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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민영화를 비롯한 현 시국을 비판한 고려대 학내 대자보 '안녕들 하십니까'를 읽고 뜻을 모은 학생들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시국촛불집회에 참석해 깃발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자료사진)
▲ '안녕들 하십니까?' 깃발 흔드는 고대생 철도민영화를 비롯한 현 시국을 비판한 고려대 학내 대자보 '안녕들 하십니까'를 읽고 뜻을 모은 학생들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시국촛불집회에 참석해 깃발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자료사진)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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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가 전국 대학 등 한국 사회 각계로 퍼지고 있다. 하지만 일부 대학에서 대자보 게재에 제동을 걸고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을 통해 대학생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학생활동 사전 승인' 등 전국 대학의 비민주적 학칙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찬우·박광홍(제주대 사회학과 1학년)씨는 대학에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학생회관에 붙이려고 17일 동아리연합회를 찾았다. 하지만 동아리연합회는 대자보 게재를 허가하지 않았다. 동아리연합회 측은 "대학본부에서 앞으로 '안녕들 하십니까' 관련한 대자보에 직인을 찍어주지 말라고 한 것이 대학본부 관련 부서 지침"이라고 밝혔다. 김씨와 박씨는 어쩔 수 없이 대학본부에 붙이지 못하고 대학 정문에 대자보를 붙였다.

정치적 내용은 오해될 소지가 있다고?

이에 대해 박광홍씨는 "학생복지과의 지침은 학문의 장이라는 대학의 역할을 고려할 때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처사"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학본부는 외압설을 전면 부인했다. 학생복지과 관계자는 기자와의 만남에서 "학생회와 관련 내용을 논의한 적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학본부의 주장에도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사건이 커질 조짐이 보이자 동아리연합회가 말을 바꿨다. 동아리연합회 관계자는 기자와 전화 인터뷰를 한 지 30분도 안 돼 해명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의사소통에 차질이 있었다"면서 "학생복지과의 외압이 아니라 정치적인 내용의 자보가 학생회관에 부착되면 해당 의견이 동아리연합회의 정치적 견해로 왜곡될 오해가 있어 학생회 자체적으로 대자보 게재를 제한한 것"이라고 정정했다.

또 동아리연합회는 자보 게재 불허에서 물러나 자보를 1주일간 붙일 수 있도록 제한적으로 허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관련 내용을 자보 게시 학생들에게 양해를 구했다"고 말했다.

대자보를 훼손도 이어졌다. 제주대에서는 학내 대자보 게재를 거부당한 2인을 포함해 3명의 학생이 대학 인근 버스정류장 대자보를 부착했다. 하지만 대자보는 금방 사라졌다.

17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중앙도서관 터널 게시판에 부착되어 있는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를 학생이 지나가며 보고 있다. (자료사진)
▲ 서울대는 '안녕들하십니까?' 17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중앙도서관 터널 게시판에 부착되어 있는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를 학생이 지나가며 보고 있다. (자료사진)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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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일부 대학이 '학생활동의 사전 승인' 등에 관한 규정 등 비민주적 학칙을 근거로 재학생의 정치적 발언, 활동 등을 규제하는 것이 문제"라고 주장한다. 제주대의 한 학생은 "유신독재에나 있을 법한 표현의 자유 침해가 이뤄지고 있다"고 개탄했다.

제주대 등 일부 대학은 '학생활동의 사전승인' 등 비민주적 학칙을 근거로 대자보 게재를 금지하고 있다.

문제가 되고 있는 규정은 '제주대학교 학칙' 제4장 학생 생활에 관한 규정이다. 특히 제1절 제79조에는 '학생활동의 사전 승인'에 관한 규정이 명시돼 있다. 79조 제1항에는 "학생회·학생단체 또는 학생이 다음에 열거하는 행위를 하고자 할 경우에는 사전에 총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승인 대상에는 ▲ 교내 광고인쇄물 첨부 또는 배부 ▲ 외부인사의 학내 초청 ▲ 간행물의 편집과 배포 등이 포함돼 있다.

또한 '제80조(학생간행물의 지도)'에는 "학생회, 학생단체 또는 학생이 발행하는 간행물의 편집은 그 질적 향상을 위하여 사전에 관련 전공교수의 지도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와 함께 '제81조(학생활동의 제한)'에는 "학생은 수업·연구 등 학교의 기본 기능수행을 방해하는 개인 또는 집단행위와 교육 목적에 위배되는 활동을 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이 규정에 대해 많은 학생들은 거부감을 내비쳤다. 제주대의 한 학생은 "대한민국 최고법인 헌법에서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 인권 등을 해당 학칙이 위배하고 있다"면서 "관련 규정을 하루빨리 없애야 한다"고 밝혔다.

또 일부 교수들 역시 이런 규정에 대해 불합리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한 교수는 "학생들의 자율권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규정"이라며 "현재 관련 규정이 지켜지지 않는데도 이 규정을 수정하지 않는 것은, 학생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 활동을 할 때 이를 악용하겠다는 심산"이라고 지적했다.


태그:#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비민주적 학칙, #유신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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