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삑-
"2500원입니다."
"3000원 받았습니다."
"거스름돈 500원 여기 있습니다. 또 오세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편의점 풍경이다. 사람들은 편의점에서 알바를 한다고 하면, 이런 장면을 떠올릴 것이다. 동시에 '어? 별로 어렵거나 힘든 일은 없겠네'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편의점 알바가 하는 일은 이뿐만이 아니다.

계산대에서 손님을 응대하는 게 기본 업무이고 매일 매일 배달되는 수십 가지의 물품의 재고를 파악하는 일도 알바가 해야하는 일 중 하나다. 이외에도 청소하기, 외부 테이블 정리하기 등등. 편의점 알바가 해야할 일은 일을 하기로 약속한 시각까지 끊임 없이 이어진다.

얼마 전까지 나도 편의점 알바생들 틈에 끼어 있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3개월. 내가 일을 그만둔 이유는, 최저임금인 시급 4860원도 안 되는 4300원을 받고 일하기엔 일이 많고 힘들었기 때문이다. 앞서 이야기했듯 사람들은 편의점 아르바이트에 대해 하루종일 앉아있다가 손님이 오면 계산만 하는 쉬운 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 경험해보면 그렇지 않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은 매일 편의점에 출근하자마자 금고안의 현금을 세고 포스기 안의 돈과 시재를 점검한다. 여기서 시재와 포스기 안의 돈이 차이가 나면 내 자비로 메워야 한다. 나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던 첫날, 시재를 점검하다가 6800원이 모자라 그 돈을 고스란히 물어낸 적이 있다. 손님에게 거스름돈을 주는 과정이나 상품의 바코드를 찍는 과정에서 실수를 몇 번 한 것이다. 점장님께서는 나의 실수로 인한 것이므로 내 돈으로 채워넣으라 했다. 그날 나는 약 한시간 반 동안의 시급을 날려버린 것이다. 그래서 하루종일 마음이 심란했다.

또 매일 배달되는 수십가지의 물품의 재고를 일일이 확인하고 진열대에 진열한다. 손님이 와서 물건을 사가지고 나가면, 그 자리에 있던 물품을 계속 채워놓아야 하기 때문에 하루종일 창고를 들락날락 거려야 한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많이 힘듦에도, 시급은 너무 적다. 그래서 항상 "이 돈 받고 계속 일해야 하나?"란 생각이 든다.

또한 가게 안에 손님이 없을 때면 계속 청소를 해야한다. 편의점에는 즉석식품을 조리해서 바로 먹을 수 있는 전자레인지와 시식대가 있기 때문에 손님이 와 먹고 나가면 바로바로 그 자리를 청소해야 한다. 그리고 매일 손님들이 먹다가 버린 음식물 쓰레기와 일반 쓰레기를 처리하고, 분리수거를 해야한다.

나의 친구 A도 편의점에서 일했는데, 그가 일한 매장은 큰데다, 입구 앞에 편의점 테이블이 여러개 놓여 있었다. 그는 매일 매장을 청소하고 상품을 관리하면서, 입구 앞 테이블 청소까지 혼자했다. 손님이 몰려드는 저녁에는 빨리 계산해달라는 손님들과 매장 밖 테이블을 닦아달라는 손님들 때문에 몸이 두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었다고 고백했다. 결국 그는 2개월도 채우지 못하고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그만두었다.  

또 밤에는 술에 취해 장사를 방해하고 난동을 부리는 손님들이 꽤 있어 야간 아르바이트생은 적지 않은 고생을 한다.

나의 친구 B는 술집이 여러 곳 있는 장소에 위치한 편의점에서 야간근무를 한 적이 있다. 그는 근무중에 술에 많이 취한 할아버지 한 분이 매장 안에 약 2시간동안 누운 채로 꼼짝도 하지 않아, 영업 방해로 경찰을 부른 적이 있었다. 어느 날은 고등학생이 담배를 요구하여 거절했다가 고등학생이 화를 내고 욕을 해 싸웠던 적도 있었단다. 하지만 친구 역시 야간에는 손님이 적다는 이유로 최저임금보다 적은 금액의 시급을 받았다.

편의점 아르바이트가 계산만 하는 쉬운 일이라고 여겨지지 않았으면 한다. 열악한 근무여건에서 힘들게 일하는 아르바이트생도 적지 않다. 앞으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의 처우개선과 안전망 구축이 필요하다.


태그:#편의점 아르바이트, #최저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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