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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은 15일 신입사원 채용제도를 전면 개편해 전국 200개 4년제 대학의 총·학장에게 인재 추천권을 부여하고 연중 수시로 지원자를 발굴하기로 했다. 또 1995년 열린 채용 체제로 전환하면서 폐지한 서류전형을 19년 만에 다시 도입해 이미 사교육 시장이 형성된 삼성직무적성검사(SSAT)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방침이다. 사진은 지난 2013년 10월 13일 서울 대치동 단국대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에서 삼성그룹 직무적성검사(SSAT)시험을 마친 취업준비생들이 고사장을 나서는 모습
 삼성그룹은 15일 신입사원 채용제도를 전면 개편해 전국 200개 4년제 대학의 총·학장에게 인재 추천권을 부여하고 연중 수시로 지원자를 발굴하기로 했다. 또 1995년 열린 채용 체제로 전환하면서 폐지한 서류전형을 19년 만에 다시 도입해 이미 사교육 시장이 형성된 삼성직무적성검사(SSAT)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방침이다. 사진은 지난 2013년 10월 13일 서울 대치동 단국대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에서 삼성그룹 직무적성검사(SSAT)시험을 마친 취업준비생들이 고사장을 나서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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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차별까지 논란이 번질 줄은 몰랐다."

27일 삼성그룹 한 고위 임원의 말이다. 그의 어투에는 '억울하다'는 분위기가 짙게 배어났다. 삼성은 올해부터 도입하기로 한 '대학 총장 추천제'를 두고 대학서열화 등 논란이 커지자 당혹스러운 분위기가 역력하다. 특히 정치권을 중심으로 영호남 지역 차별까지 불거지자 어디까지 불똥이 튀길지 고민하고 있다.

삼성의 신입사원 채용 논란은 이미 예견됐었다. 삼성은 지난 15일 매년 20만 명씩 응시하면서 과열 양상을 보이는 입사시험을 바꾸기 위한 대안을 내놨다. 입사 필기시험 응시자를 줄이기 위해 서류전형을 부활한 것. 대신 전국 4년제 대학 총장에게 추천권을 주고 매년 5000명의 학생들에겐 1차 서류전형을 통과하도록 했다.

이를 두고 당시에도 '삼성이 대학의 서열화를 부추길 것', '학교가 기업의 눈치를 볼 것'이라는 지적과 '과도하고 낭비적인 시험제도를 개선한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관련기사: 삼성 채용 변경, 독일까? 약일까?) 하지만 지난 25일 한국대학신문을 통해 일부 수도권과 지방대의 삼성 추천 인원이 나오면서 논란이 커졌다. 특정대학의 인원과 지역, 여성 등이 연결되면 또 다시 '삼성공화국' 논란까지 번질 조짐이다.

다음은 삼성그룹 관계자와의 일문 일답이다.

- 전국 4년제 200개 대학에 공문을 언제 보냈는가.
"지난 금요일(24일)에 해당 대학의 총장 앞으로 정식 공문을 보내드렸다."

- 현재 보도되는 대학별 추천인원 수는 정확한가. 그룹차원에서 공개할 의향은 없는가.
"대학신문에서 보도한 학교들과 추천인원 수는 맞다. 하지만 그쪽에 빠져있는 학교도 많다. 일부 언론에선 그쪽에 명단이 없기 때문에 마치 추천인원이 없는 것처럼 잘못된 보도를 하고 있다. 그리고 민간 회사에서 구체적인 인사 절차를 공개하는 사례는 어디에도 없지 않은가."

- 각 대학의 추천 인원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기준이 뭔가.
"최근 몇 년 동안의 그룹에 입사한 사원을 중심으로 대학별, 전공별로 통계와 근거가 있다. 또 대학 규모 등을 고려해 추천 인원을 배정했다."

- 성균관대가 가장 많은 것을 두고 삼성이 재단이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목소리를 높이며) 그렇지 않다. 성균관대뿐 아니라 한양대, 경북대, 인하대 등은 공과대학이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인 학교들 아닌가. 또 삼성과 그동안 꾸준히 산학협력을 해왔고, 특성화 학과를 만들어 놓고 있다. 그쪽 학과 학생들이 삼성 입사자들이 많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추천인원이 많을 뿐이다. 우리가 재단이라고 그런 것이 아니다."

- 영호남 지역 차별 이야기도 나온다. 실제로 호남쪽 학교 추천 수가 영남보다 4배 적다는 지적도 있다.
"그것도 오해다. 삼성전자 등 제조업 기반이 많다. 그만큼 이공계 학생에 대한 수요가 많다. 경북대, 부산대는 예전부터 전자공학, 기계공학 등 이공계 관련 학과에 특화된 졸업생이 많았다. 이들 대학의 이공계 졸업생이 매년 천여 명을 훌쩍 넘는다. 이들의 입사자가 많았다."

- 그래도 호남쪽 대학 추천 수가 현저히 적다고 하는데.
"과거에 삼성에 호남 사람이 없다는 말이 많았다. 이공계 특성화 교육과 주요 공장이 영남쪽에 있다 보니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매년 대졸신입사원의 35%가 지방대 학생이다. 호남쪽도 많다. 더 이상 지역 차별 해선 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가 어려운 세상이다. 우수한 인력은 영호남을 가리지 않는다."

- 여대 추천인원도 상대적으로 적으면서 성(性)차별 이야기까지 있다.
"지방대뿐 아니라 대졸 신입사원 가운데 30% 정도는 여성인력으로 뽑으려 하고 있다. 대신 앞서 말했지만, 우리가 뽑는 인력 대부분 이공계쪽이다 보니까 여대의 졸업생 배출 숫자가 상대적으로 남녀공학 대학에 비해 적은 것이 사실이다. 이런 것이 감안됐을 뿐이다. 국내 어느 대기업도 여성인력을 30%씩 뽑는 곳이 있는가. 지방대와 여성, 저소득층까지 합하면 신입사원 가운데 70%가 이들에서 나온다."

- 삼성 추천 인원이 공개되면서 회사 임원이 학교를 방문해 해명하고 있다고 하는데.
"총장추천제 공문 하나만 달랑 보낼 수는 없지 않은가. 회사 인사 담당자들이 해당 학교에 찾아가서 이번 추천제의 취지와 의미를 잘 설명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번 논란과 상관없이 이미 예정됐던 것이다."

- 이번 신입사원 채용 방식을 놓고 삼성공화국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왜 그런다고 보나.
"삼성직무시험을 보기 위해 학원에서 수십만 원씩 과외하고, '삼성고시'라는 말까지 나오면서 사회문제라고 언론이 지적하지 않았나. 우리도 고민을 많이 했다. 그래서 대안을 내놨는데…. 이번 총장추천 역시 마찬가지다. 총장이 추천하면 곧바로 삼성에 입사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추천을 받은 학생들도 직무시험과 면접을 거쳐야 한다. 모두 합격하는 것이 아니다. 학점 이외에 다양한 능력을 지닌 학생을 뽑기 위한 것이다."

- 정치권 등에선 채용방식 변경을 요구하고 있는데 바뀔 가능성은 없는가.
"뭐라 답하기 어렵다. (채용방식 내놓은 지) 보름도 지나지 않았다. 현재로선 아직 없다고 봐야 한다."


태그:#삼성, #삼성공화국, #신입사원 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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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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