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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내용이지만 세 종류의 보도가 나왔다. 어제(26일) 검찰은 이른바 '내란음모' 사건으로 조사를 받고 있는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을 구속기소하고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같은 날 지상파 방송3사 모두 기소사실을 저녁뉴스 중반부에 편성 보도했다. 그러나 세 방송사의 보도 내용은 다른 사실을 보도한 것처럼 느껴질 만큼의 차이가 있었다.

이석기 의원 구속기소, '무리한 수사' 논란 빚어져

26일 수원지검 공안부(부장검사 최태원)는 이 의원을 형법상 내란음모 및 선동,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이적동조)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김수남 수원지검 지검장은 이번 사건에 대해 "주체사상으로 무장한 지하혁명조직이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중대한 위협을 가한 사건"이라 강조했다.

지하혁명조직 'RO'가 주체사상을 조직 전반의 이념으로 삼고 내란 음모와 선동 혐의를 꾸민 게 분명히 드러났다고 설명했으며, 2004년 적발된 민혁당 사건과 유사점이 많다고 지적했다(관련기사 : 한달 만에 나온 중간수사 발표, 결정적 증거는 없었다).

검찰은 '내란음모' 혐의를 받는 통합진보당 이석기 국회의원을 어제 구속기소했다. 어제(26일) KBS 뉴스9 중
 검찰은 '내란음모' 혐의를 받는 통합진보당 이석기 국회의원을 어제 구속기소했다. 어제(26일) KBS 뉴스9 중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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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발표된 공소사실은 기존에 국회에 제출된 '체포동의서'의 내용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추가로 적용될 것으로 알려진 '여적죄'나 '반국가단체 구성' 혐의도 공소내용에서 빠졌다. 북한과의 연계사실 내용도 들어있지 않다. 공동변호인단 단장을 맡고 있는 김칠준 변호사는 이를 지적하며 "검찰의 공소제기에 결정적인 증거가 없어 무죄를 확신한다"고 말했다.

검찰의 중간수사결과 발표에 엇갈린 여론

여론 또한 엇갈렸다. 구속기소 사실을 환영하는 주장도 있는 한편, 이를 차분히 바라보는 여론도 있다. 트위터리안 @corea***은 "이석기 헛소리는 분명 잘못된 게 맞다"며 "그 정도 헛소리가 사법처리 대상이 되는 나라가 '민주주의 국가'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SNS분석 웹사이트 Topsy(http://topsy.com)에 '이석기'라 검색해 본 결과, 어제(26일) 지난 7시간 동안 3,121건의 트위터 글이 검색돼 이전에 비해 급증했다. 이 의원의 구속기소로 인해 여론이 반응했음을 보여준다
 SNS분석 웹사이트 Topsy(http://topsy.com)에 '이석기'라 검색해 본 결과, 어제(26일) 지난 7시간 동안 3,121건의 트위터 글이 검색돼 이전에 비해 급증했다. 이 의원의 구속기소로 인해 여론이 반응했음을 보여준다
ⓒ TOP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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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수사가 무리했다는 비판도 있었다. 지난해 정수장학회의 비밀회동을 단독 보도했던 <한겨레> 최성진 기자는 개인 트위터(@csj2007)를 통해 검찰의 중간수사발표 현장을 비판적인 시선으로 전했다. 최 기자는 검찰이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물적 증거를 비롯한 자료를 공개하지 않은 것을 두고 "물증이야 내놔봐야 아는 것이고, 정황증거야 그 반대의 정황증거도 얼마든지 있는 것"이라며 "수사 이런 식으로 해도 괜찮은 건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일부 언론은 이번 구속기소 논란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뉴시스>는 "알려진 내용 외에 새로운 내용이 없어서 무리한 수사 논란이 빚어진다"고 보도했다. JTBC도 <뉴스9>을 통해 "반국가단체 구성 혐의는 빠져" 제목 아래에 기소사실과 함께 법적 논란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지상파 방송3사 중에서는 SBS만이 이 내용을 다뤘다. SBS <8뉴스>는 "'내란 음모' 기소...내달 초 재판 시작" 제목 아래에 이 의원의 구속기소 내용을 간단히 전했다. 더불어 추가혐의 내용이 빠진 것을 보도하며 "수사 과정에서 진술을 거부한 이 의원 측은 재판을 통해 무죄를 입증하겠다고 밝혀 치열한 법리 규정이 예상된다"고 마무리했다.

어제(26일) SBS 8뉴스 중
 어제(26일) SBS 8뉴스 중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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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26일) SBS 8뉴스는 이석기 의원 구속기소를 보도하며 뒤따르는 논란도 함께 보도했다.
 어제(26일) SBS 8뉴스는 이석기 의원 구속기소를 보도하며 뒤따르는 논란도 함께 보도했다.
ⓒ SB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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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RO' 검찰 공소내용 사실인 양 그대로 보도

KBS는 이 의원의 구속기소를 둘러싼 논란을 빠트리고 보도했다. ""RO 총책" 이석기 기소" 제목의 보도에는 이 의원의 공소사유인 내란 선동, 음모 및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 혐의 등 공소내용에 대해서만 소개했다.

그리고 "검찰은 이석기 의원을 비롯한 관련자들이 모두 묵비권을 행사하고 서명날인까지 거부했지만 제보자 진술이나 각종 녹취록 등 확보된 증거만으로도 혐의 입증은 충분하다고 밝혔다"며 마무리했다.

MBC의 경우는 타 방송사보다 한 꼭지를 더 편성했다. "'내란음모 혐의' 기소" 제하 첫번째 꼭지에서는 이 의원의 공소내용과 이를 둘러싼 논란이 있음을 1분 24초를 할애해 보도했다. 두번째 꼭지는 "북한식 용어에 혁명 강조"라는 제목을 달았다.

이어 1분 23초 동안 'RO'에 대한 검찰의 공소내용을 상세히 보도했다. 시작부터 "이석기 의원을 '브이'님이라고 부르며, 경호팀까지 꾸려 운영했다"며 "지난 1999년에 적발된 민혁당과 여러모로 비슷한 점이 많다"고 전했다. 통진당 및 변호인단의 의견은 일체 보여주지 않고 검찰의 공소내용만을 전했다.

어제(26일) MBC 뉴스데스크 중
 어제(26일) MBC 뉴스데스크 중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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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26일) MBC 뉴스데스크는 두 꼭지를 편성해 위 내용을 포함한 'RO'에 대한 설명에 한 꼭지를 할애했다.
 어제(26일) MBC 뉴스데스크는 두 꼭지를 편성해 위 내용을 포함한 'RO'에 대한 설명에 한 꼭지를 할애했다.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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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검찰의 공소내용은 하나로 같다. 그러나 이를 보여주는 언론의 시각은 너무나 다르다. 한 곳의 언론만 본다면 같은 사건임에도 이를 파악하는 눈이 완전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내란음모' 사건이 처음 터져나왔을 때부터 지상파 방송3사가 한결같이 지적 받아온 부분이다.

이번 보도 또한 동시에 놓고 보면 어떻게 보도하는 게 보다 진실에 근접해 있는지, 어느 곳이 사실을 객관적으로 보도하기 위해 노력했는지 시청자들과 독자들이 충분히 판단할 수 있는 대목이라 하겠다.


태그:#방송3사 뉴스 한눈에 보기, #이석기, #RO, #MBC,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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