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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5 전쟁을 아시나요? 밀양 할매, 할배들이 지팡이 들고 뛰어든 싸움터입니다. 박근혜 정부가 지난 10월 1일부터 밀양 765kV 송전탑 공사를 다시 시작하면서 싸움은 더욱 거세졌습니다. 대학가 등 전국 곳곳에 '안녕 대자보'가 나붙는 하수상한 박근혜 정부 1년,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은 시민기자와 상근 기자로 현장 리포트팀을 구성해 안녕치 못한, 아니 전쟁터와 다를 바 없는 밀양의 생생한 육성과 현장 상황을 1주일여에 걸쳐 기획 보도할 예정입니다. [편집자말]
할아버지, 할머니와 청소년들까지 300여 명의 지역주민이 촛불을 들고 추모제에 참석했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청소년들까지 300여 명의 지역주민이 촛불을 들고 추모제에 참석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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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 있는 정치인들과 생명의 소중함을 아는 이 땅의 백성들이 좌절과 공포로 허물어진 밀양을 다시 일으켜 세울 때까지, 한국전력이 오만함을 꺾고 진심으로 사과하며 모든 논의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 때까지, 그리하여 남아있는 당신의 가족과 이웃들이 아픔과 상처를 씻고 웃는 그 날까지 기다리소서." - 추도사 중

스님들이 고 유한숙 어르신에게 절을 올리고 있다.
 스님들이 고 유한숙 어르신에게 절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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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시민들도 술을 올리고 인사를 드리고 있다.
 일반 시민들도 술을 올리고 인사를 드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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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유한숙 어르신 추모제가 지난 21일 경남 밀양시 영남루 계단에서 이철헌 조계종 환경위원 사회로 대한불교조계종 장명스님(환경위원장), 보화스님(사회부장), 혜민 통도사 사회부장 스님과 김준환(밀양765Kv송전탑대책위원장) 신부와 지역주민 등 300여 명(대책위 추산)이 모인 가운데 열렸다.

이날 추모제에서는 유가족인 아들과 딸, 대책위, 주민 등이 국화 헌화와 술(막걸리)을 올렸다. 그리고 장명 스님 외 환경위원회 일곱 분의 스님들의 영가 추모제와 대길 무용단장의 진혼무로 극락왕생을 위한 천도재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스님들과 참석자들이 추도사를 재창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스님들이 영가 천도의식을 하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스님들이 영가 천도의식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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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대한불교조계종 환경위원장인 장명 스님의 추도사가 이어졌다.

대한불교조계종 환경위원장인 장명 스님
 대한불교조계종 환경위원장인 장명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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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숙 영가시여! 그 막막함을 어찌 풀어야 할까요, 평생 피땀 흘려 일군 당신의 농장 앞에, 가족들의 웃음과 눈물이 스민 당신의 집 앞에 송전탑이 들어선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에 그 막막함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불한당처럼 들이닥쳐 협의도 협조도 아닌 통보를 했을 때, 그것도 하 세월 다 보내고 11월경에야 겨우 알려줬을 때 당신의 가슴을 짓눌렀던 그 막막함을 과연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유한숙 영가시여! 그 두려움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765kV에 고압선 아래에서 지치고 병들고 죽어갈 나날들, 더는 갈 곳도 없고 또는 갈 수도 없어 죽어가는 땅에 주저앉아 그저 눈물만 흘려야 할 나날들, 결코 오지 않기를 바랬던 나날이 코앞에 닥쳤을 때 눈앞이 깜깜했을 당신의 두려움 과연 우린 어떻게 할까요,

유한숙 영가시여! 그 억울함을 어찌 풀어야 할까요, 그저 우리 살던 곳에서 살도록 내버려 달라는 것뿐인데 이웃들과 웃으며 늙어가도록 내버려 달라는 것뿐인데, 한편에서 자기들밖에 모르는 집단으로 매도했을 때 억장이 무너졌을 당신의 그 억울함을 과연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갈라 터진 손으로 씨를 뿌리고 땡볕에 땀 흘리며 김을 매면서 가을 추수한 품으로 끼니나 때우게 해달라는 것뿐인데 한편에서 돈도 받으려고 으름장만 놓는 욕심쟁이로 매도했을 때 억장이 무너졌을 당신에 억울함을 과연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유한숙 영가시여! 내 집 내 땅에도 발붙일 수 없어 세상의 중심인 당신에게 과연 어디에서 편히 쉬시라고 말씀드려야 할까요, 권력 앞에서 눈감고 귀가 멀은 자들에게 산이 울고, 강이 울고, 사람들이 울부짖는 이 참혹한 실상을 과연 어떻게 알려야 할까요. 한여름에도 긴 옷을 입고, 한겨울에도 반팔을 입어야겠다며 시골노인 한둘쯤 세상 뜨는 걸 아랑곳하지 저들에게 생명보다 귀한 건 없다는 진리를 과연 어떻게 알려야 할까요.

유한숙 영가시여! 기다리소서, 양심 있는 정치인들과 생명의 소중함을 아는 이 땅의 백성들이 좌절과 공포로 허물어진 밀양을 다시 일으켜 세울 때까지 기다리소서, 한국전력이 오만함을 꺾고 진심으로 사과하며, 모든 논의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 때까지 기다리소서. 그리하여 남아 있는 당신의 가족과 이웃들이 아픔과 상처를 씻고 웃는 그 날까지 기다리소서. 그날이 오면 부디 이 억울함과 원통함을 씻고 서방정토 극락세계에 왕생하소서, 아미타불 품 안에서 편히 쉬소서."

다음은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부장인 보화 스님의 추도사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부장인 보화 스님의 추도사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부장인 보화 스님의 추도사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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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유한숙 영가시여! 동지섣달 설안풍에 어디로 가시려고 세상을 저버렸습니까. 국책사업에 준하는 공공기업의 이 사업에 해당 지역 주민들과 충분한 대화 소통을 통해서 합의를 이루어내지 못하고 이렇게 한목숨을 또 보내게 한다니 원통하고 원망스럽습니다.

살아생전에 못다한 한일랑 오늘 이렇게 대한불교조계종환경위원회 여러분들과 밀양지역의 사부대중이 정성을 모아서 유한숙 영가에 아픔을 같이 나누고 한을 달래고자 정성을 모았으니, 생전의 한일랑 저 밀양강에 툴툴 털어 버리고 이제는 더 이상 고통이 없는 안락한 세계로 잘도 잘도 가소서. 대한불교조계종환경위원회 모두는 고 유한숙 어르신에 유지를 잘 받들어서 이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힘을 모을 것이고, 우리 정부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이 지역주민들의 한스러움을 좀 더 성의 있는 노력을 가지고 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드립니다. 부디 잘 가소서."  

다음은 밀양 765송전탑반대대책위원장인 김준한 신부의 추도사다.

밀양 765송전탑반대대책위원장인 김준한 신부가 추도사를 낭독하고 있다.
 밀양 765송전탑반대대책위원장인 김준한 신부가 추도사를 낭독하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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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만나고 또 헤어지고 그 맺고 피는 것은 인간의 뜻이 아니라 하늘의 뜻인 걸로 압니다. 하늘이 맺어 주신 인연은 누구도 함부로 할 수 없고 그 인연에는 숨겨진 뜻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어느 날 어느 때 유한숙 어르신과 이 밀양에 어르신들이 이렇게 만나게 되고 또 영으로나마 어르신을 떠나 보내는 마음들은 한결같으리라고 생각합니다.

허나 불명 하늘의 뜻이 있을 것이고 유한숙 어르신과 우리의 인연이라 생각합니다. 당신께서는 떠나시지만, 그 유지가 여기에 살아남아 우리를 하나로 모아 주리라고 믿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이 어르신들의 힘이 미약하다고 얘기합니다. 끝내는 한전이, 정부가 이 힘없는 사람들을 굴복시키고 그렇게 군홧발로 이 산천을 짓밟으면서 그 어마어마한 송전탑을 세우고 그렇게 지나갈 거라고 이야기합니다.

허나 우리가 죽음을 넘어서도 하나가 될 수 있는 것처럼 오늘 유한숙 어르신과 저희가 맺었던 그 인연만큼 질기게 쌓아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르신이 이렇게 남겨 주신 뜻 그 덕에 우리가 맺어진 인연들, 불명이 업이기도 하지만, 그것을 풀어내기 위한 그 숨은 뜻이 하늘에서부터 여기에 또 다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르신을 기억하면서 저희들은 끝까지 싸우고 결코 인간적인 욕망이나 사사로운 감정으로 일을 그르치지 않고 어디에도 치우침이 없이 공정하게 또 올바르게 사람이 더 행복하게 그 일들이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어르신의 뜻 잊지 않고 언제나 기억하면서 저희들 지켜봐 주시고 또 우리에 길을 함께 걸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유족 고 유한숙 어르신의 장남인 유동한 씨가 참석한 분들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있다.
 유족 고 유한숙 어르신의 장남인 유동한 씨가 참석한 분들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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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유한숙님의 장남인 유동환씨는 "오늘 추모제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 스님들과 대책위, 밀양시민들에게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추모제는 대한불교조계종이 대책위에 금일봉을 전달하면서 끝났다.

대길 무용단장의 진혼무로 넋을 달래고 있다.
 대길 무용단장의 진혼무로 넋을 달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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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할머니와 청소년들까지 300여 명의 지역주민이 촛불을 들고 추모재에 참석했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청소년들까지 300여 명의 지역주민이 촛불을 들고 추모재에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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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밀양 산외면 보라마을에서 농사짓던 고 이치우(당시 74세) 할아버지는 2012년 1월 16일 분신자살했다. 또 상동면 고정리에서 돼지를 키우던 고 유한숙(74세) 할아버지는 지난 2일 음독자살을 시도했다가 지난 6일 사망했다. 유족은 "아버지는 한전이 죽인 것이다"며 무기한 장례를 연기했다.

하지만 한국전력공사는 송전탑 공사를 계속하고 있다. 한전은 신고리원자력발전호 3, 4호기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경남 창녕 북경남변전소까지 가져가기 위해 송전선로 공사를 벌이는데, 밀양 4개 면(산외·부북·상동·단장)에 총 52기의 철탑을 세울 예정이다.


태그:#밀양 송전탑 , #추모재, #고 유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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