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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500회를 끝으로 종방한 팟캐스트 방송 <이슈털어주는남자>(아래 이털남) 진행자인 김종배 시사평론가를 30일 녹음 스튜디오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다음은 김종배 진행자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편집자말]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를 진행한 김종배 시사평론가.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를 진행한 김종배 시사평론가.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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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털남>이 500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2012년 1월 2일부터 2년 동안 프로그램을 진행해온 소감이 궁금하다.

"<이털남>이 온라인 팟캐스트 방송 후발주자였기 때문에 잘 안착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는데, 걱정했던 것 보다는 잘 안착 잘 된 것 같다. 큰 탈 없이 만 2년을 진행한 걸 다행으로 생각한다. 그동안 <이털남>에 출연해서 인터뷰를 빛내주신 분들께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 처음 <이털남>을 시작한 이유나 목표는 무엇이었나.
"<오마이뉴스>에서 제안이 왔다. 당시 활동 공백기였고, 사회적으로 팟캐스트 현상이 일고 있던 때다. 이전까지는 주로 지상파 방송에 출연했었는데, 지상파는 방송 시간이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폭에 한계가 있다. 팟캐스트 방송은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청취자들과 소통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 <이털남>을 시작했다.

사실 <이털남>을 시작하면서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이털남>은 웃음코드가 없다. 특히 올 2월까지는 하루에 한 이슈를 선정해 관련 인물을 불러서 40~50분 동안 인터뷰하는 식으로 방송을 진행했다. 웃음기가 없는 상태에서 긴 인터뷰했을 때 과연 청취자들이 좋아할까 걱정됐다. 이슈에 대해서 뽕을 빼는 건 좋은데, 뽕을 뺄 때까지 청취자들이 기다려줄 수 있냐는 걱정이었다. 그래도 처음 생각했던 것 보다 많은 성원을 보내주셨다. 올해 봄 개편 때는 인터뷰 분량을 줄이고 고정 코너를 새로 시작했는데, 이런 형식도 반응이 괜찮아 다행이었다고 생각한다."

- 매번 이슈와 관련된 핵심 인물이 직접 방송에 출연했다.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출연진이 있나.
"이명박 정부의 민간인 불법사찰을 폭로한 장진수 전 주무관이다. <이털남> 마지막 방송도 이분과 인터뷰를 했다. 한 달 동안 함께 이 사건을 털었기 때문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일 수밖에 없다. 세간에는 이 사건을 길게 끌고 가려고 전략적으로 한 달 동안 방송했다고 알려졌지만 실상은 그게 아니었다.

방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발견되거나 추가되는 녹음파일이 있다 보니 분량이 많아져 방송 역시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일요일 오후 11시에 나와서 녹음해야 할 때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이 과정에서 장 전 주무관이 우리랑 같이 수많은 녹음파일을 풀었다. 녹음 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녹취를 푼 다음  대화 당사자인 그가 일일이 검수작업을 했다. 제작 과정에 아주 깊이 참여했었던 것이다. 고생도 많이 하고 도움도 많이 준 인물이다."

"비디오 방송 기피했지만... 변화 위해 '보이는 팟캐스트'에 도전했다"

- 방송하면서 돌발 상황이나 사고가 벌어진 적은 없나.
"녹음을 마쳤는데 갑자기 이슈 진행 상황이 확 바뀌어서 인터뷰를 갈아엎고 다시 한 적도 있다(<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한 날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이털남>은 이날 오전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과 '파업을 계속 진행한다'는 요지의 인터뷰를 했지만, 여야가 국회에 철도발전소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하면서 파업 상황이 급변해 철도노조 대변인과 인터뷰를 새로 진행했다 - 기자 주).

인터뷰를 내렸다가 애청자들에게 된통 혼난 적도 있다. 올 봄에 황상민 교수와 고정 코너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안철수 의원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눴다. 당시 황 교수가 외국에 있어서 전화 통화로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음질이 좋지 않아서 문제가 있는 부분을 드러내고 방송을 내보냈다. 그런데 황 교수가 '편집 때문에 인터뷰 내용 요지가 잘 드러나지 않으니 본인 부분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실랑이가 있었지만, 출연자 요청이니 받아들이자고 생각해 방송을 내렸다. 애당초 방송이 나갔다면 계속 일관되게 유지돼야 하는 게 맞았다. 정치적 외풍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그게 아니라 순전히 기술적 문제 때문에 그랬다. 저희의 불찰이었다."

지난 3월 15일 팝아티스트 낸시랭의 전시회가 열리는 청담동 한 갤러리에서 '보이는 이털남' 녹화가 진행되고 있다.
▲ '이털남'과 만난 팝아티스트 낸시랭 지난 3월 15일 팝아티스트 낸시랭의 전시회가 열리는 청담동 한 갤러리에서 '보이는 이털남' 녹화가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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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부터는 <이털남>에서 '보이는 팟캐스트'도 선보였다. 원래 비디오 방송에는 잘 출연하지 않는다고 알려졌다. 특별히 비디오 방송을 시작한 이유가 있나.
"TV토론에는 몇 번 나가본 적 있지만, 스튜디오에서 카메라를 응시하면서 촬영하는 건 나가본 적이 없다. 한 번 해보고 할 짓이 못 된다고 생각했다. 얼굴에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웃음). 하지만 '보이는 팟캐스트'는 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새로운 변화가 필요했다. 조직적 차원에서 비디오에 대한 모색이 필요하다는 걸 개인적 이유로 거부할 수 없었다. 그래서 두 눈을 질끈 감고 도전했다. 지금도 카메라를 바라보면서 말하는 건 못하겠다.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걸 카메라가 따라 다니면서 잡는 건 괜찮다.

'보이는 팟캐스트'의 처음 콘셉트는 이슈인터뷰였다. 어떤 상황이 발생하면 스튜디오 안에서 토크도 진행하고 현장도 연결하자는 식이었다. 그런데 기술적인 제약이 있어서 인물 인터뷰로 전환했다. 그래도 반응이 괜찮았다. 이슈가 아닌 인물에 천착하지만, 거기에 이슈를 섞었기 때문이다. 조회수도 상당히 괜찮았다. 따루 살미넨 편이 가장 반응이 뜨거웠다. 김지윤 좋은연애연구소장 편 반응도 괜찮았다. 이 분 인터뷰는 좀 힘들었다. 전공분야가 아니다 보니까(웃음)."

- 수많은 인터뷰를 준비하고 진행하면서 힘든 적은 없었나.
"2년간 <이털남>을 진행하면서 원고를 미리 준비한 적이 없다. 기본 팩트(사실)만 숙지하고 방송에 들어가서 말을 자연스럽게 풀자는 게 나름의 철칙이다. 판소리에 비유하자면, 출연자는 창을 하는 사람이고 진행자는 고수 역할이다. 따라서 장단만 잘 맞춰주면 된다고 생각했다. 인터뷰이가 최대한 말을 많이 할 수 있게, 하고 싶은 말을 적절히 할 수 있게 물길만 잡아주면 된다. 출연자에게도 녹음 시작 전에 '육두문자 나와도 편집해서 걸러드릴 테니 술자리처럼 자연스럽게 이야기하세요'라고 말한다."

- 이슈 인터뷰뿐만 아니라 요일별로 진행한 고정코너 인기도 좋았다. 특히 김종대의 '돈, 권력 군사'와 오창익의 '인권이야기'에 대한 애청자 반응이 뜨거웠다.
"김종대 <디펜스21 플러스> 편집장 코너가 인기 있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콘텐츠의 신선함이다. 팟캐스트 청취자에게는 군사·안보라는 분야가 생경했을 것이다. 또 하나는 김종대 편집장 화법의 특색 때문이라고 본다. 일명 '저잣거리 화법'이다. 방송에 나와서 근엄하게 입장을 밝히는 게 아니라 술 마시면서 뒷담화를 펼쳐놓는 방식으로 말하는 게 군사·안보라는 어려운 분야를 커버해줄 수 있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코너는 삶하고 직결된 문제를 다뤘다. 우리가 무심코 흘러버린 부분에 대해 감수성을 환기시켜줬다. 듣기는 불편하지만 돌아보면 감수성을 자극하는 방송이었다는 점이 중요한 성공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본다."

팟캐스트에 '빈 파일'만 업로드... 이게 다 '애플' 때문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을 진행한 김종배 시사평론가.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을 진행한 김종배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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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이털남>을 진행하면서 아쉬웠던 점도 있을 것이다.
"여야와 정부·국민 사이를 넘나들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인터뷰를 해보고 싶었는데 생각만큼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민주당 의원을 불러서 인터뷰한 만큼 새누리당 의원들을 불러서 인터뷰하고 싶었고, 구체적인 현안에 대해 정부 입장을 듣고 싶었다. 하지만 이들이 출연을 안 했다(웃음). 이게 제대로 안 이뤄져서 아쉽다.

또한 처음 방송을 시작하기 전에는 한 시간이건 두세 시간이건 뽕을 뺄 때까지 인터뷰하겠다는 욕심이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초심이 오래 못 갔다. 인터뷰 후의 후속과정이 힘들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팟캐스트 방송들은 대부분 주 단위였다. 하지만 <이털남>은 데일리 방송이기 때문에 매일 정해진 시간에 맞춰 방송을 올려줘야 했다. 특히 <이털남>은 '퇴근길 시사 팟캐스트'라는 콘셉트의 방송이기 때문에 늦어도 오후 5시에는 업로드가 돼야 했다.

첫 방송 때는 오후 1~2시께 업로드를 시도했다. 그런데 애플 팟캐스트 창에 오후 8시가 되도록 업로드가 안 됐다. 난리가 났다. 알아보니 애플 미국 본사와의 시차 때문에 그쪽에서 업로드를 안 해 준 것이었다. 방송을 올리는 데 한 나절이 걸리다 보니 나중에는 업로드 시간을 어떻게든 맞춰보려고 제목만 있는 빈 파일을 올려놨다가 녹음 후 내용을 바꾸는 자구책을 강구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조회수 올리려고 별 짓을 다 한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결국 업로드 때문에 초기 몇 달 간 고생을 하면서 '뽕을 뺄 때가지 인터뷰 하자'는 생각은 일찌감치 포기했다."

- <이털남> 이후의 활동 계획이 궁금하다.
"따로 방송을 준비하고 있다. 오래 지나지 않아서 다른 팟캐스트를 통해 청취자 여러분을 만날 것이다. 제 본업인 시사평론가의 역할에 맞게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5~6년 전부터 꿈꿔온 콘텐츠 전달 방식을 실현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발표 시점은 내년 2월 정도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 시사 콘텐츠의 유통 방식은 두 가지다. 하나는 신문·방송에서 사실을 전달하고 해설·분석하는 것. 또 하나는 단행본이다. 이 중간 지점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콘텐츠 전달 방식을 모색하고 있다."


태그:#이털남, #김종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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