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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사령관과 3군사령관을 지내고 육군 대장으로 전역한 백군기 민주당 의원은 "대북 사이버심리전을 수행할 능력이 없는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이 결국은 우리 국민을 상대로 심리전을 펼쳤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특전사령관과 3군사령관을 지내고 육군 대장으로 전역한 백군기 민주당 의원은 "대북 사이버심리전을 수행할 능력이 없는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이 결국은 우리 국민을 상대로 심리전을 펼쳤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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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이 누구를 상대로 심리전을 수행했는지 의문이고, 결국은 우리 국민을 상대로 심리전을 펼쳤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지난 22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합동참모본부(아래 합참)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백군기 의원의 지적이다. 특전사령관과 3군사령관을 지내고 육군 대장으로 전역한 백 의원은 비공개 질의를 통해 사이버사령부의 명령체계와 작전교리, 전·평시 임무 등에 대해 집요하게 추궁해 합참 관계자들을 쩔쩔매게 했다는 후문이다.

당시 백 의원은 "합참이 사이버사령부 작전에 대해 제대로 지휘·통제하지 않고 방치한 결과 이처럼 사이버사령부 요원이 불법적으로 정치에 개입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사이버사령부가 합참에 보고한 '합동사이버센터 편성안'에 따르면, 평시엔 사이버방호작전을 수행하고, 전시엔 방호와 사이버심리작전을 수행하겠다고 한다. 이는 북한 침투능력이 없는 사이버심리전단이 지금 필요치 않다는 걸 스스로 고백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북한 침투능력도 없는 사이버심리전단, 누굴 상대로 심리전했나?

백 의원의 지적을 요약하면 대북 사이버심리전을 수행할 능력이 없는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이 결국은 우리 국민을 상대로 심리전을 펼쳤다고 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백 의원은 또 사이버심리전단의 인원이 200여 명이나 돼 사이버사령부의 가장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는 사이버방호단보다 훨씬 많다면서 이를 대폭 조정하거나 다시 국군심리전단에 귀속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백 의원은 국방부의 자체 수사에 대해 "평소 김관진 장관의 성품을 생각해 봤을 진정성은 있어 보이지만, 많은 분들이 수사 결과에 만족해 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다음은 백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인터뷰는 3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됐다.

- 사이버사령부는 북한의 사이버 공격으로부터 군 시스템을 보호하는 임무를 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번에 대선개입 의혹으로 인해 최대 위기를 맞은 것 같다. 이런 논란이 벌어진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사실 사이버사령부가 생길 때부터 우왕좌왕했었다. 사이버사령부를 국방부 직속으로 둘 곳이냐, 기무사에서 통제할 것이냐, 정보사에 둘 것이냐 등 논란이 많았다. 또 군대에 인원이 없다보니까 국군 심리전단 요원들을 뽑아다가 사이버사령부를 만든 것도 문제였다.

정해진 범주 안에서 '저쪽에서 떼어다 이쪽에 가져다 놓는 식'이었기 때문에 생길 때부터 사이버전에 대한 뚜렷한 목표가 없었다. 더해 교리, 편성, 작전계획 등이 부재한 가운데 부대를 만들다 보니까 하는 일이 명쾌하게 정리되지 않은 것 같다."

- 지난 달 22일 합동참모본부 국장감사가 오전 내내 비공개로 진행됐다. 당시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나.
"군대라고 하는 건 전쟁을 위해 존재한다. 전쟁에 대비하지 않는 것은 군대가 아니다. 전쟁을 대비하는 조직은 전시의 뚜렷한 임무 있어야 하고, 그것에 맞게 편성이 돼 있어야 한다. 더해 편성에 맞게 지휘체계가 정리돼야 한다. 이런 게 작전계획이나 작전예규에 의해 정해지는데 아직 그런 것들이 명확히 정해지지 않은 것 같다. 작전계획, 예규 등에 대한 자료를 요청했더니 오늘 (엉뚱하게도)사이버센터 운영에 관한 내용을 보내왔다. 다시 자료를 요청해 둔 상황이다."

- 국방부는 요원들의 개인적인 일탈행위로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대북 사이버 심리전과 국내 정치에 개입하는 행동을 나눌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인가.
"일단 우리가 디도스 공격을 당한 것처럼 북한의 차단막을 뚫고 들어갈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만약 능력을 갖고 있다면 사이버사령부의 활동이 사이버전에 대비한 것이었다고 인정할 수 있는데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방홍보를 하다가 좀 오버하면 국정홍보를 하게 되고, 거기서 관리감독까지 잘못돼 더 오버하면 정치댓글이 나올 수 있다. 아직 댓글이나 트윗 내용을 전부 보지 못했지만 정치개입의 개연성이 보인다.

얼마 전 트위터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 비난한 대위가 엄한 처벌을 받았다. 그런 사안을 두고는 아주 집요하게 확인해 놓고선 사이버사령부가 일과시간에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것을 왜 파악하지 못했을까. 그리고 사이버사령부 요원들도 사이버상의 문제점을 파악하는 의무가 있을텐데 왜 그런 대선개입 의혹을 받는 활동을 발견하지 못했을까 하는 의심도 든다."

- 국방부 중간조사 결과 발표는 어떻게 평가하나.
"일단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 사이버사령부 1처장, 530단장이 같이 근무를 했다는 건 큰 문제가 아니다. 군 생활을 오래 하다보면 그 정도 겹치게 일하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다. 나도 다 아는 사람들이다.

국정원 예산을 지원받는 것은 옥 사령관이 시인을 한 것이고, 내가 볼 때도 정보와 관련된 일을 하기 때문에 지원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면 아무래도 국정원과 사이버사령부가 연계돼 있지 않겠느냐 유추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어쨌든 수사팀에서 국정원과의 관계를 밝혀내야 하는데 국방부 안에서 수사하면 사실상 밝혀내기 어려울 수 밖에 없다."

군이 살려면 엄정하게 수사해야

백군기 의원은 "합참이 사이버사령부 작전에 대해 제대로 지휘·통제하지 않고 방치한 결과 이처럼 사이버사령부 요원이 불법적으로 정치에 개입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백군기 의원은 "합참이 사이버사령부 작전에 대해 제대로 지휘·통제하지 않고 방치한 결과 이처럼 사이버사령부 요원이 불법적으로 정치에 개입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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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각에서는 특검을 해서 진상규명을 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하지만 야당 입장에선 공정한 수사를 촉구하고 '꼬리자르기식' 수사결과를 발표하거나 국정원과의 연계성 문제와 같은 것들에 대해 진전이 없다면 특검도 이야기 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사실 국방부의 수사 결과를 국민들이 납득하겠는가. 나는 군의 사기를 생각했을 때 군의 문제를 외부에서 수사하는 것보다는 군 자체 내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 그럴수록 이번 수사는 '엄정하게 정치적 중립을 지킨다' '군이 살려면 이번에 야무지게 하겠다'는 생각으로 진행돼야 한다."

- 김관진 장관의 수사 의지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평소 장관의 성품을 생각해 봤을 때 진정성은 있어 보인다. 하지만 그 진정성이라는 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다르다. 많은 분들이 수사 결과에 만족해 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을 것 같다."

-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 군이 어떤 방식으로 사이버전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보나.
"우선 편성을 강화하고, 사령관의 지위도 올려 명실공히 사이버사령부가 사이버전에 대비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 줘야한다. 그러려면 사이버사령부가 숨겨진 조직이어선 안된다고 본다. 조직을 강화하고, 드러내야 한다. 그리고나서 '사이버사령부가 사이버전에 대비해 이런 일을 하고 있으니 이걸 요구합니다'라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처럼 '비밀이니 알려줄 수 없습니다'라고 말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 이번과 같은 사이버사령부의 정치개입 논란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사이버사령부 자체를 투명하게 편성하고, 해야 할 임무는 명쾌하게 줘야 하며, 철저히 훈련을 해야 한다. 디도스 공격 같은 사이버공격이 있을 때 국민들에게 우리도 사이버전을 할 능력 있다는 것 보여줘야 한다. 밤낮 당하고만 있으면 되겠는가."

사이버전 능력 부족한 사이버사가 바보같은 짓

- 검찰수사 단계에서 전모가 드러난 국정원 댓글 사건과 비교해 볼 때 이번 사이버사령부 요원들의 정치 글 작성 흔적은 인터넷상에서 비교적 쉽게 찾아낼 수 있었다는 의견도 있다.
"좋은 말로 하자면 순수하고 순진한 것이고, 엄하게 말하자면 전문성이 전혀 없는 것이다. 사이버사령부 요원들의 능력이 과연 북한의 전문 해커 정도의 수준이 되는지 의심스럽다. 내가 볼 땐 그 분야 최고의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사이버사령부에 들어와야하는데, 직급을 보면 그게 아니다.

사이버전을 하기 위한 전문적 능력이 대단히 부족한 상황이다. 그러니까 인터넷 상에 그렇게 흔적을 많이 남긴 것 아닌가. 참 바보 같은 짓을 한 것이다. 북한이 그동안 여러 차례 사이버공격을 했지만 그때마다 그 흔적을 찾기가 대단히 어렵지 않았나. 이와 비교했을 때 우린 아마추어 수준 같다."

- 사이버사령부와 국정원의 연계 가능성은 어느 정도로 보고 있나.
"리트위트한 수준으로 연계성을 이야기하기에는 아직 다소 어려운 부분이 있다. 국정원에서 아마추어에게 공사 하청을 주진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국정원과는 달리)병사가 계속해서 전역을 하기 때문에 군대는 비밀을 숨기기가 아주 어렵다. 그래서 군 문제는 투명하게 갈 수밖에 없는 것이고, 영구적으로 숨길 수 있는 건 없다."

- 최근 있었던 군 장성 인사는 어떻게 보나.
"지휘관들의 임기가 지켜지지 않았다. 그래도 장군이 될 정도면 군에 대한 연륜, 깊이가 있는데 1년도 안 된 지휘관을 교체한 건 잘못됐다는 생각이다. 최소한 중요한 지휘관들은 어느 정도의 임기를 보장 해야한다고 보는데. 파악하고, 계획하고, 한 번 실행하게끔 하려면 3년이 필요하다. 기무사도 아주 중요한 핵심 보직을 동시에 바꿨던데 그 부분도 조직을 위해선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군의 모든 조직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 어떤 이유에서도 정치적 중립을 훼손해선 안 된다. 이를 전 장병이 마음 깊이 새겼으면 한다. 또 이번 일로 군을 향해 질타만 할 게 아니라 전화위복으로 삼아 군 전력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특히 사이버전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사이버사령부를 확실히 정해진 임무 아래서 일하는 투명한 조직으로 만들어야 한다."


태그:#사이버사령부, #백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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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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