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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진구 노인복지회관과 사랑의 와플하우스 1호점의 전경.
 광진구 노인복지회관과 사랑의 와플하우스 1호점의 전경.
ⓒ 정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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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취재 : 정혜림, 이성실, 이영은, 백현욱]

사회적 기업이란 수익을 창출하는 영업활동뿐만 아니라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는 기업을 말한다. 일반 기업은 단순히 이윤만을 추구하는 반면 사회적 기업은 취약 계층에게 일자리나 사회 서비스를 제공해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인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에서는 1970년대부터 시작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 6월부터 시작됐다. 서울 광진구 노인복지회관에서 운영하는 '사랑의 와플하우스'도 사회적 기업이다.

'사랑의 와플하우스'를 아시나요?

지하철 7호선 어린이 대공원 역에서 도보 15분. 광진구노인종합복지관 1층에는 '사랑의 와플하우스'가 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그려진 사랑의 와플하우스 로고와 빨간색의 외관이 인상적이다. 카페 앞 테라스에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어서 오세요."

문을 열고 들어가자, 빨간 유니폼을 입은 편안한 인상의 '실버' 바리스타가 인사를 건넸다. 20여 개의 테이블이 놓인 넓은 실내와 현대적인 인테리어가 눈길을 끈다. 이른 아침이라 카페 안은 비교적 한산했다.

사랑의 와플하우스는 광진구노인종합복지관에서 노인 일자리 제공을 위해 운영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김재성 노인복지관 복지부 과장은 "일반적으로 노인들의 일자리가 경비, 청소 등 단순 노무형 밖에 없다. 좀 더 다양한 일자리가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 탄생한 것이 사랑의 와플하우스"라고 설립 배경을 밝혔다.

'사랑의 와플하우스'는 지난 2010년 2월부터 준비를 시작해 이듬해 12월에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 공식 등록했다. 2011년부터 광진노인종합복지관 1층에 1호점을 오픈한 이후, 아차산 입구에 이동형 차량으로 2호점을 오픈해 현재 두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1호점은 오전 8시에 오픈해 오후 9시에 마감한다. 그러나 노천카페인 2호점은 지리적 여건상 오후 5시에 문을 닫는다. 이동형 차량이기 때문에 할머니 한 분과 운전이 가능한 할아버지 한 분으로 구성된 2인 체제로 운영된다. 지점 당 5명의 직원이 일하고, 모든 직원(10명)이 바리스타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숙련도를 유지하기 위해 전문 바리스타에게 정기적인 교육도 받는다.

팀장은 하루에 8시간을 근무하고, 나머지 직원들은 하루 4시간씩 주 20시간을 일한다. 이렇게 근무시간이 짧은 이유는 사랑의 와플하우스가 사회적 기업으로서 여러 명의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게 목적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받는 시급은 최저임금으로 4860원. 월급으로 환산하면 적은 액수지만, 직원들은 새로운 일을 하기 힘든 나이에도 바리스타라는 전문직을 갖게 돼 만족한다고 했다. 사랑의 와플하우스는 자진퇴사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1년 단위로 고용승계가 이루어진다. 결원이 생길 경우엔 남녀구분 없이 만 55세 이상이고 바리스타 자격증이 있다면 지원이 가능하다.

이곳은 시간대별로 손님이 다르다. 오전에는 근처 초등학교의 학부모들이 찾아오고, 점심에는 수업을 마친 자녀들과 함께 오는 어머니들이 많다. 오후에는 주로 어르신들이, 저녁에는 근처 세종대 학생들이 자주 찾는다. 평소 이곳을 자주 찾는다는 손님 김용남씨는 "다른 곳보다 가격도 싸고 맛도 좋다. 노인복지관에서 운영하는 것을 알고 난 후로는 더 자주 이용한다. 앞으로 고령자 취업을 위해 이런 곳이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광진구 노인복지부 사무실에서 김재성 과장이 ‘와플하우스 설립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광진구 노인복지부 사무실에서 김재성 과장이 ‘와플하우스 설립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정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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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과장은 "우리는 대한민국 커피 1세대 '박이추' 장인의 직계제자가 직접 로스팅한 보헤미안 커피를 사용하기 때문에 커피 맛은 보장한다"라고 말했다. 좋은 원두를 사용하지만 이곳의 커피 가격은 아메리카노 기준 1500원이다. 일반 프랜차이즈 카페에 비하면 상당히 저렴하다. 두 지점을 합쳐서 지난해 연매출은 1억 7000만 원이다. 인건비와 운영비를 제외한 수익금은 대체로 사업을 위해 적립하고, 일정액은 지역사회를 위해 기부한다.

실버 바리스타, 제2의 인생

"노인이지만 누군가 써준다는 점에서 희열을 느끼고, 나도 뭐든 할 수 있다는 것에서 기쁨을 느껴요."

사랑의 와플하우스 2호점에 근무하는 안윤자(68·여) 팀장은 "노인들이 일하는 카페지만 위생이나 맛을 보장해야 한다. 카페문화라는 것이 젊은이들의 문화로 한정되어 있지만, 바리스타로 일하다 보니 신세대를 따라가게 되고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사랑의 와플하우스에서 근무하는 노인들은 이전에 대기업 사원, 개인 사업자, 주부 등 다양한 직종에 종사했었다. 그런데 특별히 바리스타를 선택한 계기가 있을까.

와플하우스 1호점 윤석우(65, 남) 팀장은 "원래 커피에 관심이 많았다. 와플하우스는 바리스타 자격증이 필요하진 않았지만 나는 동서울대 바리스타 과정을 찾아가서 직접 배웠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자부심을 가지고 일을 하다 보니 자녀들의 인식도 바뀌었다. 자녀들의 반응에 대해 안 팀장은 "처음에는 '용돈 더 드릴게요, 나가지 마세요'라고 했었다. 그런데 실제로 여기에 와서 일하는 것을 보면 좋아한다. 자녀들에게 생활의 활력이 된다고 설명을 하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정부는 노인복지제도를 강화하고 경제적 자립과 자아실현을 원하는 노인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 노인들이 일할 수 있는 자리를 늘리고, 이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윤 팀장은 "혼자 살고 있는 노인들이 많다. 정부는 가족만큼 관심을 가지고 보살펴야 한다"며 보다 직접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고령 근로자에 대한 기업들의 부정적 인식이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사회적 기업의 한계

사랑의 와플하우스는 내년부터 운영의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서울시의 사회적 기업 지원금이 내년부터 끊기기 때문이다. 사회적 기업은 예비 사회적 기업 시절에는 전액을 지원 받고 햇수가 지나면서 점진적으로 지원금이 줄어든다. 1년차에는 90%, 2년차 70%, 3년차 50%의 지원을 받는다. 2011년에 문을 연 사랑의 와플하우스는 내년에 4년차를 맞는다.

이에 대해 광진구노인종합복지관 김재성 복지부 과장은 "자립을 위한 해결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가장 큰 어려움은 마케팅과 홍보 부분"이라고 밝혔다. 설립 초기에는 6명으로 구성된 홍보팀이 있었다. 광진구, 중랑구, 성동구의 번화가를 중심으로 홍보활동을 벌였는데 현재는 전문 홍보팀 구성이 힘들다. 커피학원 원장, 카페 점주 등에게 자문을 구하는 정도다.

그리고 예산 문제로 지점 확대나 프랜차이즈도 힘든 실정이다. 아차산 입구 노천카페의 경우 근처 정립회관에서 전기를 협조 받아 운영하고 있다. 자가발전은 기름 값 때문에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설립 초기 대기업에서 본사 사옥 내에 임대료 없이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제안도 있었지만 당시 투자금이 부족해 거절했었다. 현재로서는 지역주민이 더 많이 이용해서 이윤을 높이는 것이 최선이다. 앞으로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지속적인 운영이 이루어지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로 노력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다른 매체에도 송고할 예정입니다.



태그:#사랑의 와플하우스, #광진구 노인종합복지관, #사회적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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