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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사진은 지난 7월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구치소로 가는 차량에 올라타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사진은 지난 7월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구치소로 가는 차량에 올라타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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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21일 오후 1시 35분]

국가정보원의 대선·정치개입 사건 공판을 진행하고 있는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21부(부장판사 이범균)는 21일 검찰이 제출한 공소장 변경 신청을 일단 보류하고 오는 30일 결정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검찰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변호인 양측에 오는 28일 오전까지 변경 신청에 대해 각각 의견서를 서면으로 제출하라고 말했다.

21일 오전 진행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 9차 공판 서두에서 국정원 심리전단 5팀의 트위터 여론조작 혐의가 반영된 공소장 변경에 대해 원 전 원장의 변호인측은 강력히 이의를 제기했다. 변호인측은 ▲ 법리적으로 이미 기소된 내용과 동일성이 없어 포괄일죄가 성립되지 않고 ▲ 국정원 직원 세 명의 체포가 적법한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면서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을 기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범균 부장판사는 "두 번째 문제는 공소장 변경 이후 증거능력이 있는냐 없느냐의 문제이지 변경의 전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첫 번째 문제, 포괄일죄가 아니라 실체적 경합이라는 부분은 법리적으로 검토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며 양측에 이 부분에 대한 의견서를 요청했다.

검찰 "국정원, 트위터 확인 요청에 불응" vs. 변호인 "위법한 증거 수집"

21일 9차 공판은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속에 오전 10시 시작됐다. 공판 시작 2분 전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진행중인 고검·지검 국정감사에 특별수사팀에서 배제된 윤석열 여주지청장이 참석했다는 속보가 뜨는 상황이었다.

첫 포문은 검찰 측이 열었다. 새로 수사팀 수장이 된 박형철 서울지검 공공형사수사부장은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서의 내용은 간단하다"면서 "기존 공소사실 6항, 심리전단 직원들의 사이버 활동에 의한 범죄 실행 부분이 있는데, 여기에 그와 포괄일죄 관계에 있는 트위터를 이용한 공직선거법 위반 및 국가정보원법 위반 실행행위 총 5만5689건을 추가하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포괄일죄'란 여러 개의 행위가 포괄적으로 1개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여 죄를 구성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번 사건의 경우 기존에 기소된 국정원 심리전단 3팀5파트뿐 아니라 이번에 새로 변경 신청한 5팀의 트위터 활동이 포괄적으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죄(대선 및 정치개입)를 구성한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다.

"물론 기소할 때 함께 기소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트위터 활동과 관련해서는 해외에 위치한 트위터 본사로부터 사용자 정보를 제공받기가 굉장히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서 국정원은 검찰의 트위터 계정 확인 요청에 불응하는 등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그래서 수사팀은 수개월간의 지난한 추적 과정을 거쳐서 어렵사리 국정원 트위터 계정 및 사용자를 밝혀서 이번에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을 하게 된 것이다."

곧바로 변호인 측이 나섰다. 김승식 변호사(법무법인 동인)는 "크게 두 가지 점에서 공소장 변경안은 허가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첫번째, 추가하려는 부분은 이미 기소된 부분과 동일성이 없다. 포괄일죄라고 볼 수 없다. 두번째,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의 기초가 되는 국정원 3명 체포 수사 과정이 법적 절차를 위반한 것이기 때문에, 그 과정을 통해 수집된 증거는 위법하므로 허가 대상이 되어선 안된다."

김 변호사는 혼자서 약 20여 분간 열변을 토했다. 그는 "심리전단 직원들의 세부 조직이 같고 상호 의사 공유가 있다면 혹시 포괄일죄가 성립될 여지도 있을 수 있지만, 조직 편제가 다르고 업무도 다르고 국정원 특성상 서로 잘 알지 못했다"면서 "포괄일죄가 성립하는 기본 요건인 상호 행위에 대한 인식 공유조차 없었기 때문에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검찰이 국정원직원법 제17조(비밀 엄수 규정)와 제23조(직원에 대한 수사 규정)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직원은 직무상 비밀을 말할 때 국정원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검찰이 그럴 기회 자체를 주지 않았으며, 국정원 직원에 대해 수사를 개시할 때와 구속할 때 국정원장에게 통보해야 하는데 이를 어겼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 부장검사는 체포 직후 국정원 법률보좌관을 통해서 구두로 통보하고 공문을 발송하는 등 수사과정에 불법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특히 그는 "지금 체포한 직원들 조사 결과를 토대로 공소장을 변경한 것저럼 주장하는데, 국정원 직원들의 영장을 받기 위해서는 통상 수사할 때 받을 수 있는 정도 자료를 가지고 신청하지 않는다"면서 "변호인이 말한 것을 100보 양보해 우리가 받은 조서에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그 조서를 전부 배제하더라도, 기존에 수집한 증거를 가지고 충분히 공소장 변경을 할 만큼 범죄 소명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이동명 변호사(법무법인 처음)는 "법률에는 국정원장에게 통보하게 되어있다"면서 국정원 법률보좌관이 국정원장이냐고 따졌다.

판사 "위법증거 수집 문제는 공소장 변경 허가 조건 아냐"

양측의 공박을 지켜본 이범균 부장판사가 입을 열었다.

"변호인이 말하는 것은 크게 두가지 같다. 포괄일죄라고 볼 수 없어서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또 위법수집 증거에 기초한 공소장 변경이므로 부적법하다. 일단 두번째 쟁점에 관해서는 공소장 허가 이후에 증거가 증거능력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이지, 그것으로 인해서 공소장 변경을 허가할 것이냐 말 것이냐의 전제가 되는 문제는 아니라고 보여진다. 그 다음 이게 포괄일죄가 아니라 실체적 경합이라는 부분은 법리적으로 검토할 여지는 있다고 보여진다."

세명의 판사가 잠시 귀속말을 나눴다. 잠시 5분간 휴정을 거친 재판부는 이렇게 말했다.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에 대한 결정 여부는 일단 오늘은 보류하겠다. 좀더 검토해 보겠다. 양측에서 다음주 월요일인 10월 28일까지, 특히 죄수 문제(포괄일죄 여부)와 관련해서 의견서를 서면으로 작성해 달라. 그리고 10월 30일 수요일 오전 11시에 기일을 한 번 더 잡아서 공소장 변경 여부에 관한 판단을 하겠다."


태그:#원세훈, #국정원,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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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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