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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식령 스키장 개장이 임박했다. <미국의 소리>는 11월 18일 자 보도를 통해 2014년 1월 24일 첫 스키 관광객들이 방북을 하고, 2차 관광은 2월 28일에 있다고 전했다. 미국 뉴저지의 북한전문 여행사인 <우리투어스>에 따르면 12월 말께 스키장 건설이 끝나며 일주일 동안 평양, 개성, 마식령 스키장을 여행하는 비용은 3000달러 안팎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사회주의 문명국과 연관"

마식령 스키장은 북한 강원도 원산 마식령산맥에 자리 잡은 스키장으로 조선로동당이 2012년 직접 제기한 사업이다. 국내 언론들은 마식령 스키장이 동양 최대 규모라고 보도하고 있다. 박상권 평화자동차 사장은 2012년 12월 평양을 방문해 원동연 로동당 통일전선부 부부장을 만났는데 그에 따르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스키 전문가이며 마식령 스키장 위치도 직접 정해줬다고 한다.

2013년 6월 4일 김정은 제1위원장은 '마식령속도를 창조하여 사회주의 건설의 모든 전선에서 새로운 전성기를 열어나가자'라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마식령속도'란 과거 북한이 제시했던 ▲ 천리마속도 ▲ 비날론속도 ▲ 80년대속도 ▲ 희천속도 등을 계승하는 것으로, 6월 23일 자 <로동신문>은 논설을 통해 ▲ 인민군 장병들의 결사관철정신, 공격정신에 의해 창조되는 대비약 속도 ▲ 모든 단위들에서 경쟁적으로 창조되는 전인민적 총돌격 속도 ▲ 100년, 500년 후에도 손색없이 설계하고 창조해나가는 속도라고 설명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호소문을 통해 마식령 스키장 건설의 목적이 "인민들에게 보다 훌륭한 문화생활조건을 마련"하는 것이며 "우리 인민들과 청소년들은 세계적인 수준에서 훌륭히 꾸려진 마식령 스키장에서 마음껏 스키를 타며 체력을 단련하고 장쾌한 해돋이와 풍치수려한 자연경치를 부감하면서 삶의 보람과 희열을 느낄 행복의 그날"을 그리고 있다고 했다.

2008년 11월 3일 <통일뉴스>와 인터뷰를 한 김화효 재일본조선사회과학자협회 회장은 북한이 경제강국의 수준을 "발전된 나라의 도시주민" 수준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북한은 주민들에게 선진국 주민들이 누리는 문화생활도 마찬가지로 누릴 수 있게 하려는 구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6월 5일 <연합뉴스> 보도를 통해 "북한이 특별히 스키장 같은 문화휴양시설에 집중하는 것은 김정은 시대 들어 사회주의 문명국과 인민생활 향상을 강조하는 것과 연관이 있다"고 분석했다.

스키장 건설 방해도 만만찮아

국내 일부 언론들은 올해 여름 집중 호우로 마식령 스키장 건설장에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했다고 보도했지만, 8월 들어 북한이 외국 관광회사 대표들을 대거 초청해 이런 주장을 일축하기도 했다. 언론이 공개한 위성사진은 흙탕물이 다량 흘러내린 수준으로 대규모 산사태라 보기는 어려웠다.

한편, 8월 24일 북한 스키협회 대변인이 담화를 발표해 "일부 나라들이 유엔제재라는데 걸려 우리나라에 들여오기로 되어 있던 스키장 삭도(리프트) 설비 수출을 가로막는 비정상적인 사태가 벌어졌다"며 스위스 정부의 스키 리프트 반출 불허를 비난했다. 북한이 스위스의 리프트 제작 전문업체 바르트홀레트 마쉬넨바우(BMF)와 리프트, 곤돌라를 결합한 케이블카 시스템을 755만 프랑(약 91억 원)에 구매하기로 계약을 맺었으나 스위스 정부가 유엔제재 품목이라는 이유로 반출을 불허한 것이다.

한 달 안에 스키장 공사가 끝나는 걸로 보아 리프트 문제는 다른 식으로 해결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언론들은 백두산에 있는 다른 스키장 리프트를 옮겼다거나 중국에서 수입했다고 보도하고 있으나 확인은 안 된 상태다.

마식령 스키장은 경제 호전 징조?

북한의 동양 최대 스키장 건설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일단 북한은 한국에 비해 산이 많고 겨울이 길며 눈도 많이 내려 스키장에 더 적합한 환경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스키장이 많지는 않은데 백두산 북포태산 스키장, 베개봉 스키장, 삼지연 스키장 등 양강도 삼지연군에 밀집한 세 개의 스키장이 알려져 있으며 주로 선수 훈련용이라고 한다. 국내에 18개 스키장이 있는 것에 비해 적은 수라고 할 수 있다.

왜 북한은 유리한 환경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스키장이 적을까?
한국 최초의 스키장은 강원도 용평리조트 스키장으로 1975년 개장했다. 그러나 스키가 대중화된 건 한참 뒤의 일이다.

20여 년 동안 축적된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스키(스노보드 포함)를 탈 줄 아는 성인 인구는 1994년에 불과 6%에 불과했으며 2003년 16%, 2005년 19%, 2013년 36%로 꾸준히 늘고 있다. 또한 2003년~2004년 1년 동안 스키장을 찾은 성인 인구는 10%, 2012년~2013년에는 18%로 스키를 탈 줄 아는 사람 가운데 1년 동안 실제 스키장에 간 사람은 절반 정도 된다는 걸 알 수 있다.

한국스키장경영협회가 1990년 설립됐고, 대한스키협회가 1995년 설립된 것까지 감안하면 한국에 본격적으로 스키가 도입된 것은 90년대이며, 널리 대중화된 것은 2000년대로 추정할 수 있다. 실제로 강촌리조트스키장, 오크밸리, 하이원스키장, 에덴밸리 리조트, 곤지암 리조트, 오투 리조트 등 여러 스키장이 2000년대 들어 신규 개장했다. 스키를 사치스러운 운동으로 여기는 사람 비율이 1994년 50%에서 2005년 26%, 2013년 17%로 급감한 점도 이런 추정을 뒷받침한다.

그런데 북한의 경우 90년대 중반부터 '고난의 행군'이라 불리는 심각한 경제 위기를 겪었다. 즉, 스키를 본격 도입하고 대중화해야 할 시기를 놓친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북한이 마식령 스키장 건설에 국가적 관심을 돌리고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은 경제 여건이 그만큼 호전됐음을 말해준다. 물론 북한은 아직까지 '인민경제 선행부문' '경공업과 농업' 등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1, 2년 사이에 스키장 건설, 유원지 건설 등에 집중적인 관심을 쏟는 것을 보면 그만큼 경제 발전 속도가 안정화되어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 하겠다.

관광상품으로 적합한 곳

마식령 스키장은 최근 북한이 관심을 갖고 있는 관광산업과도 연계지어 생각할 수 있다. 마식령 스키장은 원산시에서 40km 정도 떨어져 있고, 평양-원산 고속도로가 지나며 금강산이나 최근 개간한 세포등판 목장과도 연계할 수 있어 관광상품으로 개발하기 적합하다. 또한 북한이 원산시에 제2국제공항을 건설할 계획도 있어 국제관광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외국 관광회사 대표들을 대거 초청한 것을 보면 북한은 해외 관광객 유치도 고려하고 있을 것이다. 8월 10일 〈로동신문〉은 스위스의 베르비에(Verbier), 프랑스의 세인트 모리츠(St. Moritz)와 샤모니(Chamonix), 이탈리아의 코르티나 담베초(Cortina d'Ampezzo), 캐나다의 휘슬러 블랙콤(Whistler Blackcomb) 스키장을 세계의 이름난 스키장으로 꼽고 마식령 스키장도 세계적 스키장이 될 것이라고 보도하였다.

마식령 스키장 개장과 동시에 미국 여행사가 스키관광을 개시하려는 것 역시 북한이 해외 관광객 유치에 신경 쓰고 있음을 말해준다. 스키장을 찾아 해외여행을 떠날 정도면 당연히 국제적 수준의 스키장을 찾을 것이다. 마식령 스키장은 세계 최고로 꼽히는 캐나다의 휘슬러 블랙콤 리조트나 유럽의 유명 스키장까지 가기에는 부담스러운 아시아권 스키 마니아들에게 최적의 관광지가 될 수 있다.

북한은 관광산업과 함께 국제대회 유치도 고려하고 있을 것이다. 지난 9월 1일 마식령 스키장 공사장을 방문한 일본 언론들에게 원길우 북한 체육성 부상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시 대회장 제공을 요청하면 응할 수 있다고 밝혀 공동개최 의사가 있음을 알렸다. 2일에도 장웅 북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은 "마식령 스키장이 건설되면 국제대회에도 쓰고, 가능하면 올림픽 경기에도 이용할 수 있다"며 동계올림픽 공동개최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러나 2018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올림픽은 월드컵과 달리 모든 경기를 개최 도시에서 진행하도록 한 국제올림픽위원회 규정에 어긋난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한편, 11월 29일 <미국의 소리>는 북한이 마식령 스키장을 다용도 휴양지로 개방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여름에는 승마장으로 활용해 "말을 타고 산에 올라 경치를 구경하고 야유회를 즐기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한다. 또 승마장 말고도 각 계절에 맞는 위락시설을 운영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중국의 <1코리안뉴스>는 북한이 마식령 스키장 슬로프에 잔디를 심고 있다면서 이는 여름에 잔디스키(Grass ski)나 잔디 썰매 등 신종 레저 스포츠를 즐기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국 스키인구는 갈수록 늘고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따뜻하고 산이 적어 설질(雪質)이 좋지 않고 스키장 개발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준비하는 데도 활강경기장을 구하지 못해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인 가리왕산 중봉을 훼손할 수밖에 없어 논란을 빚을 정도다. 지구 온난화가 계속되면 이런 문제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한국에 비해 기온이 낮고 산이 많은 북한이 마식령 스키장을 개방하고 또 더 많은 스키장을 개발한다면 한국 스키인들에게도 기쁜 소식이 될 것이다. 특히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면서 연계상품으로 개발하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싶다.

덧붙이는 글 | NK투데이에도 실린 글입니다.



태그:#마식령, #스키장, #마식령스키장, #마식령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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