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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의 4·11 비례대표 경선 부정의혹에 대한 2차 진상조사 특별위원회가 지난해 6월 26일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통합진보당의 4·11 비례대표 경선 부정의혹에 대한 2차 진상조사 특별위원회가 지난해 6월 26일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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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에서 대리투표를 한 혐의로 기소된 당원들 45명이 지난 7일, 법원으로부터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당황스러워하고 있다. 사정이 어떻든지 간에 대리투표는 직접 선거 원칙을 위반한 분명한 범죄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통진당 경선 시스템과 민주당 대선 후보 모바일 경선 시스템 조사에 참여했던 필자의 입장에서는 이 판결이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하고 있으나, 이 글이 무죄 판결을 이해하지 못하는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온라인 선거는 두 가지 부정의 가능성이 있다. 해당 선거를 주관하는 선거관리위원회(아래 선관위)에 의한 부정과 유권자에 의한 부정이다. 선관위에 의한 부정은 A 후보를 찍었지만 프로그램을 조작해 B 후보를 찍은 것처럼 조작하는 것이다. 현재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온라인 선거 시스템은 이를 막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강구되어 있다. 예를 들어 투표자가 자신의 공인인증서로 투표값을 암호화해서 전송하면 중간에서 조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물론 투표 프로그램 자체를 조작해 암호화가 소용없게 만들 수도 있다. 어떻게 암호화했든 최종적으로 개표하는 것은 선관위이므로 이 때 투표값을 바꿔치기 할 수도 있다. 사실 온라인 선거 연구자들은 이 모든 경우를 해결할 수 있는 기법을 이미 구현해 놓았다. 유권자가 사용하는 투표 프로그램을 모든 후보 진영이 검증하고 각각의 투표값을 모든 후보의 공인인증서로 동시에 암호화해 보관하고 개표도 각 후보 진영이 각자한 다음 이 값을 서로 교차 비교하도록 하면 부정은 불가능하게 된다.

문제는 통진당의 당내 선거 시스템뿐만 아니라 국내에 사용되는 선거 시스템들은 이런 보안 장치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의 선거 시스템은 마치 게시판 글쓰기처럼 운영되고 있다. 인터넷에서 공인인증서 등을 사용해 로그인하면 휴대폰으로 인증 번호가 날아오고 이것으로 본인 인증을 한 다음 후보를 선택하면 그 값을 암호화해서 저장하는 단순한 방식에 불과하다.

통진당 경선 부정의 모든 의혹, 근거 없음으로 밝혀져

이렇게 한국식 온라인 선거 시스템은 선관위에 의한 조작을 막을 아무런 안전 장치가 없다. 왜냐하면 온라인 선거가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가 전무할 뿐만 아니라 국가가 운영하는 선관위의 조력을 받을 수 없는 당내 행사일 뿐이라 비용을 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당내 비례대표 선출은 관행적으로 민주적 절차 없이 밀실에서 처리되던 사항이라 경선을 하는 것 자체가 특이한 것이었다. 하지 않아도 상관 없는 일을 정당 민주화 차원에서 실시한 것이라 온라인 여론 조사 수준의 보안 이상을 적용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선관위에 의한 부정은 쉽게 검증이 가능하다. 투표 결과값을 열어서 실제 투표자가 투표한 것과 비교하면 된다. 하지만 이것은 비밀선거 원칙 위반이라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온라인 선거는 투표값을 열지 않고도 검증 가능한 방법을 쓴다. 즉 투표자는 자신의 표가 정확히 처리되었음을 알 수 있지만 선관위는 후보자의 총 득표수 밖에 알 수 없는 방법이다.

한국식 온라인 선거는 이런 안전장치가 없어 누가 누구에게 투표했는지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었다. 통진당 내 소위 탈당파들은 소위 당권파를 비난하며 투표값을 열어서 실제 투표자가 투표한 것과 비교를 했다. 하지만 그들은 그 결과에 대해 입을 다물었다. 이 작업을 했던 박무 위원은 최근 통진당 대리투표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와 "투표값을 확인했지만 부정은 없었다"라고 증언한 바 있다.

소스 코드 조작을 통한 투표값 조작, 특정 후보의 득표값 고의 누락, 데이터 베이스 접근을 통한 투표 결과 조작 등 탈당파들이 제기했던 통진당 경선 부정의 모든 의혹은 투표값 열람을 통해 근거가 없음이 밝혀졌다. 만약 단 한 건의 부정이라도 있었으면 이를 대대적으로 문제 삼았을 것이다. 하지만 탈당파들은 언론을 통해 "부정이 있다고도 없다고도 할 수 없다"는 식의 주장만 계속했을 뿐이다.

'동일 IP 몰표' 주장 등도 IT에 대해 이해가 없는 잘못된 비난일 뿐이다. 같은 공유기 아래에 있는 컴퓨터는 모두 같은 IP로 보인다. 정당 특성상 같은 이해관계를 가진 당원들의 몰표도 자연스러운 것이다. 실제로 성모병원 간호사들은 병원 컴퓨터로 간호사 출신 후보에게 몰표를 행사했는데 이것이 동일 IP 몰표의 진실이다. 그 외 다양한 부정 의혹들도 근거가 없는 것임이 증명되었다. 한마디로 통합진보당 경선에서 선관위에 의한 부정은 없었다는 것이 정확히 밝혀진 사실이다.

선관위가 아무리 노력해도 부정을 막을 수 없는 이유

온라인 선거의 또 다른 부정은 투표자에 의한 것이다. 한국식 온라인 선거는 유권자가 투표장에 오지 않고 컴퓨터나 휴대폰으로 투표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본인 확인이 불가능하므로 대리투표가 가능하다. 때문에 선관위가 관리하는 공식 선거에는 쓰이지 못하고 있다.

반면 국제적으로 인정 받는 온라인 선거는 집계만 온라인으로 하는 것이다. 유권자가 현장 투표소에 와서 본인 확인을 받고 기표소에 들어가 투표를 하는 것은 현행 선거와 동일하다. 다만 기표소에서 컴퓨터 화면으로 투표하거나, 키펀지를 사용하거나, 투표용지를 스캐너로 읽게 하는 것이 다를 뿐이다.

현장 투표소를 운영하지 않을 경우 공인인증서를 사용하거나, 지문 인식을 하거나, 휴대폰 카메라로 본인 여부를 확인해도 대리 투표나 매표의 가능성은 줄어들지 않는다. 공인인증서는 쉽게 복사해 줄 수 있고, 지문 인식을 우회하는 방법도 많으며, 매표자가 휴대폰 카메라 범위 바깥에서 투표하는 것을 지켜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선관위가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이런 부정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한 가정에서 부부가 온라인 선거를 했을 때 이것이 부부가 각자 했는지, 남편이 요청해서 대리 투표를 한 것인지, 아내 몰래 남편이 두 표를 행사했는지 아니면 제 3자가 했는지 또는 투표하는 동안에 누군가 지켜보는 매표 행위를 했는지 알아낼 방법이 없다.

이것은 검찰도 마찬가지다. 이번 통진당 조사에 검찰이 찾을 수 있었던 대리투표 사례는 선거에 사용된 컴퓨터는 서울에 있는 반면 인증 받은 휴대폰은 부산에 있는 것과 같이 명백한 사례들뿐이었다. 그나마 수사권이 있는 검찰이어서 가능했던 일이며 정당 선관위는 이조차도 불가능하다.

이번 판결, 대리투표를 허용한다는 것이 아니다

한국식 온라인 선거는 기존 선거 시스템의 개선안이 아니다. 당내 민주화를 위해 궁여지책으로 선택한 온라인 여론 조사에 불과하다. "통합진보당의 전자투표가 4대원칙 위반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제도가 아니며, 이를 진보당에서도 인지하고 있었다"라는 재판부의 판결문이 뜻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때문에 아무리 노력해도 막을 수 없는 것을 막지 못했다고 선관위를 비난하는 것은 매우 부당한 일이다.

통진당의 대리투표 자들이 행한 대리투표는 엄밀하게 말해서 위임에 의한 대리투표 즉 대행 투표였다. 투표하기 어려운 가족 등을 위해서 투표를 대행해 준 것이다. 대행자가 임의로 투표하거나 위임한 자의 의사에 반하는 투표를 하지도 않았음이 밝혀졌다. 따라서 재판부는 이들이 도덕적 비난은 받을 수 있을지 몰라도 법적인 처벌은 불가하다고 판결했다. 온라인 선거는 정당 내 자율에 속한 일이고 선관위는 아무리 노력해도 대리투표를 막을 수 없으며 대행 행위를 통해 유권자의 의지가 왜곡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재판부가 온라인 선거 시스템의 개선을 촉구한 것은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이 판결은 대리투표를 허용하는 것이 아니다. 재판부는 여건이 어렵더라도 온라인 선거를 실시하는 정당은 선거 시스템을 개선하여 대리투표를 어렵게 만들어야 할 의무가 있음을 밝힌 것이다. 하지만 현장 투표소를 운영하지 않는 한 대리투표를 막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IT 강국 한국이 이를 계기로 온라인 민주화의 선구자가 되길 기대해본다.

이와는 별도로 통진당 경선 당시 명백한 부정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제주도의 비례대표 후보 오옥만이 운영하던 회사 직원이었던 고영삼은 불법 콜센터를 차려 놓고 미 투표자 확인을 계속하다가 결국 270여 표의 대리 투표를 실행했다. 이 부정 선거의 당사자인 고영삼이 오히려 당권파의 부정 의혹을 제기하였고 직접 진상 조사위원이 되었다. 그는 현장 분과였음에도 온라인 분과위 회의에 참석하여 각종 의혹을 제기하였다.

이 사항은 온라인 선거 시스템을 운영했다는 이유로 온라인 분과의 조사를 받았던 엑스인터넷 사장이 확인해 준 사항으로 이로 볼 때 진상 조사위가 얼마나 파행으로 운영되었는지 알 수 있다. 검찰 조사를 통해 결국 구속까지 이른 것은 당권파로 지목된 이석기·김재연이 아닌 오옥만 후보 측인 것이 이를 증명한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당권파가 부정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것과 당원들의 잘못도 없다는 것이 밝혀진 만큼 지난 한 해 통진당과 그 당원들을 부정 선거 세력으로 매도해 온 진보 세력들의 반성을 촉구해본다.

덧붙이는 글 | 김인성은 한양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이며 통합진보당 경선 시스템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증거 조사)과 민주당 모바일 경선 시스템 조사 위원으로 참여한 바 있습니다.



태그:#통합진보당, #온라인 선거, #대리투표, #부정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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