온다. 한 때는 쇄기말이라고도 불렸다는 수역이마을. 물이 좋고 산으로 둘러싸인 살기 좋은 마을이라 장수한다고 해서 수역이(壽域理)로 불렸다는데, 수역이마을이라는 말이 줄어서 '쇄기말'이 되었다고 한다.

수역이 마을을 지나면 '배다리 술 박물관'이 나온다. 고양시의 막걸리는 한 때 무척 유명했단다. 배다리 막걸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즐겨 마셨다는 일화가 전해져 내려온다. 그 때문에 배다리 술 박물관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막걸리를 마시는 모습이 재현되어 전시되고 있다. 박물관 2층은 전시실이고, 1층에는 막걸리를 마실 수 있는 카페가 있다.

배다리 술 박물관 앞을 지나칠 때마다 "언젠가는 꼭 저곳에서 배다리 막걸리를 마시고 말 거야" 다짐을 했는데, 한 번도 실행하지 못했다. 이번에야말로 막걸리를 마실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배다리 술 박물관
 배다리 술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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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부터 걷기 시작, 점심 식사를 하면서 꾸물거리고 고양힐링누리길 이정표 상태를 점검하고, 이것저것 구경하다 보니 시간은 벌써 오후 5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던 것. 이르지도 늦지도 않은 시간이니, 막걸리 한 잔 걸친다고 누가 딴죽을 걸겠는가. 해서 함께 걸은 일행을 이끌었다. 막걸리나 한 잔 하고 갑시다.

배다리 술 박물관을 한 번도 구경하지 못했다는 안보선 팀장과 최한범씨에게는 전시실을 둘러보고 오라고 보내놓고, 나머지 세 사람은 막걸리 카페로 들어갔다. 카페 안에는 막걸리를 마시는 이들이 있었다. 열 명은 얼추 되어 보이는 이들이 두부김치를 안주 삼아 떠들썩하게 막걸리를 마시고 있었던 것.

음, 막걸리 안주로는 두부김치가 최고지. 막걸리 한 주전자에 두부김치요. 호기롭게 주문한다. 배다리 술 박물관장의 아들이라는 이가 주문을 받아간다. 양은주전자에는 배다리 막걸리 두 병이 담긴다. 막걸리는 양은주전자에서 따라 마셔야 제맛이라는데, 글쎄, 나는 그 맛의 차이를 잘 모르겠다.

배다리 술 박물관에서 배다리 막걸리 마시네

배다리 막걸리 두 병이 양은 주전자에 들어간다.
 배다리 막걸리 두 병이 양은 주전자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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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두부김치.
 맛있는 두부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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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그러진 양은 잔에 막걸리를 부어 건배한다. 걷느라 묵지근해진 다리를 위로하시라. 배다리 막걸리, 은근히 감칠맛이 난다. 예전에 아버지가 양조장을 운영했다는 한범씨가 "맛있다"고 감탄한다. 양조장집 아들이 인정하는 맛이니 정말 맛있는 막걸리라고 정창식씨가 거든다.

카페 한쪽에는 전국에서 생산되는 막걸리들이 전시되어 있다. 냉장고에는 배다리 막걸리가 가득 차 있고. 막걸리 한 주전자를 다 비운 뒤에 일행은 일어났다. 여기가 서삼릉누리길의 끝이 아닌 거라. 서삼릉누리길 종착지는 원당역. 거기까지 걸어야 서삼릉누리길을 완주한 것이지.

원당역 앞에서 종일 같이 걸은 일행과 헤어졌다. 나는 전철을 타러 원당역으로, 네 남자는 고양시청까지 걸어서 간다나. 원당역에서 고양시청으로 가는 길, 나는 그 길이 좋다. 마을버스를 타면서 지나가도 좋고, 천천히 걸어서 원당시장이며 가게를 기웃거리면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서삼릉누리길] 전체길이 8.28km, 소요예상시간 2시간 15분.
원당역 - 배다리 술 박물관 - 수역이 마을 - 서삼릉 - 허브랜드 - 농협대학 - 천일약수터 - 고양종합고등학교 - 삼송역


태그:#고양누리길, #배다리 술 박물관, #막걸리, #고양시, #서삼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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