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환경운동연합·에코생협·차일드세이브·한국YMCA전국연맹·한국YWCA연합회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 8월 26일 오전 서울시 중구 태평로1가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학교급식 조례 제정을 촉구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환경운동연합·에코생협·차일드세이브·한국YMCA전국연맹·한국YWCA연합회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 8월 26일 오전 서울시 중구 태평로1가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학교급식 조례 제정을 촉구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베이비뉴스

관련사진보기


방사능 내부 피폭에 대한 이야기를 지인과 나누고 있을 때였어요. 우리집 둘째 아이와 같은 어린이집을 다녔던 초등학교 1학년 녀석이 대뜸 물었습니다.

"저 오늘 학교에서 오뎅 먹었어요. 급식에는 방사능 없어요?"

저는 아이의 동그란 눈을 제대로 바라볼 수 없었습니다. 뭐라고 답해야 할지 한참을 고민해야 했습니다.

일본 정부, 고농도 오염수 유출 통제 불능 상황

국가기준치, 대체 뭐길래?
우리나라의 방사능 오염물질 국가기준치는 방사성세슘 134, 137에 대해 kg당 370bq. 일본산 수산물은 일본의 자체 기준에 맞추어 100bq로 조정했습니다. 요오드 131은 kg당 300bq, 유제품과 유가공품·영유아 조제식품은 100bq입니다.

독일방호학회가 핵오염 지역에 거주하는 어린이에게 제안하는 방사능 오염 기준치는 방사성세슘 4bq/kg, 스트론튬 2bq/kg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스트론튬 국가기준치가 없습니다.
일본 원전사고 이후 2년 7개월여가 흐른 지금, 방사능 공포는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며칠 전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스트론튬 등의 방사능 오염 수치가 3400만bq(베크렐)이 넘는 오염수가 유출됐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이는 기준치의 100만 배가 넘는 수치입니다.

지난 7월 후쿠시마 제3원전에서 성인 연간 피폭허용량의 2000배가 넘는 시간당 2170mSv(밀리시버트)의 초고농도 방사능 수증기가 분출되고, 초고농도 방사능 오염 폐수가 지하수를 통해 지속적으로 바다로 흘러간 것도 확인됐습니다. 올림픽 유치 확정 당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완전하게 차단되고 있다던 아베 총리의 발언과 달리 도쿄전력은 "고농도 방사능 오염수가 언제부터 어떻게 유출되었는지 경로를 파악할 수 없고 계속 유출되고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결국 지금 이 순간에도 후쿠시마 앞바다로 흘러들어가 태평양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고농도 방사능 오염수에 대해 일본 정부가 통제 불가능한 상황에 있다는 것을 공표한 것입니다.

'기준치 이하'라서 안전한 일본산 수산물?

우리 정부는 일본산 수산물의 방사능 오염을 우려하는 여론이 커지자 "기준치 이내라서 안전하다", "방사능 괴담자 처벌"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시민들의 불안이 국내 수산시장 불황으로 이어지고, 우려가 빗발치자 지난 9월 6일 '후쿠시마 근해 8개현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그 전까지 정부 차원의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제한은 전무했습니다. 일본 정부가 자체적으로 출하를 제한한 수산물에 대해서만 수입을 중지한 것이 방사능 오염 수산물에 대해 우려하는 자국민들을 위한 우리 정부의 대책이었습니다.

관세청 수출입 실적자료에 따르면 2011년 3월부터 2013년 7월까지 무려 26만8953톤에 이르는 일본산 수산물이 수입됐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공식자료에 따르면, 일본 원전사고 이후 2011년 3월 14일부터 2013년 7월 5일까지 일본산 수산물 1만2588건에 대해 실시한 방사능 검사 중, 130건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습니다. 지난해에는 세슘 수치가 98bq이 측정된 대구가 '기준치 이하'의 적합 판정을 받아 밥상에 올랐습니다.

2012년 4월 1일부터 4월 20일까지 방사능이 검출된 일본산 수입 수산물의 방사능 검사 현황
 2012년 4월 1일부터 4월 20일까지 방사능이 검출된 일본산 수입 수산물의 방사능 검사 현황
ⓒ 식품의약품 안전처

관련사진보기


그렇지만 방사능 기준치는 상업적 관리 기준이지 의학적 안전 기준이 아닙니다. 적은 양이면 낮은 확률로, 많은 양이면 높은 확률로 암 발생을 일으키는 게 방사능 물질입니다. 수산물에 농축된 방사능 물질은 미량이라고 할지라도 지속적으로 섭취하게 되면 인체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습니다.

김익중(동국대 의대) 교수 등이 번역한 미국과학아카데미(National Academy of Sciences)의 '저선량방사선의 건강위험에 관한 보고서'(Health Risks from Exposure to Low Levels of Ionizing Radiation)에 따르면 피폭량의 증가에 따라 암 발병도 비례해 증가하며, 이는 역학적 데이터나 생물학적 데이터 모두가 뒷받침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보고서는 성장기의 청소년에게, 특히 영유아기의 아이들에게 음식을 통한 방사능 피폭은 더욱 치명적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방사능 검사 실태... 이래도 되나요?

간이측정기로 측정하면?
간이측정기는 음식에 포함된 방사능 오염수치가 kg당 1000베크렐이 넘게 오염되었을 경우에만 측정이 가능하다.
녹색당은 지난 6월 전국 17개 광역시·도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식품방사능 검사 여부와 광역교육청의 학교급식에 대한 식품방사능 검사여부를 물어봤습니다.

지방자치단체 자체적으로 식품방사능에 대한 검사를 진행하고 있는 곳은 서울시가 유일했고, 광역교육청 자체적으로 시범사업을 포함해 식품방사능 검사를 실시하는 곳은 간이측정기로 검사하는 경기도교육청·서울시교육청·충청북도교육청 등 세 군데뿐이었습니다. 제주도교육청은 2012년에 2개교에서 두 건을 수거해 수산물 안전성 검사를 했습니다. 그 밖에 13개 광역교육청은 검사가 없었고, 앞으로의 계획도 없다고 합니다(관련 글 : 녹생당 "학교급식 방사능검사 광역시 5곳... 광역교육청 4곳만 실시").

교육청·광역시·도가 이렇게 관리하는 사이에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지금까지, 방사능오염여부가 확인되지 않았거나 확인됐으나 적합 판정을 받아 수입 통관된 일본산 수산물이 학교 급식재료로도 꾸준히 공급됐습니다.

2012년 국정감사자료
 2012년 국정감사자료
ⓒ 유은혜 의원실

관련사진보기


올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1년 3월부터 지난 9월까지 전국 616개 초·중·고교에서 급식으로 사용된 일본산 수산물의 총 사용량은 4327kg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와 올해 국정감사 자료의 수산물 사용량에 대해 정리된 수치가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지난해와 올해 국감자료를 비교해봤더니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2년간 학교급식에 사용된 일본산 수산물이 1년간 사용량보다 오히려 줄어들었다고 합니다(관련 글 : 교육부, 일본 수산물 학교급식 납품 통계 엉터리 관리).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급식 위한 모범 조례가 있다면...

경기도교육청 조례 1조와 2조
 경기도교육청 조례 1조와 2조
ⓒ 경기도교육청

관련사진보기


현재 전국 광역시·도 중 방사능오염 식재료를 제한하는 조례가 시행 중인 곳은 경기·서울뿐입니다. 경기와 서울에서 시행 중인 조례도 올해 여름 이후 제정된 것이고, 그 밖의 지역은 학교 급식에 있어서 방사능 오염 식재료의 사용을 제한할 수 있는 아무런 제도적 장치도 마련돼 있지 않은 실정입니다. 또한 만들어졌지만 실효성 없는 조례에 그치고 있기도 합니다.

전국 최초로 제정된 '경기도교육청 학교급식 방사능오염식재료 사용제한에 관한 조례'의 경우, 사용을 제한하는 '방사능오염 식재료'를 '국가기준 허용치를 초과한 것'으로 정했습니다. 성장기의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터무니없이 높은 방사능오염 국가 기준치보다 높게 검출된 식재료를 제한한다는 규정은 사실상 유명무실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나마도 급식재료에 대한 방사능오염 검사에 대한 의무규정이 없어 법제적으로 기능할 방법도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경기도 교육청의 방사능 오염식재료 제한 조례'는 타 광역시·도에서 앞선 사례로 참고할 경우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서울시가 지난 9월에 제정한 서울교육청의 조례는 그래도 많이 나은 편입니다. 녹색당이 발표하고 제안한 '방사능에서 안전한 급식을 위한 모범조례안'을 기본으로 조례안이 검토됐습니다. 비록 서울시 교육위원들의 논의 과정에서 필수조항들이 많이 삭제됐지만 방사능 오염 검사를 매년 정기적으로 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검사결과 방사능오염 사실이 확인된 식재료는 '국가기준치'와 상관없이 무조건 급식에서 제외하도록 한 점이 그렇습니다(관련 글 : 원안보다 후퇴된 방사능안전급식 조례안 상임위 통과... 일부 진전 있으나, 조례의 보완과 교육청의 실천 의지가 과제).

영·유아와 단체 급식은 관리의 사각지대 

영·유아는 음식을 통한 방사능 피폭으로 인한 건강 위험에 가장 치명적이라고 밝혀진 바 있습니다. 어린이집은 광역시·도와 관할 교육청이 관할하는 초·중·고등학교와 달리 기초지자체에서 관리하도록 돼 있습니다.

25개 서울시 자치구 수산물 원산지 표시 현황
 25개 서울시 자치구 수산물 원산지 표시 현황
ⓒ 정보공개센터·녹색당

관련사진보기


최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와 녹색당이 공동으로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서울시 관할 25개 구에 위치한 국공립·서울형·민간 어린이집의 급식에 대해 실태조사를 한 바에 따르면, 서울시내 25개 자치구 중에서 마포구와 서대문구·종로구 세 곳만이 어린이집 급식에 제공되는 수산물 식재료의 원산지 정보를 확보하고 있었습니다. 나머지 구청은 어린이집 급식 식재료의 원산지 확인과 관련한 자료가 전무했습니다. 방사능 검사는커녕 원산지 관리조차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었습니다(관련 글 :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어린이집 급식 수산물 원산지 파악하는 곳 겨우 3곳뿐). 

지난 9월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환경단체 회원들이 수산물 수입금지조치 관련해 WTO제소를 검토하는 일본정부 항의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
 지난 9월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환경단체 회원들이 수산물 수입금지조치 관련해 WTO제소를 검토하는 일본정부 항의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이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우리 아이의 급식, 방사능에서 안전한 걸까요? 결론은 이렇습니다.

'우리 아이의 급식은 전혀 안전하게 관리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럼, 방사능에서 안전한 급식은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을까요? 먼저, 우리 정부는 일본산수산물에 대해 그나마 뒤늦게 취했던 '후쿠시마 8개현의 수입금지'에 그칠 것이 아니라, '전면수입금지' 하는 한편, 원산지 관리 등 먹거리에 대한 안전관리를 철저히 해야 합니다.

또한, 광역 지자체와 교육청은 방사능이 검출된 식재료의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는 조례를 제정 또는 개정해야 합니다. 조례 내용은 방사능 오염에 대한 정밀검사 의무를 명시해 체계화하고, 식재료 오염에 대한 감시 관리는 학부모를 포함한 관리위원이 함께해야 합니다.

그리고 방사능 오염이 확인된 식재료는 바로 국가 기준치와 무관하게 급식에서 제외해야 합니다. 또한 검사 결과가 각 학교 누리집에 투명하게 공개돼야 합니다. 여기에 앞서 우선적으로 각급 교육청은 현재 방사능오염에 대한 우려가 검증되지 않은 일본산 농수산물과 가공품의 사용을 즉각 중단하도록 조치해야 합니다.

동그랗게 치켜뜬 눈으로 "저는 안전한가요?"라고 묻는 아이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일단, 어린이집과 학교선생님께 말씀드릴까요? 네. 좋습니다. 그럼 지방에 다니는 조카는 어떡하죠? 저는 간단하게 한 가지만 제안해봅니다.

전화기를 들고 살고 계신 곳에 소속된 도의원이나 시의원·구의원에게 대책 마련을 촉구해보시라고 말입니다. 내년은 지방선거가 있는 해입니다. 관심을 갖고 있는 시민이 많아지고, 구체적인 이야기를 전하면 정치인의 귀가 밝아지는 시기입니다.

우리집 막내, 큰집 조카 그리고 친구의 중학생 자녀가 안전한 급식을 받을 수 있도록 함께 이야기를 시작할 때입니다. "급식에 방사능 없으니 안심하고 골고루 먹으렴"이라고 내 아이에게 답할 수 있을 때까지 말입니다.
첨부파일
A0001915998.pdf

덧붙이는 글 | 최근 조례제정을 위한 움직임이 시작된 지자체가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방사능에서 안전한 급식을 위한 조례가 만들어지도록, 개정되도록 목소리 내야 할 때입니다. 지난 11일 열린 방사능안전급식정책토론회 자료집을 참고로 첨부합니다.



방사능안전급식정책토론회-자료집



태그:#일본산수산물, #방사능안전급식조례, #방사능 오염, #급식조례, #녹색당
댓글8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3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