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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에 피어나는 돼기감자 꽃입니다.
 시골집에 피어나는 돼기감자 꽃입니다.
ⓒ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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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귀촌 5년차. 시골집에 물씬 풍기는 가을냄새를 전합니다. 봄에 작은 아기 돼지감자 싹이 자라더니 사람 키보다 훨씬 크게 자랐어요. 더러는 바람에 쓰러져 눕고 더러는 옆에 서 있는 감나무랑 키 재기를 하네요. 더 높은 가을 하늘 아래에서 샛노란 꽃을 활짝 피우고 있는 돼지감자꽃이 참 예쁩니다.

돼지감자는 추운 겨울에도 안 얼기 때문에 2월경에 큰 뿌리알만 캐내고 아주 작은 새알 같은 알갱이를 여기저기 드문드문 남겨 놓아도 봄이면 새싹이 나와서 여름 동안 번식을 합니다. 돼지감자가 당뇨에 좋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터라 농가소득에도 효자 노릇을 합니다. 돼지감자를 겨울에 수확해서 썰어서 말린 후에 차처럼 달여 먹으면 당뇨 환자에게 좋습니다.

시골집 단감나우메서 익어가는 감입니다.
 시골집 단감나우메서 익어가는 감입니다.
ⓒ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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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 단감나무에 감이 빨갛게 익어가는데요. 이 단감은 가을 벼 벨 즈음에 하나씩 따서 먹으면 달고 맛나지요. 더러는 지나가는 동네 어르신들에게 몇 개씩 건네기도 하고. 시골살이의 즐거움을 더해줍니다.

시골집 가을텃밭
 시골집 가을텃밭
ⓒ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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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 가을 텃밭 전경입니다. 오백 평 텃밭 가운데 절반은 과일나무를 심고 나머지 밭에는 여러 가지의 채소를 심어서 유기농 먹거리를 자급자족하고 있어요. 텃밭에서 약간의 땀을 흘리면 유산소 운동도 되고 흙 냄새와 향긋한 풀 내음이 마음을 맑게 하고 머리를 개운하게 합니다. 이곳에는 고구마, 대파, 상추, 배추, 무, 콩, 결명자 없는 게 없어요.

가을텃밭 채소들입니다.
 가을텃밭 채소들입니다.
ⓒ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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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 텃밭에는 이른 봄에 채소가 나기 시작하여 여름내 먹고 다시 사라져서 이른 가을이면 위와 같이 부추와 들깨, 상추 등 이모작을 하고 있습니다. 농약이나 비료를 안 하고 퇴비와 미생물로만 기르는데요. 배추는 벌레 구멍이 숭숭 뚫렸네요.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벌레들이 사라지고 김장배추는 속이 차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겉 잎사귀는 벌레가 조금 먹어도 괜찮습니다.

모듬 쌈채소와 대파 그리고 고구마가 수확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모듬 쌈채소도 상추처럼 이른 봄에 씨앗을 뿌려서 여름내 먹고 늦여름에 또다시 씨앗을 뿌려서 늦가을까지 먹을수가 있어요. 대파는 겨우내 텃밭에서 지내다가 이른 봄에 다시 자랍니다. 하얀 꽃망울과 씨앗을 잉태해도 씨앗은 채취해서 보관하고 윗둥만 베어 버리고 뿌리를 남기면 그곳에서 다시 대파가 자라서 일년내 시골집 양념재료로 사용합니다. 이렇듯 농촌에서 씨앗 뿌리는 시기와 재배하는 방법을 알고 있으면 먹거리는 자급자족하며 살 수 있습니다.

시골집에 피어나는 가을 메리골드 꽃
 시골집에 피어나는 가을 메리골드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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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골드 꽃이 지금 한창입니다. 이곳은 관상용과 천연 염색 재료로 사용합니다. 그리고 뱀이 이 꽃 냄새를 싫어하기 때문에 시골집에서 키우고 있어요. 시장에서 작은 화분에 담긴 위 꽃을 사다가 길러서 씨앗이 떨어져 해마다 꽃을 피웁니다.

해바라기가 머리가 무거워 고개를 숙이는 곳에 렌즈를 위로 향하여 들여다보았는데 작은 곤충이 쉬어가고 있네요. 붉은 단팥도 그렇고 서리태콩도 알맹이가 익을수록 무게를 지탱하지 못해 땅으로 눕네요. 요즘 가을 상추 뜯어먹는 즐거움이 쏠쏠합니다. 금방 텃밭에서 뜯은 상추랑 우렁이 된장 쌈장을 곁들여 먹는 맛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올해는 땅콩을 조금 늦게 심는 바람에 다른 집보다 조금 늦게 수확하는데요. 두더지가 흙을 파내어 절반은 먹어버렸어요. 꽃무늬 일바지 입고 일하는 모습을 여식이 카레라로 찍습니다. 강아지들이 이렇게 주인이 텃밭에서 일하면 졸졸 따라다니면서 눈 마주치고 놀아달라고 합니다. 시골집 수풀 속을 돌아다녀서 얼굴에는 우슬초 씨앗을 잔뜩 달고 다녀요. 얼마 지나면 얼굴이 말끔한 것 보면 강아지가 약초나 풀씨앗을 이렇게 퍼뜨리고 다님을 알게 되어 참 재미있습니다.

강아지는 온종일 시골집 풀숲에서 곤충사냥 개구리사냥을 즐기고 돌아다닙니다. 자연이 주는 선물 홍시 하나의 소중함도 알게 하는 농촌이랍니다. 여름내 나눔하고도 쉴새없이 열리는 가지 좀 보세요. 결명자가 익어가는 속에서도 남색 나팔꽃이 웃어줍니다. 이렇듯 농촌은 풍요로움과 감사의 마음을 갖게 하는 정서적인 공간이라는 것을 귀촌 후에 알게 되었습니다.

항아리 속에서 숙성 중인 효소로 양념장 만들기
 항아리 속에서 숙성 중인 효소로 양념장 만들기
ⓒ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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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수확한 채소로 음식을 만들기 위해 저장고에 4년째 숙성 중인 산야초 효소를 뜨러 갔습니다. 시골집에서는 봄부터 텃밭에서 올라오는 여러 가지 산야초로 효소를 담는데요. 효소는 2년 이상 되어야 설탕독이 없어진다고 하여 저희 집은 4년 된 효소를 양념재료로 사용합니다. 항아리 뚜껑을 열자 향긋한 산야초 냄새가 납니다. 위 효소를 파, 마늘, 각종 양념과 혼합을 합니다.

텃밭 채소로 음식 만들기
 텃밭 채소로 음식 만들기
ⓒ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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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텃밭에서 수확한 가지, 상추, 부추,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연한 참비름입니다. 참비름을 삶아서 위의 산야초 양념장으로 골고루 무쳐서 먹으면 밥 한 사발이 꿀꺽 넘어갑니다. 농촌은 봄부터 가을까지 이렇게 자연의 풍성한 선물과 즐거움이 가득한 곳이랍니다.

충남 예산은 먹거리는 자급자족하고 낮에는 인근에 있는 일터에 가서 돈 벌어서 사는 좋은 동네입니다. 농촌에 안전하게 정착하는 방법은 주말이나 아침저녁으로 텃밭을 일구어 식구들 먹거리 자급자족하고 낮에는 인근에 있는 일터에 가서 돈을 버는 것입니다. 그리고 인근 농업기술센터에 가서 농업을 배우고 차츰 전업 농업인으로 발전하면 안전하다고 봅니다.


태그:#시골집, #가을텃밭, #가을채소, #메리골드, #귀농귀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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