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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산에 살고 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마산만에서 매립공사가 시작되었다. 가포지역에 큰 벽이 서더니 바닷가를 매립한단다. 그곳은 우리 가족들도 자주 애용하는 장어집이 많았던 동네라 의아했다. 장어를 먹으며 바다를 볼 수 있는 매력이 있어 자주 찾았던 곳이다.

하루하루 바다가 줄어드는 것을 지켜보았다. 어른들 말로는 예전에 그곳에 가포 해수욕장이 있었다고 했다. 최근까지도 해상유원지가 있어 젊은 연인들이 오리 배를 타러 놀러도 많이 왔었다. 어느 순간 그곳이 모두 매립되었다. 이름은 '가포신항'이란다.

시간 지나보니 이번엔 마산 앞바다를 매립하기 시작했다. 이곳엔 '해양신도시'를 만든단다. '대체 왜 바다를 계속 메우지? 이런 공업시설, 상업시설을 계속 늘리는 이유가 뭘까?' 호기심이 생겼다.

관련 자료를 찾아보고 관계자들을 만나 인터뷰를 시작했다. 결론은 매립공사가 꼭 필요한 사업이 아닐 수도 있었고 너무 무리수가 많은 사업이라는 것이다.

하루하루 바다가 줄어드는 것을 지켜보며

가포신항이 조성되기 이전에 이미 제1부두에서 제 5부두가 있었다.
▲ 사업위치 평면도 가포신항이 조성되기 이전에 이미 제1부두에서 제 5부두가 있었다.
ⓒ 물생명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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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마산 가포 해수욕장이 수질오염으로 인해 폐쇄되었다. 1979년에는 국민 건강을 위협한다는 이유로 마산만에서의 어패류 채취가 금지됐다. 1982년 이곳은 적조특별관리 해역으로 지정되었고 2000년에는 특별관리 해역으로 지정됐다.

우리나라의 특별 관리 해역으로는 인천의 시화호, 광양만, 울산연안, 부산연안, 그리고 마산만 총 5곳이 있다. 마산만은 산업화와 함께 경제적 성장을 가져왔으나 바다로서의 생명력은 꺼져가고 있었다.

하지만 마산만의 과거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이 있었고 마산만 살리기 운동은 시작되었다. 쓰레기 안 버리기, 마산만 인근 청소하기, 환경단체들의 지속적인 모니터링 등으로 마산만의 봉암 갯벌도 살아나는 듯 보였다.

그런데 창원시(옛 마산시)는 다른 방법으로 마산만을 살리려고 했다. 창원시(옛 마산시)는 1990년대 초부터 마산만의 수질 개선을 위해 마산만의 바닥에 쌓여있던 오염된 뻘을 걷어내는 공사를 시작한다(이 바닥에서 걷어낸 뻘을 준설토라고 한다). 걷어낸 준설토를 투기할 장소가 필요했고 가포에 준설토 투기장을 조성한다.

왼쪽 편이 가포신항이고 가운데 도로에서 오른쪽 부분이 모두 배후지이다. 창원시에서는 배후지에 대한 분양계획을 발표했고 내년 1월중 분양에 들어간다. 이 모든 지역이 준설토 매립지이다.
▲ 가포신항 전경 왼쪽 편이 가포신항이고 가운데 도로에서 오른쪽 부분이 모두 배후지이다. 창원시에서는 배후지에 대한 분양계획을 발표했고 내년 1월중 분양에 들어간다. 이 모든 지역이 준설토 매립지이다.
ⓒ 경남도민일보 김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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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일까? 1990년대 제1차 항만기본계획에 의해 해양수산부에서는 마산에 컨테이너를 처리할 항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 놓는다. 그 후 IMF가 터지면서 국가가 공사를 진행하기 힘들어지게 되고 해양수산부는 이 사업을 민자 유치로 돌린다. 2004년 현대산업개발 등 5개 건설사와 경남도, 창원시(옛 마산시) 등이 자본금 580억 원으로 민간자본 투자회사인 마산아이포트(주)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해수부와 마산아이포트(주)가 체결한 협약을 바탕으로 50년간 항만운영권을 가지게 되고, 개장 후 14년간 최소운영수입을 보장 받게 되어 있다.

그리고 마산아이포트는 가포지역 매립을 시작으로 공사를 진행한다. 즉 준설토 매립지였던 가포 지역을 신항구로 조성한다. 컨테이너 전문 항구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허나 마산만에는 이미 자유무역지역(구 수출자유지역), 두산중공업, GM대우 등의 중공업 지역을 끼고 있는 제3부두, 제4부두, 제5부두가 있고 4부두와 5부두에서도 이미 컨테이너를 처리하고 있었다.

어쨌든 항구는 조성되었고 공사는 진행되었다. 가포신항을 개발하면 컨테이너 선박 등 대형선박들이 들어오게 되는데 큰 배들이 들어오려면 깊은 수심이 필요했다. 하지만 마산만의 수심은 얕았다. 마산만의 바닥을 다시 파내게 된다. 그런데 이 파낸 준설토를 둘 곳이 없었다. 왜냐하면 기존의 준설토 매립지였던 가포를 항구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해서 나온 방안이 '마산해양신도시' 조성 사업이었다. 즉 이 준설토를 마산 앞바다에 매립하여 '마산해양신도시'라고 하는 매립도시를 만든다는 것이었다. 결국 오염되었던 준설토를 버렸던 곳을 항구로 조성하게 되고, 항구의 원활한 가동을 또 다시 준설토를 파내고, 이 준설토를 처리하기 위해 새로운 매립을 하게 된 것이다.

폐수 유입되는데 뻘만... 누구를 위한 매립인가

11월의 모습이다. 둥근 곳 안을 모두 준설토로 매립하여 해양 신도시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앞부분만이 아니다. 저 뒤쪽까지 세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CC BY-NC-SA 이성진)
▲ 매립중인 마산 앞바다 11월의 모습이다. 둥근 곳 안을 모두 준설토로 매립하여 해양 신도시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앞부분만이 아니다. 저 뒤쪽까지 세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CC BY-NC-SA 이성진)

마산만을 살리기 위해 뻘을 파내는 발상부터가 잘못이었다. 각종 폐수가 마산만으로 계속 유입되고 있는 상황에서 뻘만 파낸다는 것은 최선의 대책이 아니었다. '언 발에 오줌 누기, 신발신고 걸레질'하는 형국이었다. 더 나은 대책을 강구했어야 했다. 1994년부터 창원시 환경사업소(덕동하수종말처리장)가 가동되기 시작했는데 차라리 하수종말처리장의 완공을 더 앞당기든지, 폐수의 유입을 차단하든지, 친환경적인 대안을 마련했어야 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오염된 뻘을 우선 파냈다.

또한 신항의 필요성이 그리 크지 않았음에도 창원시와 공사업체는 마산만의 항구 물량이 충분하고 가포신항이 분명히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공사를 강행, 완료했고, 올해 6월 승인을 취득한다.

허나 12월이 된 현재 마산아이포트(현대산업개발)는 개장 시기를 계속 연장하고 있고 더불어 용도 변경을 신청했다. 컨테이너 전문 항구에서 일반 화물처리로 사용목적을 변경해 달라는 것이 주 내용이다. 해양수산부와 큰 틀에서 합의된 상태다. 컨테이너 처리량 가지고는 예상 물량 처리가 어렵게 되자 처리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처리하겠다는 말이다. 이미 2007년부터 시민사회단체에서는 항구의 물량 예측이 잘못되었고 사업의 현실성이 없다고 여러 차례 지적했으나 묵살되었다.

2012년 5월 가포신항의 문제점을 들어 마산해양신도시 건설 사업을 반대해온 창원물생명시민연대(물생명연대)는 ▲ 마산항 개발사업의 타당성  ▲ 가포신항의 최소운영수입보장에 투입되는 혈세규모와 예산낭비  ▲ 마산항 개발사업의 기업특혜  ▲ 마산해양신도시 건설사업 환경영향평가 위반 등 4가지 사항에 대해 감사원에 감사청구를 요청하였다. 그러나 감사청구제기 기간이 이미 지났고 감사청구제기 시점에 이미 공정율이 98.5%여서 감사대상에 부적절하다는 이유 등으로 기각되었다.

현재 창원물생명시민연대(물생명연대)측 에서는 애초에 사업계획이 현실과 맞지 않았으며  가포신항에 물동량이 없으니 해양신도시에 준설토를 매립하는 공사를 전면 중단하고 더 이상의 자연 파괴를 막기 위해 해양신도시의 규모를 최소화를 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매립이 과연 최선인가? 누구를 위한 매립인가? 매립을 통해 얻는 것이 땅이라면 잃는 것은 자연이다. 공사를 위해 잠시 머문 기업들은 돈을 얻을 수 있겠으나 마산만에 기대어 평생 살아야 할 주민들은 더 소중한 것을 잃게 되는 것이다.

바다는 말이 없다. 말이 없다고 인간이 마음대로 하는 것이 문제가 없을까? 과연 바다는 어떻게 생각할까? 아니 이 바다를 보고 자랄 아이들은 무엇을 배우게 될까? 아이들에게 깨끗한 바다를 물러주는 것도 어른들의 중요한 책임이다. 당장 눈앞의 이익을 보는 것이 아니라 먼 미래를 함께 봐야 한다. 자연이 없으면 인간도 없다.

공사 현장을 보시던 어르신의 혼잣말씀이 귀에 어른거린다.

"내가 어릴 땐 저기서 수영을 했다 아이가. 잠수해서 조개도 주서 묵고, 그 땐 물이 얼마나 깨끗했는데, 마산이 얼마나 살기 좋았는데."


태그:#마산, #해양신도시, #가포신항, #준설토, #김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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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보다는 협력, 나보다는 우리의 가치를 추구합니다. 책과 사람을 좋아합니다.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내일의 걱정이 아닌 행복한 지금을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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