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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단체 회원들이 12일 오후 경기도 수원 영통구 수원지방법원 앞에서 이석기 의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며 집회를 벌이자, 경찰들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 이석기 첫 공판, 경계근무하는 경찰 보수단체 회원들이 12일 오후 경기도 수원 영통구 수원지방법원 앞에서 이석기 의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며 집회를 벌이자, 경찰들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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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12월 11일 낮 1시 38분]

"많은 사람들이 놀랐지만 아마 저보다 더 놀란 사람은 없었을 겁니다. 단언컨대 저는 내란을 의도한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제게 내란 음모라는 엄청난 혐의…."
"야 이 썩을 X의 XXX야!"

12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 형사법정 110호. 피고인 진술을 막 시작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을 향해 욕설이 날아들었다. 북한 쪽 말투를 쓰는 한 여성은 자신을 제지하는 법원 경비들에게 "못 들어주겠단 말이에요"라며 항의했다. 재판장 김정운 부장판사는 "행위자를 별도의 장소에 구속시키라"며 감치 명령을 내렸다. 이미 탈북자로 보이는 남녀 두 명이 소란을 피워 퇴장당한 상황이었다.

1966년 '한국독립당 내란음모 사건'의 김두한 의원에 이어 47년 만에 현역 의원의 내란음모사건을 다루는 재판이 드디어 시작됐다. 이날 수원지법 형사12부는 이석기 의원 등 7명의 내란음모 혐의와 국가보안법 위반 여부를 심리하는 첫 공판을 열었다. 며칠 전부터 탈북자와 보수단체 회원들이 방청권을 차지하기 위해 법원 앞에서 노숙을 하고, 재판 당일 보수단체와 진보당 당원들의 맞불집회가 열릴 정도로 많은 관심이 쏠린 재판이었다.

검찰과 변호인은 각각 유죄와 무죄를 주장하며 팽팽하게 맞섰지만, 정작 열기가 뜨거웠던 곳은 방청석이었다. 법원이 준비한 이날 방청권은 모두 26장이었는데 그 대부분은 탈북자와 보수단체 회원들 몫으로 돌아갔다. 그래서였을까. 12일 공판에선 수차례 고성와 욕설이 등장했다. 법원에서 보기 드문 풍경이었다.

절정은 이석기 의원의 피고인 진술 때였다. 검은색 정장에 넥타이는 매지 않고 등장한 이 의원은 방청석에서 큰소리가 나자 잠시 난감해했다. 그는 다시 목소리를 가다듬고 "제가 다른 그 무엇이 아니라 내란을 음모한 혐의로 이 자리에 섰다는 사실 자체가 무척 낯설고 참 어울리지 않은 풍경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며 말을 이어갔다.

이석기 의원 "내란 음모 혐의에 저도 놀라... '외눈박이' 아니다"

내란음모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 7명에 대한 첫 공판일인 12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이 의원이 재판을 마치고 호송차량에 올라타고 있다.
▲ 호송차 타고 법원 떠나는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 7명에 대한 첫 공판일인 12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이 의원이 재판을 마치고 호송차량에 올라타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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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1997년 정권교체를 보고 "선거라는 평화적이고 합법적인 방법으로도 사회 진보의 큰 발을 내딛을 수 있다는 데에 희망을 갖고, 진보정당 건설을 지지해왔다"고 했다. 이후 "선거운동을 시작하기도 전에 언론의 표적이 됐고, '종북색깔 공세·(비례대표) 경선 부정'이란 멍에와 함께 국회의원이 됐지만, 의정활동에 최선을 다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재판부를 향해 "제가 지금껏 살아온 과정을 말씀드린 이유는 저를 있는 그대로 편견 없이 바라봐 주실 것을 원하기 때문"이라며 "저는 어떤 주의에 매몰되고, 외눈박이로 살아온 사람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XX야, 말하는 것도 북한처럼 말하고 있잖아!"

또 다시 큰소리가 났다. 40~50대 정도로 보이고 북쪽 말씨를 쓰는 남성이었다. 재판부는 그에게도 감치명령을 내렸다. 이석기 의원은 마지막으로 지하조직 'RO'가 모여 내란을 음모하고 선동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5월 합정동 회합' 이야기를 꺼내며 반전·평화를 고민하는 자리였다는 기존 입장을 강조했다.

그는 "현 정부 들어 역사가 후퇴하고 있다는 우려가 들려온다, 이 사건을 포함해 많은 점에서 그런 우려는 근거가 있다"며 거듭 결백을 주장했다. 약 15분 만에 그가 발언을 마치자 한 30대 남성이 또 "이석기 살리면 나라 망합니다, 재판장님"이라고 소리를 질렀다.

법정 안이 계속 시끄러워지자 김정운 부장판사는 강한 어조로 "재판부가 경고했는데도 불구하고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은 재판부를, 사법부를 우습게 본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소송 관계인이 말하는 게 (방청객의) 신조에 맞지 않고 듣기 거북하다면 이 법정에 나오지 않으면 되는데 그렇다고 소리를 지르는 일이 어느 민주주의 국가에 있겠느냐"며 "이걸 용납하면 사법부의 권위가 유지되겠냐"고 했다.

재판부는 이날 감치명령을 내린 세 명의 재판을 공판 직후 열어 3일간 수원구치소에 구류하기로 했다. 세 사람은 모두 탈북자로 확인됐다. 법원 관계자는 "여느 사례와 비교해볼 때 10일 정도 감치 명령 내려도 무방하다"며 "이들이 탈북자라 우리나라 법 실정을 모르고, 사흘간 법원 앞에서 노숙한 점 등을 감안해 재판부가 선처한 것 같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동원' 의혹을 제기했다. 김칠준 대표 변호사는 재판 후 기자들에게 "(법정 소란이) 상당히 조직적이고 의도적으로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순서대로 소란을 일으킨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이 부분을 우려하고 있다"며 재판부에 '단호한 조치'를 부탁했다.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등 7명에 대한 내란음모사건의 변호를 맡은 김칠준, 심재환 변호사 등 변호인단이 12일 오후 경기도 수원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첫 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 법정 나서는 이석기 의원 변호인단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등 7명에 대한 내란음모사건의 변호를 맡은 김칠준, 심재환 변호사 등 변호인단이 12일 오후 경기도 수원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첫 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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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이석기, #내란음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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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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