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난 주말에 아들이 다니는 대안학교의 학부모워크숍을 강원도 속초로 다녀왔다. 몇 년만에 가는 속초여행의 음식별미에 싱싱한 횟감을 빼 놓을 수 없다. 해안선을 따라 쭉 늘어선 항구마다 현대식으로 지어진 회센터가 그다지 정겹진 않지만, 싱싱한 회 한 점을 맛보는 순간, 파도치는 방파제에 앉아서 두툼하게 썰어낸 생선회에 소주잔을 부딪히던 '응답하라 1994'시절처럼 격동의 20대에 속초에 무시로 들렀던 때가 생각나기도 한다. 그 시절을 함께 공유했던 그녀가 지금은 아내가 되어 내 곁에서 함께 속초에 있다는 것도 좋다.

관광지의 소문난 맛집이란 곳을 나는 대체로 신뢰하지 않는다. 방송에 소개된 장면을 스틸사진으로 요란하게 도배했거나 원조라는 것만 강조한다. 더 불편한 것은 그런곳들은 대부분 상업성이 너무 짙어서 손님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 특히, 손님을 줄세워서 기다리게 하는 곳은 아주 평가절하를 해버린다.

바닷가의 한적한 마을에 있는 허름한 후포식당, 20년이 넘었으며 지역주민들이 단골로 찾는 맛집이라고 한다
 바닷가의 한적한 마을에 있는 허름한 후포식당, 20년이 넘었으며 지역주민들이 단골로 찾는 맛집이라고 한다
ⓒ 오창균

관련사진보기


관광지의 맛집은 동네사람이 알고 있다

속초에 사는 주민 '진수아빠'가 적극 추천한 <후포식당>은 관광지의 업소치고 외관이 초라해보인다. 유리로 된 미닫이 문에는 새마을운동 시절쯤으로 보이는 어촌풍경의 사진들이 빛바랜 달력처럼 붙어있다. 진수아빠의 기억으로는 20년은 훨씬 넘었다고 한다.

일부러 알고 찾아오지 않는다면 그냥 지나칠 것 같은 바닷가 한 켠의 이 작은식당의 메뉴에는 그 흔한 갈치나 고등어조림은 아예 없다. 구이도 없다. 그냥 '생선 조림'이다. 제철마다 잡히는 속초의 생선이 들어간다는 것, 바다음식도 로컬푸드가 된다는 것이 흥미롭다. 그러고 보니 생선들의 이름이 매우 토속적이다. 망치,장치,도치...

생선조림과 도치알탕을 시켰다. 밑반찬도 온통 바다에서 나온 재료들이다. 간장게장, 가자미식혜, 대구포조림 등. 밑반찬이 고급스럽기도 하지만 맛에서 깊은 내공이 느껴진다. 생선조림과 도치알탕의 맛은 지금까지 먹었던 생선요리를 잊게 만들었다. 지역사람들이 인정하는 맛집 답게 어느새 빈자리 없이 꽉찬 식당에는 관광객들 보다는 동네사람들이 많았다.

후포식당의 밑반찬과 도치알탕
 후포식당의 밑반찬과 도치알탕
ⓒ 오창균

관련사진보기


지금이 한창 제철인 '도치'는 요리법도 간단하다며 진수아빠가 방법을 알려주는데 잘 할 수 있을것 같았다. 속초중앙시장에 들러 도치 한 마리를 사들고 집으로 돌아와 알려준대로 요리를 시작했다.

'느낌 아니까'

쫄깃한 살은 숙회로, 신김치와 어울리는 알탕

도치는 알이 꽉찬 암컷과 수컷이 있는데 알탕을 하기 위해서는 암컷이 있어야 한다. 알이 없는 수컷은 암컷 가격(1만2천~1만5천 원)의 절반 밖에 하지 않는다. 알이 없는 수컷이라도 데쳐먹으면 쫄깃한 식감이 유명하다.

도치의 껍질은 부드럽지만 미끈적거리는 것은 제거해줘야 한다. 뜨거운 물에 살짝 데치거나 뜨거운 물을 뿌리고 부드러운 수세미나 행주로 닦아주면 된다. 암컷은 먼저 배를 갈라 알을 꺼낸 후에 하는것이 좋다. 알과 간 외에 다른 내장은 먹지 않으며 숙회로 먹으려면 뜨거운 물에 더 2~3분 정도 더 삶아낸 후 썰어서 초고추장에 찍어먹으면 된다.

도치는 살짝 데친 숙회에 초고추장을 찍어 먹기도 한다.
 도치는 살짝 데친 숙회에 초고추장을 찍어 먹기도 한다.
ⓒ 오창균

관련사진보기


좌측상단에서 시계방향으로 1.뜨거운 물에 도치를 살짝 데쳐서 씻는다 2.신김치만 있어도 되고, 콩나물과 무우를 넣어봤다 3. 손질한 고기와 알을 넣고 끓인다 4. 신김치국물과 소금으로 양념간을 맞춘다
 좌측상단에서 시계방향으로 1.뜨거운 물에 도치를 살짝 데쳐서 씻는다 2.신김치만 있어도 되고, 콩나물과 무우를 넣어봤다 3. 손질한 고기와 알을 넣고 끓인다 4. 신김치국물과 소금으로 양념간을 맞춘다
ⓒ 오창균

관련사진보기


도치알탕은 신김치만 넣어도 얼큰하고 시원한 맛이 잘 우러난다. 신김치국물과 소금으로 국물의 간을 맞추고 청양고추, 다진마늘, 대파를 넣어주면 된다. 좀 더 시원한 맛을 내려고 무와 콩나물를 넣어봤는데 이렇게 해도 맛이 괜찮았다.

국물은 많지 않도록 자박자박하게 끓이는 것이 좋다. 신김치와 어우러져 칼칼하고 시원한 국물이 밥도둑이다. 남은 국물은 밥과 참기름을 함께 넣고 볶아주면 환상적이다.

진수아빠에 따르면 속초에서는 '심퉁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도치는 낮은 수심의 바위에서 빨판으로 붙어있다가 썰물때에 바다로 나가지 못해서 사람들에게 붙잡혔다고 한다. 행동이 굼뜨고 생각이 느려 심퉁이라 불린 도치는 지금이 제철이다. 속초가 아니더라도 시장에 가면 쉽게 구할 수 있다.


태그:#속초, #후포식당, #도치, #심퉁이, #신김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