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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임과 그 권력의 원천이 국민임을 선언하고 있다.
헌법 제2조 2항은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재외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진다'고 선언한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후 지금까지 9개월 동안 '부정선거 의혹'에서 한발짝도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수사검사가 검찰, 법무부의 외압까지 폭로하는 등 점점 수렁으로 빠져드는 상황이다. 서울시청 광장을 비롯해 대한민국 곳곳에서 헌법 제1조를 훼손한 정부의 정통성을 부정하며 촛불을 들고 있다. 제1야당 대표는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을 공식 제안했다. 해외 유수의 언론에서도 공개적으로 기사화하는 등 박근혜 정부의 정통성은 역대 최악이다.

헌법 제1조만 가지고는 성에 차지 않았나 보다. 영국 국빈방문을 비롯해 유럽 3개국을 순방하고 돌아온 박근혜 순방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지난 미국 방문 때에도 윤창중이란 세계적 인물을 배출하더니 이번에는 '종북 마술사' 김진태 발언이 심상찮다. 이번 순방 때 특별수행원으로 동행한 그는 파리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던 교포들을 언급하며 "(시위)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도록 하겠습니다. 채증사진 등 관련증거를 법무부를 시켜 헌재에 제출하겠습니다. 그걸 보고 피가 끊지 않는다면 대한민국 국민이 아닐걸요"라는 글을 SNS에 올렸다.

파리 시위대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해서 파란을 일으키고 있는 순방보고 8보(좌측), 귀국 후 올린 순방보고 10보에는 당당한 자세가 보인다.
▲ 문제가 된 순방보고 파리 시위대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해서 파란을 일으키고 있는 순방보고 8보(좌측), 귀국 후 올린 순방보고 10보에는 당당한 자세가 보인다.
ⓒ 지용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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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태는 9일 귀국 후 자신의 발언이 문제가 됨을 확인하고서도 "소위 진보세력이 통진당을 계속 옹호할 것인지 안타깝다"고 말함으로써 확신범(?)이었음을 공공연하게 드러냈다.

법무부 장관, 김진태 의원에 '3권 분립'에 대한 입장 밝혀야

법무부의 수장 황교안 장관은 입장을 밝혀주기 바란다. 발언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든지 아니면 스스로 사퇴하기를 바란다. 대한민국은 3권 분립의 국가이다. 입법부의 의원인 김진태가 행정부 조직인 법무부를 '시켜' 헌재에 사진을 제출하겠다고 공언하지 않았나. 법무부가 의원의 '시킴'을 받는 조직으로 전락했음을 무의식 중에 김진태가 공개했다. 기세 등등하게 감찰을 운운하며 채동욱 총장을 쫓아내고, 윤석열 지청장에게 겁박을 주던 그 법무부라면 일개 국회의원인 김진태가 '시킨다'는 표현과 종부리듯 한 어조에 당연히 분노하고 반발해야 일관성이 있지 않겠나.

다음으로 오랫동안 검사 생활을 했던 김진태가 저와 같은 발언을 했다는 점이 무섭다. 헌법 1조에 이어 이제는 2조까지 노골적으로 훼손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제2조는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재외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진다'고 명시돼 있다. '보호'라고 써 있다. 대한민국 정부는 무조건 재외국민을 '보호'만 할 수 있다. 거주국 나라의 형법에 적용받아 처벌받는 상황이 되더라도 대한민국 국가는 그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것이다. 이는 대한민국이 정한 헌법적 가치이다.

그런데 법조인인 김진태는 파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정통성을 부인하는 시위에 분노해 망언을 했다. 궁금하다. 법무부가 그들의 사진을 채증하여 헌재에 제출하면 도대체 시위했던 사람들에게 헌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헌재는 헌법을 수호하는 기관이다. 도대체 지금 누가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고 있는지,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분별이 어렵지 않다.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재불 한국대사관은 프랑스 경찰에 그와 같은 집회를 금지시켜 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는 프랑스 경찰에 의해 거부당했다고 한다.

오히려 헌법재판소에 제소해야 할 사람들은 재외국민들

김진태의 발언은 재외국민 협박용일 뿐이다. 그러나 반대로 재외국민은 헌재에 제소할 사안이 분명 존재한다. 왜냐하면 헌법 제2조는 '법률'에 따라 재외국민을 보호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현재 <재외국민 보호법>은 없다! 외교부 훈령으로 '재외국민보호를 위한 영사업무 지침'만 존재할 뿐이다. 매년 <재외국민보호법>을 입법발의가 돼 왔지만 아직까지도 통과되지 않고 훈령에 의해 처리되었다.

법률에 의한 보호와 훈령에 의한 보호는 엄연히 차이가 난다. 헌법에 '법률'이라고 해놓고 법률을 제정하지 못해 훈령으로 보완하는 상황이라면 그 이익의 대상자가 되는 재외국민이 오히려 권익침해에 대해 헌재에 제소해야 한다. 헌법적 가치가 지켜지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쯤 되면 도대체 누가 누구를 비판할 수 있는지 대단히 의문이다.

문제적 인간 김진태, '나꼼수 매니아에서 일베의 상징'으로 

문제의 발언으로 유명해진 김진태는 2010년까지 검사로 재직하다 사퇴하고 고향인 춘천으로 내려가 변호사 생활을 했다. 그러나 그 이후의 행적을 보면 정치 입문을 위한 낙향이었다. 그는 2011년 3월 박근혜의 후원조직인 '상록포럼'의 강원도지부장을 맡아 본격적으로 정치에 나선다. 2012년 4.11 총선 당시 춘천에 출마한 그는 당내 경선에서 친이계인 재선의원을 누르고 공천된 후 선거에서 당선된다. 

소위 '일베의 스타'로 떠오르기 전인 2013년 4월까지만 해도 그는 그냥 평범한 의원이었다. 당시 그의 SNS를 보면 '오늘의 명언'을 트윗했고 초년 정치인답게 분주히 지역구 활동을 한 내역이 생생하게 기록돼 있다.

평범한 명언과 지역구 의정활동 등을 올려놓았다.
▲ 김진태 발언 (뜨기 전) 평범한 명언과 지역구 의정활동 등을 올려놓았다.
ⓒ 지용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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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2013년 4월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김진태는 "본회의장에도 대한민국의 敵이 있다. 우리 사회 내부의 적(敵), 특히 '종북(從北) 국회의원'들의 문제점"이라며 야당 특히 진보당 이석기 의원을 정면으로 겨냥해 '종북몰이'에 나섰다. 이 발언이 가져온 후폭풍은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컸다.

스스로 '자고나니 유명해졌다'고 할 정도로 이날 발언의 여파는 기대 이상이었다. 극우사이트에서는 그를 지지하는 네티즌들이 급증했고, 커다란 반향 때문이었는지 이후 김진태는 '종북 종북 종북'을 입에 달고 살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일부 종편TV에 그에 대해 '차기 운운'하는 상황까지 올 정도로 그는 '극우의 아이콘'으로 급격히 부상했다.

심지어 국회의원들에게까지 종복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있는 김진태 의원
▲ 뜨고 난 뒤 트윗들은 심지어 국회의원들에게까지 종복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있는 김진태 의원
ⓒ 지용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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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의 눈치와 감각은 천부적이다. 김진태의 활약에 박근혜 대통령은 유럽 3개국 순방의 '특별수행원'으로 화답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그의 행동을 어떻게 보고 있었는지에 대한 분명한 대답이 아니겠는가. 새누리당 의원들이 최근 보여주는 강경한 종북몰이 배경이 어디에 있는지를 짐작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파리시위대를 향한 김진태의 발언만큼이나 드라마틱한 반전이 뒤를 이었다. 그의 폐쇄된 블로그사진이 SNS를 통해 공개된 이후 반향이 뜨겁다. 그는 스스로를 '나꼼수 매니아'이며 블로그 목록에는 나꼼수가 실시간 업데이트되었던 것이다.

당시 나꼼수는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당시 비대위원장, 한나라당에 대한 비판 일색이었는데 친박 활동을 활발히 하며 4.11 총선 공천을 앞둔 그가 인사말에 '나꼼수' 사랑을 공개적으로 기술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낯설다. 한 네티즌은 "요즘 세상이 이상해요. 나꼼수 올린 날짜를 보아하니 꾸준하게 올린 것이 열혈팬인 듯"이라는 글을 남겼다.

나꼼수 매니아임을 공개적으로 언급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 김진태 의원 블로그 (현재 폐쇄)
▲ 나꼼수 매니아 나꼼수 매니아임을 공개적으로 언급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 김진태 의원 블로그 (현재 폐쇄)
ⓒ 지용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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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말까지만 해도 나꼼수 열혈팬에서 '일베의 아이콘'으로 급변하는 데에는 1년 반의 시간이면 족했다. <나꼼수>의 일개 열혈 청취자에서, 자신의 코멘트를 기다리는 일베 세력을 보유한 정치인으로의 드라마틱한 변신, 심지어 그를 새누리당 차기감으로 생각하는 사람들까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그 모든 인기는 김진태 고유의 콘텐츠가 아닌 종북몰이로 지탱되고 있다. 그래서일까? 이번 파리시위에 대한 그의 발언도 그렇고, 그의 질주는 위태해 보인다.


태그:#김진태, #파리시위, #나꼼수, #일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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