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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카페베네 김선권 사장이 <조선일보>에 기고한 글
 지난 7일 카페베네 김선권 사장이 <조선일보>에 기고한 글
ⓒ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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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베네 김선권 사장님. 지난 7일 <조선일보>에 실린 청년들이여, 안녕하지 못하다고? 도전하라!는 사장님의 글 잘 봤습니다. 진심어린 충고와 조언 무슨 말인지 잘 알겠습니다만, 듣고 싶지 않네요. 왜냐구요?

사장님은 글에서 '세상 물정 모르는 세대라고 청년들의 허약함을 나무라기도 하지만 어찌 그들의 잘못이랴, 그 큰 책임이 기성세대에 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고 하셨죠? 하지만 나이만 어리다뿐이지 사장님은 사장님이 이야기하는 '기성세대'와 다를 바가 없거든요.

카페베네 근로기준법 위반율 98.3%... 그런데 청년에게 '도전하라'고요?

저는 지난해 이맘때쯤 사장님의 회사에서 2~3개월간 일했던 알바 노동자입니다. 전 카페베네에서 오전 8시부터 오후 3시까지 7시간을 일했습니다. 가끔 바쁘면 일을 더 하기도 했고요. 7시간을 일하면서 쉬는 시간도 갖지 못했고, 식사도 못했습니다. 심지어 근로계약서는 구경도 못했고요. 당연히 주휴수당을 받아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습니다.

저는 시간당 5000원을 받고 일했습니다. 그 시급에는 제가 매장에 도착해서 옷을 갈아입는 시간과 화장을 하라길래 화장하는 시간도 포함되어 있지 않았어요. 게다가 손님을 대해야하는 강도 높은 노동 때문에 결국 그만 두었어요. 사장님, 저만 그런게 아니에요. 사장님의 배를 채워주는 수많은 알바노동자들이 모두 이렇게 일하고 있어요. 자신의 배는 굶주리면서 말이에요.

사장님 혹시 그거 아세요? 카페베네는 근로기준법 위반율이 98.3%나 된다는 거, 다른 프랜차이즈들 보다 훨씬 위반율이 높다는 거예요.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근로감독을 한 여러 프랜차이즈들 중 위반율이 제일 높다구요! 길을 지나치면 꼭 하나씩 보이는 카페베네들 대부분이 근로기준법을 위반하고 있단 말입니다. 근로계약서 미교부, 최저임금 미주지, 직장내성희롱예방교육 미실시, 임금정기 미지급 등등의 사항을 어기는 사장님의 사업장이라구요.

'도전하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장님 되려면

알바연대에서 '알바5적'에 선정된 카페베네
▲ "알바노동자들 등골빼네" 알바연대에서 '알바5적'에 선정된 카페베네
ⓒ 알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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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의 글이 저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와닿지 않은 것은 사장님이 부리고 있는 알바 노동자들에게 사장님이 가진 권리 만큼도 주지 않았기 떄문일 겁니다. 꼭 지켜야 하는 근로기준법마저도요. 사장님이 가지고 있는 매장중 98.3%에서나 근로기준법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외면하지 마세요. 가맹점이더라도, 가맹점 사장님이 계시더라도 어쨌든 김선권 사장님이 '도전해서' 얻어낸 1220개(한국 932개, 해외 288개)의 카페베네는 당신의 것이 맞잖아요.

게다가 사장님이 그런 기성세대와 다르다고 생각하시나 본데 사장님의 사업장에서 알바를 하고 있는 알바노동자들의 '도전'을 말로써만 응원하지 마시고 근로기준법을 지킴으로서 '그 큰 책임'을 직접 책임지세요. 뒤로는 사장님이 말하는 '기성세대'와 똑같이 행동하면서 우리 청년들 앞에서는 건실하고 성공한 청년 사업가인 척하는 사장님이 '기성세대'보다 더나쁘다구요.

저는 사실 걱정입니다. 해외에 있는 사장님의 288개의 매장에도 이러한 부조리함을 수출하고 있을까봐요. 사업이 잘 돼서 해외에 있는 청년들까지 개미지옥으로 빠트리려고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합니다. 덧붙여서 사장님을 롤모델로 삼아 알바노동자들을 착취하며 자기배를 불리는 '도전하는 청년'들이 생길까봐 걱정입니다.

사장님덕에 알바노조 조합원이 됐습니다

저는 사장님께서 이러한 사실들을 외면하면서 청년들을 비판하는 동시에 응원하는 모순을 보고 싶지 않아요. 듣기도 싫고요. 2015년 목표매출이 1조라는 카페베네는 알바 노동자들에게 법적 최저임금 5210원 보다 더 많은 임금과, 복지혜택을 주어야 합니다. 아니, 근로기준법이라도 지켜 주세요. 제발.

저는 알바를 그만둔 이후 알바노조의 조합원이 되었습니다. 사장님이 언급한 '세상 물정 모르는' 청년이 아니란 말입니다. 사장님이 제게 세상물정을 알도록 도와주셨으니, 제가 사장님께 세상물정을 알게 해드리고 싶네요. 저는, 저희는, 사장님이 이야기하는 청년들은 더 이상 허약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다 이 말입니다.

사장님이 말한 좋은 이야기들. 도전하라는 사장님의 이야기. 잘 알겠습니다. 사장님이 글에서 쓴 표현을 빌려 이렇게 말하고 싶네요. '항상 갈망하고 우직하게 가는 끈기가 길을 열고, 단체교섭과 알바노동자들의 반항이 사장님의 고정관념을 바꿀 것이다. 이 모순된 사회구조에 순응해 내 몸을 맡길 것인가, 아니면 용기 있게 도전할 것인가. 10년 후, 20년 후 사장님의 위치는 우리 알바노동자의 선택에 달렸다.'

그러니 사장님 단체교섭 한 번 하길 바랍니다!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태그:#알바연대, #알바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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