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사진보기
▲  국민일보에서 발표한 '사회의 질' 평가에서 강원도 화천군이 전국 기초 지자체 중 10위를 차지했다.
ⓒ 국민일보 인터넷 화면 갈무리	관련사진보기

29일, 국민일보는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 중에서'사회의 질(SQ-social quality)'이 가장 높은 곳은 서울 종로구, 대구 중구, 경기도 과천시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 매체는 "국민일보와 민주당 박민수 의원(전북 진안·무주·장수·임실)이 28일 <국회입법조사처>가 최근 발간한 '지역사회 간 격차 해소를 위한 사회의 질 지표개발' 연구용역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조사됐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 중 내가 주목한 부분은 '강원도 화천군'이었다. 화천군은 <국회입법조사처>의 '사회의 질(SQ)' 조사대상인 전국 230개(세종 자치시, 제주도 제외) 지자체 중에서 상위 10위를 기록했다. 전국 군단위 단체 1위에 해당되며, 강원도에서는 유일하다.

국민일보는 이에 대해 "화천군은 제도역량, 시민역량, 건전성 부문 모두 상위권에 들었고 사망률(160위)를 제외하곤 출산율(8위), 범죄율(20위), 자살율(40위)도 양호했다"고 전했다.

큰사진보기
▲  강원도 화천군은 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86%, 물이 차지하는 비율은 6%에 이른다 - 사진은 파로호 전경
ⓒ 신광태	관련사진보기

그렇다면 화천군은 어떤 곳인가. 38선 이북지역의 산골마을. 인구도 고작 2만5000명을 넘지 않는다. 인구수만을 놓고 볼 때 전국에서 하위권에 속한다. 또 화천엔 3개 사단, 1개여단이 주둔해있다. 주민 수보다 군인 수(3만5000여 명)가 많은 이유다. 과거 화천군은 1차 산업 비율이 33%, 2차 산업 2%, 3차 산업 65%의 기형적 산업구조로 형성되어 있었다. 상업·금융업·운수통신업 등 서비스업을 말하는 3차 산업의 비율이 월등히 높다는 게 의아하다. 이유는 군부대 주변에 밀집해 있는 '라면집' 등의 음식점과 소규모 상가들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흥미롭다. 이들 상인들에겐 외출 나온 군인이나 면회객이 유일한 고객이었다.

제조업·건축토목업·광업 일컫는 2차 산업비율은 고작 2%였다. 화천군 909㎢의 전체면적 중 86%가 산이고, 6%는 물이다. 나머지 8% 비율이 시가지 내지는 농지로 형성되어 있다. 진입도로 또한 열악하다. 꾸불꾸불 북한강변을 따라 형성된 2차선 지방도와 국도가 유일하다. 2차 산업 비율이 낮은 이유이다.

역발상이 지역을 변화시켰다

"이 열악한 조건을 어떻게 타개해 나갈 것인가."

2002년 35대 화천군수로 당선된 정갑철 군수(현 3선)는 지역을 알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군사시설 보호구역 등 규제면적이 140%에 이른다. 이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화천은 한국전쟁 이후 60여 년간 훼손되지 않고 원시 그대로 보존된 지역이 대부분이다. 이를 관광자원으로 연계한다면 성공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먼저 지역 알리기에 착수했다. '화천은 이런 곳이다'라고 백 번 말하는 것보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찾도록 하자는 구상이었다.

큰사진보기
▲  화천 산천어축제장, 매년 1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대한민국 대표축제이다.
ⓒ 신광태	관련사진보기

그는 산천어축제를 기획했다. "생뚱맞게 지역에 살지도 않은 물고기를 도입한다"는 지역 주민들의 반대여론도 있었다. 학계에서는 "생태계 파괴의 원인이 된다"는 문제점도 제기했다. 어쨌든 축제를 열었다. 2003년 첫해 22만 명의 관광객 참여에 이어 2004년 58만 명, 2005년 87만 명, 2006년부터 100만 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화천을 찾았다. 지역경제 직접효과만 500억 원이 넘어섰다. 축제 개최 전 1년 동안 벌어도 올리지 못했던 수익을 축제기간 20여 일 만에 돌파했다는 소식도 들렸다. 축제기간 농산물 판매액만 10억 원이 넘어섰다. 상황이 이렇게 되다 보니 지역 내 산재한 소규모 농가들은 산천어축제를 맞춘 농법도 생겨났다.

이를 높게 평가한 IFEA(세계축제협회)에서는 지난해 9월, 화천군을'세계축제도시'로 선정하기도 했다.

지난 26일 마친 산천어축제는 유독 각종 메스컴의 보도가 뜨거웠다. 지난해 국내 언론에서 1297건을 보도한 데 비해 금년은 방송, 통신사, 지면, 인터넷 뉴스 등지에서 5495회에 걸쳐 집중 보도했다.

해외언론 또한 많은 관심을 보였다. 지난해 24개국에서 109건을 보도한 데 그쳤으나, 금년에는 36개국(285건)에서 집중 보도했다. 가장 많은 횟수로 보도를 한 국가는 미국으로 총 42회, 중국(31회), 일본(24회), 인도네시아(22회)의 순을 보였다.

특히 ABC뉴스를 비롯한 로이터, AP, AFP 등의 통신사와 알자지라 방송, 산케이신문 등 세계 각국의 메이저급 언론에서 비중 있게 다룬 것 또한 특징이다. 2011년 CNN에서 화천 산천어축제를 겨울철 세계7대 불가사의로 선정한 이후 해외에 널리 소개된 사례로 꼽힌다.

토마토 대표마을 광덕리, 스페인에 도전한다

큰사진보기
▲  화천 토마토축제, 반지찾기 장면
ⓒ 신광태	관련사진보기

화천군 사내면 광덕리 일원엔 80여 농가가 토마토를 재배한다. 이곳이 전국 토마토 대표산지로 알려지게 된 것 또한 2003년부터다. 이 마을에서 생산된 토마토는 찰진 정도와 당도가 높다는 소문이 있었다. 이를 적극적으로 알리기로 했다. '화악산 토마토축제'가 생겨난 배경이다.

정군수는 토마토 재배 농가와 함께 토마토축제로 세계적으로 알려진 스페인의 뷰놀을 찾았다. 토마토 전쟁. 지나가는 관광객에게 토마토를 던지고 물을 뿌려도 모두 즐거워했다. 파지(상품으로 가치가 떨어지는 것)를 이용하면 가능할 것 같았다. 뷰놀에서 본 것처럼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토마토를 던졌다. 토마토에 옷이 더렵혀진 행인들은 노골적으로 화를 냈다. 국민정서의 차이인 듯했다.

그래서 개발한 것이 토마토 반지 찾기다. 넓은 광장에 수십 톤의 토마토를 쏟아 붓고 몇 개의 토마토에 금반지를 넣었다. 관광객들이 구름같이 모여들었다. 토마토축제장에서 단연 인기 최고인 프로그램으로 발전했다. 토마토축제기간 2일 동안 판매되는 토마토는 무려 2억여 원에 이른다.

학습관이 뭔데, 입교를 위한 학원까지?

큰사진보기
▲  화천 학습관
ⓒ 신광태	관련사진보기

최근 전국적인 공통현상은 농촌지역 인구의 감소이다. 그러나 화천군 인구는 소폭이지만 상승곡선을 그린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교육환경 여건 개선에서 찾을 수 있다.

매년 입시철만 되면 화천군의 인구감소 폭은 컸다. 시골마을에서 공부를 좀 한다는 아이들은 도시로 유학을 떠나는 풍토 때문이었다. 자칫 지역인구가 2만 명 이하로 떨어진 위기에 직면했다.

"교육환경을 개선하면 인구증가는 물론 지역인재를 육성할 수 있다."

2008년도에'화천 학습관'을 열었다. 학습관은 도심지 학원가에서 국·영·수 등 주요과목의  강사 선발을 통한 기숙형 운영 시스템이다. 6개월 단위로 입교생을 선발한다. 3년여 기간이 경과하자 입교생 전원이 4년제 대학에 진학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서울의 인류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도 배출됐다. 과거 입시철이면 감소하던 인구의 문제는 단번에 해결됐다. 오히려 학습관 입교를 위해 외지에서 전학을 오는 학생들도 빈번했다. 학습관 입교를 전문으로 하는 학원이 생겨나는 기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외수 때문에 내 고향을 찾았다

큰사진보기
▲  이외수 감성문학관 개관식 장면
ⓒ 신광태	관련사진보기

"지역에 연고도 없는 사람이 왜 필요하단 말인가!"

2006년 정갑철 화천군수는 인근 춘천시에 거주하는 이외수 작가를 영입했다. 지역 인사들의 반대도 심했다. '이외수를 데려온다는 것이 지역에 과연 어떤 변화가 주겠느냐'는 것이 이들의 일관된 주장이었다.

국비를 지원받아 집필실을 비롯한 모월당, 감성공원, 감성문학관을 조성했다. 그의 영입 이후의 첫 번째 변화는 화천에 대한 설명이 짧아졌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과거 화천 사람들은 도시민들이 고향을 물으면 화천이라 하지 않고 춘천이라고 말했다. 화천이라고 말하면 '그게 어딘데?'에 대한 답변이 구차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고향이 화천이다'라고 말하면 '아 산천어축제가 열리는 곳?' 또는 '이외수가 사는 마을?'이라고 말할 정도로 알려졌다.

작가는 감성마을 이전 후 <장외인간> <하악하악> <사랑외전> <절대강자> <코끼리에게 날개 달아주기> <마음에서 마음으로> 등 열 권의 책을 집필했다. 그는 또 각종 방송출연 등 트위터를 이용한 홍보로 화천군을 대외에 널리 알리는 역할 등 지역이 문학 도시의 이미지로 변신하는 역할도 톡톡히 했다.

작가가 지역 농산물 판매에 기여하는 효과는 연간 수억에 이를 정도로 그의 파급력은 크며, 2012년 감성 문학관 조성으로 매년 3만여 명의 관광객이 감성마을을 찾는다. 감성마을이 위치한 화천군 상서면 다목리 지역경제 패턴이 군인에서 관광객 위주로 바뀌었다.

"지금까지 화천을 사랑하고 아껴주신 지역주민들과 국민 여러분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군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우리군의 위상을 대내외적으로 높여 나가는데 가일층 노력하겠다."

정갑철 화천군수는 '사회의 질 평가'에서 높은 평점을 받은 여세를 몰아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에 모든 행정력을 집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