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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화성갑 재보선에 출마한 새누리당 서청원 후보가 9일 경기 화성시 봉담읍에서 열린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붉은색 운동화를 신고 있다.
 경기 화성갑 재보선에 출마한 새누리당 서청원 후보가 9일 경기 화성시 봉담읍에서 열린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붉은색 운동화를 신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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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11시. 박근혜 대통령과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가 마주보며 환하게 웃고 있는 대형 사진이 걸린 화성시 봉담읍에 있는 작은 건물 주변에 인파가 몰렸다.

이곳은 10·30 재보선 경기 화성갑 후보로 확정된 서청원 새누리당 후보의 선거사무소. 이날 오후 2시 이곳에서는 선거사무소의 문을 여는 개소식 행사가 예정돼 있었다. 행사 시작까지는 3시간이나 남은 시각이었지만 사무소 안팎은 지지자들과 눈도장을 찍기 위해 몰려든 현역 의원들, 지역구 위원장, 시·도의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의원님도 서서 지켜본 개소식... "서청원이 실세는 실세인 모양"

개소식 시작 시간이 다가오자 행사가 열리는 건물 3층 옥상으로 올라가려는 이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1층부터 3층까지 긴 줄이 생겼다. 장내 정리를 맡은 선거사무소 관계자가 "지역에서 올라오신 분들은 양보해 달라, 화성시민들 먼저 올라가야 한다"고 하자 늘어선 사람들 사이에서는 "먼 데서 온 사람이 먼저 가야지"라는 하소연이 터져 나왔다.

경기 화성갑 재보선에 출마한 새누리당 서청원 후보가 9일 경기 화성시 봉담읍에서 열린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황우여 대표, 최경환 원내대표와 함께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경기 화성갑 재보선에 출마한 새누리당 서청원 후보가 9일 경기 화성시 봉담읍에서 열린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황우여 대표, 최경환 원내대표와 함께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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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소식에는 황우여 대표, 최경환 원내대표 이혜훈·심재철 최고위원, 김기현 정책위의장, 홍문종 사무총장, 이주영 여의도연구소장도 등 새누리당 지도부 및 당직자가 총출동했다. 서상기, 유승민, 남경필 의원 등 중진급 의원들을 포함해 새누리당 소속 의원 40여명도 자리를 지켰다.

당 지도부급 의원들을 제외하고는 앉을 자리도 따로 마련되지 않아 대부분 서서 개소식을 지켜봤다. 개소식 중간 서청원 후보는 김기현 정책위의장이 눈에 띄었는지 "지역 예산 따오려면 정책위의장한테 잘 보여야 하는데 서 있다, 내 자리에 앉으시라"고 농담을 건넸다. 국회의원들까지 서 있게 한 서 후보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는지, 행사장 중간에 앉아 있던 한 참석자는 "서(청원) 후보가 진짜 실세는 실세인 모양"이라고 말했다.

이날 개소식에서 서 후보는 "화성의 발전을 10년 앞당기겠다, 당 지도부가 보장해줘야 한다"며 "당 지도부 모두 일어나 약속해 달라"고 요구했고 황우여 대표 등 당 지도부는 화답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화성시의 숙원사업인 USKR(유니버셜 스튜디어 코리아리조트) 기반시설 예산 200~300억 원이 반영된 것으로 안다, 이번 국회에서 잘 살펴보겠다"고 약속했다.

축제 분위기였던 개소식... "박근혜 대통령과 일할 사람 뽑아야"

황우여 대표는 "서 후보가 당선돼 7선 의원이 되면 그야말로 정치에서는 '신선의 경지'에 이르는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필하면서 박근혜정부를 성공시키고 대한민국을 새롭게 할 중심 인물은 서청원 밖에 없다"고 치켜세웠다. 최경환 원내대표도 "박근혜정부가 성공하려면 서 후보 같은 경륜과 배짱을 갖춘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거들었다. 개소식은 서 후보의 당선을 확신한 듯 축제 분위기였다.

실제 여론조사 수치상으로도 서 후보는 오일용 민주당 후보를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역 신문인 <경인일보>가 지난 6일 실시한 여론조사(지역구 유권자 704명 대상, RDD 방식,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65%p)에서 서 후보는 48.8%의 지지율을 얻어 오일용 후보(26.3%)와 홍성규 통합진보당 후보(6.1%)를 여유 있게 따돌렸다.

경기 화성갑 재보선에 출마한 새누리당 서청원 후보가 9일 경기 화성시 봉담읍에서 열린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필승을 다짐하고 있다.
 경기 화성갑 재보선에 출마한 새누리당 서청원 후보가 9일 경기 화성시 봉담읍에서 열린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필승을 다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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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되지 않은 상태에서, 민주당 보다 강세를 보이고 있는 새누리당 지지도와 후보 인지도에 힘입어 서 후보가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화성갑은 18대 총선에서는 김성회(46.31%), 19대 총선에서는 고희선(41.77%) 후보가 내리 당선되는 등 새누리당의 텃밭으로 분류되는 곳이다.

이날 개소식에서 만난 김아무개(52)씨는 "화성 사람들이 박근혜 대통령을 뽑았으니까 함께 일할 사람을 한번 밀어줘야 한다"며 "화성에는 여당의 힘 있는 인물이 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희섭(64)씨는 "야당이 비리, 비리 하는데 서청원이 혼자 축재하려고 그런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감쌌다. 이어 "야당 (채인석)시장은 선거법 위반으로 조사 받으러 다니느라 제대로 하는 일이 하나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서 후보의 선거사무소 밖 길거리의 분위기는 조금 달랐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 조성으로 20~40대 유권자의 유입이 늘어난 봉담읍과 향남읍은 야권 성향이 두드러지는 곳이다. 지난해 19대 총선에서 고희선 전 새누리당 의원이 당선됐지만 봉담읍에서는 고 전 의원이 8390표에 그친 반면, 오일용 민주당 후보는 그보다 1967표 많은 1만357표를 얻었다. 향남읍에서도 고 전 의원은 5019표, 오 후보는 7271표를 얻어 오 후보가 2252표 앞섰다.

젊은층 많은 봉담·향남... "구시대 이미지 서청원은 비호감"

이곳의 바닥 민심은 서청원 후보의 2002년 대선 당시 이른바 '차떼기 사건'과 2008년 '공천 뇌물 수수' 사건 등 비리 전력 등 '구시대 인사' 논란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봉담읍사무소 인근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이혜정(34)씨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 이후 이어지고 있는 '올드보이의 귀환'을 반길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씨는 "최다선 의원이나 여당 실세보다 국회의원을 처음 해보는 사람이 훨씬 더 지역을 위해 열심히 일할 수도 있다"며 "국민들이 원하는 정치는 새롭고 깨끗한 정치"라고 말했다. 이씨는 "친구들이나 지인들도 민주당도 그리 맘에 들지 않지만 서 후보는 구시대 이미지가 비호감이라 야당 후보를 찍겠다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조암시장에서 만난 주아무개(42)씨도 마찬가지였다. 주씨는 "서 후보는 공천 과정에서부터 '청와대 낙하산설'에 휘말렸고 아들 총리실 낙하산 채용 의혹에 딸의 부정입학 연루 사건 등 온갖 구태가 이어지고 있다"며 "지금 국회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일할 사람이 아니라 박 대통령을 견제할 사람이 필요한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경기 화성갑 재보선에 출마한 민주당 오일용 후보가 9일 화성시 우정읍 조암시장에서 만난 상인들과 인사하고 있다.
 경기 화성갑 재보선에 출마한 민주당 오일용 후보가 9일 화성시 우정읍 조암시장에서 만난 상인들과 인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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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용 민주당 후보 측도 20~40대 유권자들의 밑바닥 정서에 깔린 서 후보에 대한 반감에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지난해 19대 총선에서 봉담·향남읍 지역의 유권자수는 8만4000여명으로 화성갑 전체 유권자 18만5000여명의 45%를 차지했다. 전체 선거 판세를 좌우할 전략지역에서 유리한 민심 지형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오 후보가 19대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36.83%를 득표한 터라,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되면 후보 인지도를 올리는데도 문제가 없다고 보고있다.

이날 저녁 조암시장을 인사차 방문한 오 후보에게 시장 상인들은 "손학규가 후보 양보해 줬으니 열심히 하면 이번에는 (당선) 될 것", "지난 번 총선부터 이 지역에서 일했으니 다들 (오 후보를) 알고 있을 것"이라며 격려했다.

오일용 후보는 "지역을 다니다보면 의외로 서청원 후보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는 것을 느낀다. 저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서청원이 싫어서 저를 찍겠다는 분들이 많다"며 "이번 재보선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볼 수 있지만, 기저에 깔린 민심이 투표장에서 표출될 경우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태그:#재보선, #화성갑, #서청원, #오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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