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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측이 경남 밀양 지역 송전탑 공사 재개를 강행하기로 한 10월 초에, 경찰 측은 무려 34개 중대 소속 3천여 명의 공권력을 투입하겠다고 25일 밝혔다. 7개 중대는 경남에서, 나머지 27개 중대는 다른 지역에서 동원하겠다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에 "이처럼 많은 인원을 동원하는 것은 송전탑 현장의 지형이 대체로 험해 자칫 일어날 수 있는 각종 사고를 예방하고 '장기전'에 대비해 투입된 인력을 원활하게 교대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성한 경찰청장은 "주민들이 국책 사업의 수행에 반대하면서 경찰을 폭행하는 들 불법행위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주의 국가란 무엇인가. 말 그대로 "국민이 주인이 되는 국가"란 뜻이다. 공권력은 국민을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거나, 절도, 강간 등의 범죄를 예방, 대응하기 위해 존재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언젠가부터 공권력이란 국가의 사병이 되어버렸다. 정확히 말하자면 대통령과 여당의 사병이 되어버린 것이다. 국가가 정책을 내놓을 때, 국민이 저항권을 행사할 경우 무력으로 진압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나는 솔직히 우려스럽다. 공권력의 폭력성은 오랜 시간 동안 문제가 되어왔다. 대표적인 예로, 용산참사의 경우 공권력의 과잉 무력 진압으로 인해 5명의 주민들과 1명의 경찰관이 목숨을 잃게 됐다. 용산 재개발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청취하지 않고 무력으로 진압을 시도했기 때문에 극단적 갈등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인명피해는 불가피하게 된 것이다.

용산사태와 밀양 송전탑 건설은 겉으로 보면 무척이나 다른 사건 같지만, 자세히 보면 공통점이 많다. 국민의 저항 의사를 무력으로 진압하려는 시도와, "국가 정책"이라는 이유로 그들의 삶의 터전을 무력으로 강탈하려 하는 시도가 있다. 밀양 주민들은 한평생을 밀양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아왔다. 그런데 그 땅 위에 갑자기 송전탑을 지어버리게 되면 예상되는 피해는 충분히 거론되어 왔다. 이에 따라 지중화라든지, 충분히 많은 대안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원론대로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보상을 해줄 테니 조용히 하라는 건 매우 폭력적인 것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물질적 보상이 아니다. 바로 "농사지을 땅" 그것 하나뿐이다. 그들의 소박한 소원을 "국가 정책"이라는 이유로 짓밟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공권력은 그들의 행복을 짓밟을 권리가 없다.

만약 공권력이 밀양 주민의 목소리에 귀를 틀어 막고 주민들의 입을 틀어 막기 위해 폭력적인 진압을 멈추지 않는다면, 극단적인 갈등과 대치, 그리고 수많은 인명피해는 막을 수가 없을 것이다. 밀양 할매들은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무덤"까지 준비했다고 한다. 국민을 보호하고 행복하게 해야 할 국가가 오히려 국민을 죽이고 불행하게 만들고 있다. 정부와 공권력은 지금 즉시 폭력을 멈추고 국민과 열린 자세로 "청취의 소통"을 해야 할 것이다. 부디 잊지 않길 바란다. 국가의 주인은 대통령이 아니다. 국민이다. 대통령은 그들의 "대변인"이어야 한다.


태그:#밀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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