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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그만의 언어로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는 작가들이 있다. 누군가는 다정한 소근거림으로 또 누군가는 화려하고 강한 필력으로 세상의 희로애락을 경험하게 해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작가의 따뜻한 세상 품기에 힘을 내고 위로를 받는다. 이와는 달리 거칠고 척박한 단어의 조합으로 위로를 건네는 불친절한 작가도 있다. 약 190여년 전 파리에서 태어난, 그의 이름은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이다.

다르다가 아닌 틀리다가 되어버린 모난 돌

모난 돌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나 또한 그렇게 모난 돌처럼 직장동료에게 친구에게 그리고 가족에게도 이해 받지 못할 부분을 꽤 끌어 안고 살고 있다. 점심을 먹으러 가서 모두와 같은 메뉴로 통일하지 않는다거나, 토요일 아침에 물 대신 맥주를 마시며 주말을 시작한다거나, 여름휴가가 아닌 겨울휴가를 간다거나, 친구의 생일날 한 돈짜리 행운의 열쇠를 선물하는 나는 소위 말하는 바르게 사는 사람들과는 다르다고 평가받는다.

'개성이 중요한 세상이다'라는 말은 좋지만 사람들은 자신들이 암묵적으로 정해놓은 틀 안에서의 벗어남은 꽤 견디기 힘들어한다. 그래서 나의 행동이 '거슬린다'는 이유로 '너는 틀리다'라고 말한다. 그렇게 세상에 치이고 사람에 치이다 보면 돌아서서 단전에서부터 깊은 한숨이 올라온다. 이렇게 모난 돌로 틀려먹은 나를 위로해준 건 보들레르이다.

보들레르는 파리의 모난 돌이었다. 하는 일이라고는 유산으로 받은 돈을 흥청망청 쓰는 것뿐. 흑인 창녀인 잔느뒤발과 뒤엉켜 놀고 기괴한 필력으로 시를 쓰는 것이 전부인 한량스러운 인물이었다. 그는 지병인 매독으로 오랫동안 고통스러워 했고 그의 시는 풍기문란이라는 명목으로 일부 시가 잘려 나가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세상에서 버려진 그가 나에게 손을 뻗어 내민 건 그의 문제작 '악의 꽃'이었다.

모난 돌이 건네는 솔직한 위로

출판사 민음사
 출판사 민음사
ⓒ 조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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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꽃>은 그렇게 대중적인 책인 아니다. 단어의 선택이나 사랑의 묘사가 보는 사람에 따라 거북스러울 수 있는 호불호가 강한 시집이다. 하지만 마음이 지쳐 있거나 외롭거나 내 안의 무언가가 덜어져 버렸을 때 꼭 한 번 읽기를 권해본다.

악의 꽃 중 가장 대중화된 시인 알바트로스에서 보들레르는 세상으로부터 조롱 받는 본인을 선원들에게 조롱 받는 새에 비유한다. 이 시를 곱씹어 낭독하면 맥 없이 툭 늘어진 어깨를 다독이는 알바트로스의 날개로 위로를 받을 수 있다.

190여년 전의 천재 시인 보들레르도 세상이 정해놓은 틀 안에서 날개가 부러지듯 웅크리고 지냈다. 금빛 왕관을 쓴 자만이 사람에게 위로를 건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세상이 등돌려버린 그가 나에게 건넨 것은 다정하고 온화한 미소와 다정함이 아닌 가시처럼 따갑고 차가운 손이었다.

"네가 아프고 힘든 만큼 나 또한 아프고 힘들었다"고 그의 투박한 시가 나에게 위로를 건넸다. 보들레르 그는 나에게 부끄럽지 않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가 세상에서 받은 상처를 내게 보이며 위로를 건넸듯이 나 또한 그의 모난 돌을 닯아가며 악의 꽃을 손에 꼭 쥐고 내일을 살아가본다.


악의 꽃

보들레르 지음, 김붕구 옮김, 민음사(1974)


태그:#파리, #악의꽃, #책, #위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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