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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명동에 위치한 한 PC방에 설치된 흡연부스. 흡연부스 설치비용은 280만원부터 500만원까지 다양했다. 소방, 환기, 전기시설등의 부수 비용도 들기 때문이다.
 서울 명동에 위치한 한 PC방에 설치된 흡연부스. 흡연부스 설치비용은 280만원부터 500만원까지 다양했다. 소방, 환기, 전기시설등의 부수 비용도 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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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는 국민건강증진 및 간접흡연피해예방을 위해 지난해 6월8일부터 150㎡(약45평)이상 PC방·오락실과 같은 게임제공업소를 금연 구역으로 지정하는 이른바 '금연법'을 시행했다.

지난해 12월31일까지 계도기간이었고 지난 1일부터 정식으로 시행됐다. 이 때문에 흡연을 위해서는 실내와 분리된 별도의 흡연부스를 설치해야 된다. 물론 흡연부스에서는 흡연만 해야 된다. 위반 시 업주는 1차 170만 원, 2차 330만 원, 3차 500만 원, 이용자는 10만 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이는 계도기간에도 똑같이 적용됐다.

하지만 많은 PC방 업주들이 이에 반발했다. 매출 감소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업주들은 흡연부스 설치비를 전액 부담해야 하는 것에도 난색을 표했다. 계도기간을 시행한 지 약 6개월. 정식시행을 앞두고 PC방의 상황이 어떤지 직접 보기 위해 지난 달 27일부터 3일 동안 서울 종로, 명동, 충무로, 경기 분당에 위치한 PC방을 방문해 업주 및 이용자들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매출 30% 감소...종이컵 이용한 흡연도 계속돼

"지금 계도기간인 거 아시죠?"

들어가자마자 퀴퀴한 담배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지난 달 27일 저녁 서울 종로구의 한 PC방은 흡연을 하는 이용자들로 가득했다. 기자가 업주에게 "여기 흡연 되나요?"라고 묻자 그는 "지금 계도기간인 거 아시죠?"라는 대답과 함께 종이컵에 물을 담아 건네줬다. 이날 기자가 방문한 PC방에서는 재떨이를 제공하지 않았다. 적발되면 벌금을 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PC방에는 흡연부스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PC를 이용하기 위해 자리에 앉았다. 양쪽에 앉은 이용자들이 종이컵에 재를 털며 흡연을 하고 있었다. 심지어 자리 정돈을 하던 업주도 아무렇지 않게 흡연했다. 설상가상으로 이곳은 환풍시설도 제대로 안 된 듯했다. 제대로 빠져나가지 않는 담배연기 때문에 눈과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기자가 3일 동안 돌아다닌 PC방 15곳 중 흡연부스가 설치된 곳은 7군데, 부스 외 실내에서 흡연을 허용한 곳은 10군데였다.

흡연자가 이용한 종이컵. 실내에서 흡연을 허용하고 있는 PC방에서는 이용자들에게 재떨이 대신 종이컵을 제공하고 있었다. 물론 단속에 적발되면 이용자는 과태료 10만원을 내게 된다.
 흡연자가 이용한 종이컵. 실내에서 흡연을 허용하고 있는 PC방에서는 이용자들에게 재떨이 대신 종이컵을 제공하고 있었다. 물론 단속에 적발되면 이용자는 과태료 10만원을 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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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의 다른 PC방은 앞서 방문했던 곳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실내 분위기도 밝고 담배 냄새도 많이 나지 않았다. 구석을 자세히 살펴보니 흡연부스가 설치돼 있었다. 하지만 실내에서도 흡연하는 이용자들이 꽤 눈에 띄었다.

아르바이트생 김아무개씨는 "아직 계도기간이다 보니 손님들이 흡연하겠다는 것을 막을 도리가 없다"며 "종이컵을 카운터에 두었지만 직접 드리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직접 주지 않으면 PC방 측에서는 '손님이 가져와서 흡연한 것'이라고 변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또 다른 PC방 두 곳에서는 금연이 잘 지켜지고 있었다. 부스이용도 잘 지켜지고 있었다. 한 PC방에서는 한 시간 동안 3명이 금연부스를 이용해 흡연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덕분에 실내도 쾌적했다.

흡연부스를 설치하는데 300만원의 비용이 들었다는 업주 이아무개(62)씨는 "금연법 시행이후 6개월 동안 매출이 30% 줄었다"며 "이용자들은 흡연을 하면서 PC를 이용하고 싶어한다, 왔다 갔다 하기 귀찮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한 국회의원이 금연 PC방과 흡연 PC방을 따로 만들자는 법안을 제출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바뀔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지난 달 9일 민주당 이원욱 의원이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 중 하나인 '선택적 금연제도'를 발의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실내 흡연을 허용하는 PC방이 있다는 기자의 말에 그는 "나야 자식들도 있으니까 부끄러워서라도 법을 지키지만, 사실 지키면 손해다"라며 "차라리 유예기간이 없는 것이 낫다"고 답했다. 설상가상으로 이 PC방은 문을 열자마자 금연부스가 보여 PC방에 들어오던 이용자들이 다시 돌아가는 경우가 꽤 있다고 한다.

"단골 손님 한 분이 하루에 두 갑을 피는 골초였는데 요새는 한 갑으로 줄였답니다."

부스에서 흡연을 하던 직장인 한아무개씨는 "흡연하면서 PC를 이용할 수 있는 곳이 있다면 그곳으로 가겠다"며 "PC방을 이용하는 목적이 편하게 흡연하면서 컴퓨터를 쓰려는 건데, 아무래도 금연이 강화되면 PC방을 이용 안 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업주 손아무개(39)씨도 "금연법은 탁상공론"이라며 "부스비용만 500만 원이 들었다, 따로 설치공간을 만들어내야 하니까 컴퓨터 대수를 줄여야 돼서 손해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매출도 30%정도 줄었다"고 한탄했다. 이어 그는 "만약에 '선택적 금연제도'가 시행된다면 당장 먼저 부스를 떼어낼 것이다, 부스해체 비용을 국가에 청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경기도 용인 단국대학교 앞에 위치한 한 PC방 업주는 "금연법 때문에 구조 변경을 했다" 며 "대학생들이 주 손님이라 그런지 이전부터 실내 금연이 잘 지켜지고 있는 것 같다" 고 말했다.

흡연부스가 설치돼 있는 종로의 한 PC방. 왼쪽에는 보건복지부에서 나눠준 PC방 금연 홍보 포스터가 부착돼 있다.
 흡연부스가 설치돼 있는 종로의 한 PC방. 왼쪽에는 보건복지부에서 나눠준 PC방 금연 홍보 포스터가 부착돼 있다.
ⓒ 김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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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자인 직장인 김아무개(31)씨는 "PC방에서 종이컵을 이용해 흡연을 한다"며 "지금은 계도기간이라서 과태료를 물지 않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금연법'으로 인해서 이용자들이 PC방을 덜 이용하면 했지 금연할 것 같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긍정적 의견도 있지만, 매출 감소는 어쩔 수 없는 상황

대다수의 PC방 업주들은 매출 감소를 이유로 '금연법'에 반대했지만 찬성하는 업주도 있었다.

명동에서 PC방을 운영하는 최새억(60)씨는 "부스 설치비용만 180만 원 이상 들었지만, 건강이 우선이기 때문에 PC방 금연법에는 찬성한다"고 말했다. 최씨는 "피사모(PC방 사장들의 모임)에서 '금연법' 시행 이후 매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한 업주들도 있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면서도 시간이 흘러 정착이 되면 다시 매출이 늘지 않겠냐고 긍정적 전망을 내놨다. 하지만 그는 "당구장 같은 곳은 흡연을 허용하면서 PC방만 너무 규제가 많은 것이 아닌가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충무로에서 PC방을 운영하는 업주 김아무개씨는 "금연법은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고 긍정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왜 하필이면 이렇게 불경기에 시행하는지 모르겠다"며 "내년에는 아마 문 닫는 PC방이 많아질 거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보건소 직원이 재떨이 대신에 종이컵을 사용해서 이용자들에게 나눠주라고 말한 적도 있다"고 밝혔다. 아직 흡연부스를 설치하지 않은 그는 해가 바뀌면 설치할 예정이다.

종로 한 PC방에 설치돼 있는 한 흡연부스 내부. 넓지 않은 공간에서 이용자들은 서서 혹은 앉아서 흡연을 할 수 있다
 종로 한 PC방에 설치돼 있는 한 흡연부스 내부. 넓지 않은 공간에서 이용자들은 서서 혹은 앉아서 흡연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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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에 위치한 한 PC방에서 이용자가 흡연부스에서 흡연을 하고 있다.
 분당에 위치한 한 PC방에서 이용자가 흡연부스에서 흡연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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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법'을 반기는 이용자들도 있었다. 고등학생인 이재학(18)군은 "아직 담배를 피우지 않는 학생이다 보니 '금연법'에 찬성한다"며 "친구들이랑 흡연부스가 있는 PC방을 찾아다닌다" 고 덧붙였다. 그는 "그런데 금연부스가 있어도 냄새가 새어나와서 불편하고, 아직 많은 이용자들이 부스가 아닌 실내에서 흡연을 해서 보기 좋지 않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태원(49)씨는 "아직 계도기간이니까 정착되면 사람들이 잘 지킬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비흡연자로서 흡연자의 불편함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예전보다 PC방에서 흡연하는 사람들이 줄어든 것 같긴 하다"고 말했다.

평소에 담배연기 때문에 PC방 이용을 꺼렸다는 대학생 김나희(23)씨도 "비흡연자로서 담배냄새가 옷에 배는 것이 싫었다"며 "부스만 잘 설치돼 운영된다면 자주 (PC방을)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금연법'이 정식으로 시행된 지난 1일, 서울 신촌에 위치한 PC방 다섯 군데를 방문했다. 다섯 군데 모두 부스 설치가 돼 있었고, 흡연을 하면서 컴퓨터를 이용하는 이용자는 없었다. 일부 PC방은 커피와 음료도 판매하는 카페 형으로 탈바꿈돼 있었다. 업주 이아무개씨는 "사전에 타 PC방 업주들하고 따로 이야기한 것은 아니지만 벌금을 내고 싶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손님들께 꼭 말씀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건강을 지키는 것을 불편해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45평이라는 공간에서 업주들은 매출 감소 피해를 감수해야 하고, 누군가는 예전처럼 자유롭게 흡연하면서 컴퓨터를 이용할 수 없게 됐다. 과연 PC방 '금연법'이 만족스러운 상태에서 지켜질 수 있을지 지켜보자.


태그:#금연법, #PC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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