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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한 차장검사가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실종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수사결과 발표하는 검찰 수사팀 이진한 차장검사가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실종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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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얘기한 '유의미한 차이'는 대체 뭡니까?"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실종사건 수사결과를 발표 뒤 이어진 기자들의 질의 중 가장 자주 나온 질문은 이날 발표 내용과 지난달 2일 중간 수사발표 내용이 다르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중간 수사발표 당시 검찰이 "초본(회의록 1번, 복원된 회의록)과 수정본(회의록 2번, 유출된 회의록) 사이에는 유의미한 차이가 있다"고 언급하자 노무현 대통령이 회의록을 수정·보완하라고 지시한 건 회의록 1번에 나타나는 특정 내용을 은폐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뒤따랐다.

국정원이 먼저 공개한 국정원 보관 회의록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이 드러나지 않았던 것도 결국 회의록 초본, 즉 회의록 1번에서 뭔가 감췄기 때문 아니냐는 여권의 주장이 힘을 받는 모양새가 됐다.

그러나 이날 수사결과 발표에서 검찰은 "모두 완성된 형태의 회의록이고 내용면에 있어서도 어느 한쪽이 더 사료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진한 서울중앙지검 2차장도 "(중간수사발표) 당시 내가 '내용상 큰 차이는 없다'고 단서를 달지 않았느냐'고 강조했다. 검찰은 회의록 1번의 사료로서의 가치를 강조했다.

결국 검찰은 중간수사발표에선 회의록 1번과 2번의 차이점을 시사했다가 최종 수사발표에선 유사성을 강조하는 모순된 행보를 한 셈이다. 또 중간 수사발표에선 정상회담 내용 은폐 가능성을 시사했다가, 최종 수사결과에선 회의록 1번의 완성도를 강조하며 참여정부 청와대 책임자들의 처벌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검찰 발표 내용을 뜯어보면 회의록 1번과 2번은 분명히 차이가 있다. 그런데 은폐시도와는 반대방향이다. 김광수 공안2부장은 "정확한 갯수를 말씀드릴 순 없지만 호칭을 바꾸고 내용을 수정·보완한 곳이 100여 군데 된다. 화자를 수정한 것도 세 군데 정도 된다"고 밝혔다. 검찰이 제시한 수정예시 상으로도 회의록 1번에서 부정확하게 기록된 부분들이 회의록 2번에는 정확하게 수정돼 있고, 아예 빠져 있는 발언도 보완돼 있는 걸 알 수 있다.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호칭을 바꾼 걸 제외하면 수정본(회의록 2번)이 사실과 가장 근접하게 구성된 것이냐'는 질문에 김 부장검사는 "회의록 2번은 회의록 1번과 5페이지 차이가 나며, 회의록 1번에서 수정·보완을 거치며 녹음을 다시 청취하고 수기 메모를 참조해 보완된 면이 있다"고 밝혔다.

발언 내용을 정확히 수록해야 할 회의록이란 점을 감안하면, A4 98쪽짜리 회의록에서 5쪽이 추가되고 화자 오류를 바로잡은 게 3건이니 회의록 2번은 회의록 1번을 상당히 수정·보완해 사실관계에 있어 한층 정확해진 것이라 봐야 한다. 검찰은 "어느 한쪽이 더 사료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지만 회의록 2번이 1번보다 더 정확해졌다는 건 부인하기 어렵다.

중요한 건 이렇게 정확도를 높인 회의록 2번은 이미 만천하에 공개돼 있다는 사실이었다. 김 부장검사는 회의록 2번에 대해 "국정원 회의록과 내용과 표현에서 거의 차이가 없는 회의록"이라고 밝혔다.

회의록 2번이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발언'을 은폐하고 있을 가능성에 주목해온 입장에선 허탈할 수밖에 없다. 한 기자는 "중간수사발표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있다'고 해서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당시) 중요한 말실수를 해 초본을 삭제했다는 식으로 받아들였다. 지금 보도자료를 보면 유의미한 차이가 거의 없지 않느냐"고 따지기도 했다.

"'보안성 강화'가 삭제지시 동기됐을 것"

그러나 회의록 1번이 삭제되고 이관되지 않은 원인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라고 결론 내린 검찰은 여전히 노 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숨기고 싶어했다는 쪽에 무게를 실었다.

삭제지시 동기에 대해 김 부장검사는 "조명균 비서관이 노 전 대통령에게 올린 (회의록 2번 보고)메모보고 전문에도 보안성을 강화하여 (회의록 1번을) 삭제했다고 나와있고, '대통령께서 보안상의 이유로 삭제지시를 하지 않았겠느냐'하는 진술도 있다"며 "저희들은 보안성이 하나의 동기가 됐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동기라는 것은 내면 의사의 영역이어서 단정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진한 차장검사도 "돌아가신 대통령의 마음을 알 순 없지만, 보도자료를 보시면 '보안성 강화'가 뭘 의미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보안성은 곧 공개여부"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날 이진한 차장검사, 김광수 부장검사와 기자들이 주고받은 질문과 답변 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실종사건 수사결과 발표를 마친 이진한 차장검사가 배석한 수사팀과 대화를 하고 있다.
▲ 결과발표 질의응답 준비하는 검찰 수사팀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실종사건 수사결과 발표를 마친 이진한 차장검사가 배석한 수사팀과 대화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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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칭과 명칭을 빼면 수정본(회의록 2번)이 사실에 가장 근접하게 구성된 것인가.
김광수 부장검사 : "유출 회의록(회의록 2번, 수정본)은 103페이지이고 국정원 회의록과 내용과 표현에서 거의 차이가 없는 회의록이다. 복원된 회의록(회의록 1번, 초본)과는 5페이지 차이다. 수정·보완 과정을거치며 녹음을 다시 청취하고 수기 메모를 참조해 보완된 면이 있다."

- 초본(회의록 1번)과의 차이는?
김광수 부장검사 : "오류를 바로 잡은 것으로 보인다."

- 노무현 대통령이 회의록 없애라, 국정원 일급비밀로 하라고 지시를 왜 했다고 보는지 설명해달라.
김광수 부장검사 : "삭제동기에 대해, 조명균 비서관이 노 전 대통령에게 올린 메모보고 전문에도 나와 있지만, 보안성을 강화하여 삭제했다고 나와 있고, '대통령께서 보안상의 이유로 삭제지시를 하지 않았겠느냐' 하는 진술도 있다. 저희들은 보안성이 하나의 동기가 됐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동기라는 것은 내면 의사의 영역이어서. 여러 사람들을 조사해 봐도 구체적 진술은 회피하고 있어 단정적으로 말씀드리기가 어렵다."

- 녹음 파일이 있어 거기 근거해 수정본을 작성했고, 원문에는 오해를 살 수 있는 표현과 말투가 있고, NLL 관련해서 오해의 소지 있는 초본을 삭제하는 게 당연한 게 아닌가.
이진한 차장검사 : "그건 돌아가신 대통령 마음을 알 순 없지만 저희들이 단정적으로 함부로 이야기하기 그렇지만, 보도자료 보시면 보안성 강화가 뭘 의미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보안성은 공개 여부다. 말하기가 좀 그런데, 회의록을 김대중 대통령땐 2급비밀로 지정했는데  1급비밀로 한 건 보안성 강화 때문으로 봐야하지 않겠나. 실제 검찰에서도 검찰총장 한분만 1급비밀을 열람할 수 있다. 1급 비밀은 그걸 볼 수 있는 사람은 1급 비밀취급인가를 받은 사람만 볼 수 있다. 미이관도 보안성 때문에 한 것으로 추측한다."

- 다른 정상과의 회담 회의록도 초본과 완성본을 다 이관한 게 있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다른 정상회담 회의록 중에 초본을 지우고 최종본만 남긴 것도 있는가.
이진한 차장검사 : "그건 하나의 예시를 해드린 것이다."
김광수 부장검사 : "대통령기록물 관련 법령은 대통령 결재까지 완료된 기록물은 모든 과정을 기록물로 남기도록 의무화 돼 있고 이지원시스템은 더욱 고도화돼 있다. 결재까지 된 기록물을 비정상적으로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해 삭제하는 상황은 이지원시스템에 전혀 상정이 안돼 있다. 참여정부 인사들이 초본에 불과하다고 하는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지만, 그래도 (초본을 삭제한 경우가 있나) 찾아보자 해서 대통령기록관에서 찾아보니, 어느 국가와의 정상회담이 열린 경우가 있었는데, 한차례 회의록을 올리고 대통령께서 수정지시를 하시고 대통령께서 '열람'이라는 결재 버튼을 누르신다. 그렇게 결재가 됐고 완료됐다. 이와 똑같은 방법으로 회의록이 수정됐는데 다시 결재를 올리고 대통령 결재하시고.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돼 기록관에 보존돼 있다.

회의록 1번은 삭제 매뉴얼에 따라 비정상적으로 삭제된 것이다. 별도로 삭제된 것에 대해서도 살펴봤다. 일부 민감한 부분에 대한 문서가 삭제된 것도 있지만, 외국과의 정상회담 회의록이 삭제된 것은 하나도 없다."

- 이 모든 사단이 노 전 대통령이 NLL 포기 발언을 했다는 것 때문에 시작됐다. 'NLL 포기발언'이 있다고 보나 없다고 보나.
김광수 부장검사 : "말씀드리기가 부적절하다. 회의록 내용에 대한 수사가 아니라 회의록이 존재하는지 여부를 중점적으로 찾아봤고, 대통령기록관에 없으니까 왜 없는지, 폐기돼서 없다면 왜 폐기됐는지 폐기 의혹에 대한 수사였다."

"국정원이 녹음파일 듣고 'NLL 해결' → 'NLL 치유' 수정"

이진한 차장검사가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실종사건 수사결과 발표를 마치고 수사과정이 요약된 표를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이진한 차장검사가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실종사건 수사결과 발표를 마치고 수사과정이 요약된 표를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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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 전 대통령이 원래 (NLL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게 아니라 '치유'하겠다고 한 거 아닌가.
김광수 부장검사 : "모 언론사의 보도로 논란이 돼 이 부분을 찾아봤다. 녹음 파일을 들어본 건 아니지만 문서를 생산한 국정원을 통해 확인했다. 국정원이 녹음파일을 듣고 수정한 것이 '치유'라고 보고 있다."

-지난달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의미있는 차이가 있다고 해서 기자들이 받아들이기로는 노 전 대통령이 NLL 관련 발언 도중 말실수를 했고 국익에 위배되니까 초본을 삭제했다는 식이었다. 그런데 오늘 배포한 보도자료를 보면 의미있는 차이가 없다.
이진한 차장검사 : "그렇게 오해하셨다면…. 그건 아니고 NLL이 해결이냐 치유냐를 놓고 민감한 부분인데. 여러분이 판단을 해달라."

- 보도자료에 나온 게 가장 유의미한 것인가.
김광수 부장검사 : "정확한 갯수를 말씀드릴 순 없지만 호칭을 바꾸고 내용을 수정·보완한 곳이 100여 군데 된다. 화자를 수정한 것도 세 군데 정도 된다."

- 그때 염두에 뒀던 '유의미한 부분'은 어디인지 설명해달라.
이진한 차장검사 : "NLL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부분과 말투 등 분위기다. 취재진들이 대화록 전체 내용을 못 봐서 설명하기가 조금 그렇다. 아무튼 그런 부분 때문에 이관하지 않은 것이다. 내용 부분을 근본적으로 설명해야 하는데 그럴 수가 없다."

- 이지원시스템에서 다른 민감한 자료들도 삭제됐다고 했다. 범죄사실이 발견된 것인데?
김광수 부장검사 : "이번 수사 범위는 회의록 관련해서 한정했다."
이진한 차장검사 : "어떤 방식으로 삭제가 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최소한의 범위에서 확인한 것이다. 별건수사를 하려고 본 것이 아니다. 대통령기록물은 우리가 가져올 수가 없다. 그러나 공소유지에 필요한 최소한도에서는 사본 추출 형식으로 가져와야 한다. 무조건 가져올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고등법원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민감하고 예민해서 함부로 가져올 수가 없다."


태그:#검찰, #회의록 실종, #남북정상회담, #유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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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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