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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분야 국회 대정부질문이 열린 19일 오전 국회는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이 시종일관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정을 비판해, 야당 의원들로부터 "서울시의회냐"는 야유를 받았다.
"질의하기 전에 TV 보시는 국민 여러분께 혹시 오해가 있을까봐 말씀드린다. 여기는 서울시 의회 질의장이 아니고 대한민국 국회 질의장이라는 점을 밝혀드린다."

원혜영 민주당 의원의 발언에 의원석 곳곳에서 키득거리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원 의원에 앞서 연단에 선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에 대해 "서울시의원이냐"는 민주당 의원들의 비아냥거림이 채 가시기 전이다. 실제 국회 대정부질문 첫날인 19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은 서울시의회 회의장이라는 착각이 들 만했다. 김성태 의원이 시종일관 박근혜 정부가 아닌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정에 대해 물고 늘어졌기 때문이다.

김성태 "박원순 시장, 배임행위"... 민주 "내년에 시의원 출마해라"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어 정홍원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을 출석시킨 가운데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을 실시했다. 닷새간의 대정부질문 일정 가운데 첫날인 이날 여야 의원들은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 검찰의 '2007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수사 결과 등 민감한 정치현안들을 놓고 양보 없는 설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됐다.

19일 국회 본회의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 나선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이 서울시의 구룡마을 개발방식과 관련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특정 토지주에게 특혜를 주기 위한 방식으로 불법적으로 변경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19일 국회 본회의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 나선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이 서울시의 구룡마을 개발방식과 관련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특정 토지주에게 특혜를 주기 위한 방식으로 불법적으로 변경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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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첫 질문자로 나선 김성태 의원은 이러한 예상을 보기 좋게 뒤집었다. 새누리당 서울시당위원장이기도 한 김 의원에게 타깃은 따로 있었다. 바로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김 의원은 정홍원 총리를 상대로 한 질문에서 "도시계획의 근간을 흔들고 특정 토지주에게 엄청난 특혜를 몰아주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구룡마을 게이트에 대해서 고발하고자 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현재 1200여 세대가 거주하고 있는 최대 무허가 판자촌인 구룡마을 개발사업과 관련해 박 시장이 대토지주의 배만 채워주고 있다는 주장이다.

김 의원은 다시 국민수 법무부차관을 답변대로 불러냈다. 김 의원은 "자신의 정치적 욕심 때문에 보상비 대신 땅을 주는 환지개발 방식으로 땅 투기꾼의 이익을 대변해가면서 대토지주의 배만 불리는 개발을 추진하는 박 시장이야 말로 분명한 배임행위"라고 공세를 폈다.

그는 이어 "사업시행방식 변경이 있었지만, 서울시는 도시민들에게 재공모, 열람의 기회를 주지 않고 시행령을 위반해가면서까지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검찰의 수사를 촉구했다. 국민수 차관이 "고소나 고발이 있을 경우 적절하게 수사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자, 김 의원은 '근거 없는 추론'까지 동원하며 국 차관을 압박했다.

김 의원은 "지난 구청장 선거 때 강남구청장에게 구룡마을 대토지주가 돈 보따리를 싸 가지고 왔다고 한다"며 "대토지주가 정부, 서울시 등에 전방위 로비를 했을 것으로 추론되는 진술이 수사상 강력한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 시장에 대한 김 의원의 공세가 계속되자, 의원석에 앉아있던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여기가 서울시의회예요?"라는 비웃음이 터져 나왔다. 민주당 의원들은 또 "내년에 시의원 출마해", "서울시장 나오려고 그래요, 지금?"이라며 김 의원의 질문 태도를 꼬집었다. 반면 새누리당 의원들은 "사실이에요, 사실"이라며 김 의원에 대한 엄호에 나섰다.

김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의 비아냥거림이 귀에 거슬렸는지, 질문을 중단한 채 의사진행발언을 요청했다. 그는 "국회의장은 민주당 의원들의 적절치 못한, 몰지각한 행위에 대해서 바로 잡아 달라"고 말한 뒤, 다시 질문을 이어갔다.

김 의원은 질문 방향을 바꿔서, 이번에는 박원순 시장이 전임 시장인 오세훈 전 시장의 사업을 승계하지 않았다고 꼬투리를 잡았다. 그는 "정권은 바뀔 수 있고, 서울시장도 언제든 바뀔 수 있지만, 정책의 연속성은 유지되어야 한다"면서 "시장 개인의 정치적 편협성 때문에 정책의 연속성을 잃어버린 서울은 중앙정부와 불필요한 대립만 계속하면서 성장을 멈췄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전임 서울시장 때 서울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경인아라뱃길을 개통했는데, 시장이 바뀌고 나서 완전히 무용지물이 됐다"며 "무려 2조6000억 원이나 들인 사업인데, 아무리 시장이 바뀌었다고 이렇게 애들 장난도 아니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정홍원 총리는 "국책 사업이 세금 낭비로 흐른다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오히려 박 시장의 편을 드는 듯한 답변을 내놨다.

김 의원은 또 한강대교 노들섬 오페라하우스, 세운상가 리모델링 사업 등이 모두 무산된 채 논농사 부지로 전락한 예를 들면서 "논농사를 좋아하는 서울시장이면 시골의 면장을 해야지, 왜 서울시장을 해서 이 비싼 땅에…"라고 억지를 폈다.

김 의원은 박 시장이 지난 7월 발표한 경전철 사업에 대해서도 "주무 부처인 국토부와 협의도 하지 않은 채 추진하고 있다"면서 "내년 지방 선거를 앞둔 대표적인 정략적 선심성 사업"이라고 비난했다. 그러자 민주당의 한 의원은 "박원순 시장이 무섭습니까"라며 김 의원에게 면박을 줬다.

김성태 "존재감 없는 총리, 대통령 입만 바라보는 장관들"

김 의원이 자신에게 주어진 질문 시간 내내 박원순 시장만을 비판한 것은 아니다. 그는 "지금 여의도에는 대한민국 총리의 존재감이 없고, 정치력 또한 부재하다는 목소리가 높다"며 정홍원 총리를 질책하기도 했다.

그는 특히 "각 부처의 장관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는 무기력한 정부라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며 "국회 선진화법 개정 이후에 진정한 상생과 협력을 통한 국정 운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총리를 포함한 정부 각료의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고 충고했다.

그가 발언을 마치고 연단에서 내려오자, 새누리당 의원석에서는 "잘했어"라는 격려가, 민주당 의원석에서는 "서울시의회로 가"라는 야유가 각각 쏟아졌다.


태그:#국회대정부질문,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박근혜 정부, #서울시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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