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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시의 덕수궁길 도로정비 결과 보행자중심의 보차공존도로에서 차량 중심의 보차분리도로로 바뀌게 된 것에 대해 논란이 많다. 서울시에서는 이와 같은 행정편의를 위한 길, 차량이 편한 길로 바꾸고자 하는 노력은 여러 차례 있었다.

이 길을  설계한 사람으로서 지난 11월 28일자 <오마이뉴스>에 덕수궁길 사괴석 제거에 유감을 표한 기고에 이어  이번에는 덕수궁길의 보안말뚝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자 한다 (관련기사: 1호 '걷고 싶은 길' 명예 어디로? 자동차길 된 덕수궁길).

덕수궁길 차도 양쪽에 세운 야구방망이 모양의 말뚝은 2008년 당시 서울시 신청사 공사기간 동안 서울시장이 길 남쪽의 서울시청 별관에 머물렀을 때 서울시에 대한 데모 차량의 도로점령을 막기 위해 설치한 공안말뚝이다.

서울시에서는 이 말뚝이 보행자 안전을 위한 '볼라드'라고 말하겠지만, 결과적으로 보행자들을 인도에만 머물게 하고 차도로의 접근을 심리적으로 막아서 이제는 차들이 보행자에 대한 신경을 안 쓰고 신나게 달릴 수 있게 되었다.

보차공존도로에서 볼라드의 목적은 차도와 인도의 분리가 아니라 차도 변에 불법 주차를 막는 것이기 때문에 긴 말뚝을 그렇게 촘촘히 많이 박을 이유가 없다. 이유 없이 높이 만든 말뚝은 보도와 차도를 하나의 평면에 두어 보행자가 길을 광장처럼 이용하도록 한 보차공존도로의 목적을 무색하게 하고, 가로공간을 여러 조각으로 분할하여 보행자의 활동을 제약하고 있다. 또한 이 말뚝은 가로의 경관도 크게 해치고 있다.

걷고 싶은 길 조성 전 아스팔트와 공안말뚝만 있었던 덕수궁길 - 현재 서울시청 별관은 대검찰청이었다
 걷고 싶은 길 조성 전 아스팔트와 공안말뚝만 있었던 덕수궁길 - 현재 서울시청 별관은 대검찰청이었다
ⓒ 김성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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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광장처럼 넓게 보이도록 볼라드를 최대 억제한 정비전 덕수궁길 시청별관 앞
 길을 광장처럼 넓게 보이도록 볼라드를 최대 억제한 정비전 덕수궁길 시청별관 앞
ⓒ 김성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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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도 양쪽 사괴석을 제거하여 차도폭을 넓히고, 공안말뚝을 박아 차량과 사람을 완전히 분리한 차량중심의 덕수궁길 시청별관 앞
 차도 양쪽 사괴석을 제거하여 차도폭을 넓히고, 공안말뚝을 박아 차량과 사람을 완전히 분리한 차량중심의 덕수궁길 시청별관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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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설계안에서는 가로수와 볼라드를 번갈아 가면서 배치하여 볼라드 개수를 최소화하고 높이도 공간의 개방성을 위해 운전자가 식별할 수 있을 범위에서 최대한 낮게 만들었다.

서울시는 볼라드가 잘 안 보여 지금처럼 높였다고 하는데, 잘 안 보이던 볼라드는 원래 설계된 볼라드가 아니라 보차공존도로에 대한 이해없이 임의로 설치한 가시성이 낮은 짙은 회색의 무당벌레 모양의 아주 낮은 볼라드 때문이었다. 차도 양쪽에 설치되었던 무당벌레 볼라드는 보행자 보호보다는 차량 안전 유도기능 만을 하였다.

이때 1차로 한차례 덕수궁길을 차량 중심으로 바꾼 셈이다. 그 이후 2008년에는 이 무당벌레가 잘 안 보인다는 명목으로 다시 수억 원을 들여서 야구방망이 말뚝으로 바꾸었다. 현재처럼 촘촘히 설치한 긴 공안말뚝 때문에 덕수궁길은 다른 일반도로보다 차량이 더욱 편하게 달릴 수 있는 차량 친화적인 길이 되었다.

보차도 턱을 없애고 길을 광장처럼 넓게 보이도록 볼라드를 최대 억제한 
보차공존도로의 정비전 시의회 옆길
 보차도 턱을 없애고 길을 광장처럼 넓게 보이도록 볼라드를 최대 억제한 보차공존도로의 정비전 시의회 옆길
ⓒ 김성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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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괴석을 없애고 차도 양쪽 공안말뚝을 박아 차량과 사람을 완전히 분리한 차량중심의 보차분리도로로 변한 정비후 현재의 삭막한 덕수궁길
 사괴석을 없애고 차도 양쪽 공안말뚝을 박아 차량과 사람을 완전히 분리한 차량중심의 보차분리도로로 변한 정비후 현재의 삭막한 덕수궁길
ⓒ 김성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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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싶은 길을 만들기 전의 덕수궁길은 주변에 위치한 대검찰청, 미대사관으로의 접근을 통제하기 위해 아래의 70년대 사진처럼 긴 공안말뚝으로 차도와 인도를 분리시켰는데 덕수궁길은 이와 같은 비 인간적인 과거의 길로 돌아가고 있다.

이 야구방망이 말뚝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디자인 서울' 추진 시기의 작품이므로 서울시는 둥근 쇠말뚝보다 야구방망이가 더 멋있다고 자랑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는 보차공존도로의 개념, 이용자의 행태, 덕수궁길의 성격 등을 이해하지 못한 디자인을 위한 디자인이다. 많은 예산 낭비였다.

길고 둥근 쇠말뚝으로 보도와 차도를 분리한, 걷고싶은 길 조성 전 70년대 덕수궁길
 길고 둥근 쇠말뚝으로 보도와 차도를 분리한, 걷고싶은 길 조성 전 70년대 덕수궁길
ⓒ 김성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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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방망이형 보안말뚝을 박아 70년대로 회귀한 정비 후 덕수궁길
 야구방망이형 보안말뚝을 박아 70년대로 회귀한 정비 후 덕수궁길
ⓒ 김성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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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서울시장이 시청 본관에서 집무하니 이 데모방지용 공안말뚝은 보행자를 위해서 그리고 아름다운 경관을 위해서 제거되어야 한다. 그리고 덕수궁길은 원래의 사고석, 석재포장, 도판타일 등을 복원하여 원래 설계안대로 보행자 중심의 보차공존도로로 재정비하고, 미완성구간인 정동교회로부터 경향신문사까지도 걷고 싶은 거리를 완성하여, 명실공히 우리나라 '걷고 싶은 거리 제1호',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의 명성을 회복해야 한다.


태그:#덕수궁길, #보차공존도로, #볼라드, #공안말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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