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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4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2014년 세입예산안 관련 질의를 받고 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4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2014년 세입예산안 관련 질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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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국세 수입이 예상보다 10여조 원 덜 걷히는 등 사상 최악의 상황인데도 정부가 다시 한 번 '장밋빛 세수 전망'을 제시하고 나섰다.

박근혜 정부는 26일 국무회의를 통해 2014년도 세입예산안을 발표했다. 내년도 세금 수입이 올해보다 3.9% 증가한 218조 5000억 원 수준이 될 것이라는 내용이다. 지난 5월 공약가계부 발표 때 공언했던 대로 비과세·감면 정비와 지하경제 양성화, 금융소득 과세강화를 통해 7조 6000억 원의 국세를 마련할 계획도 함께 내놨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걷힌 세금 성적과 나란히 놓고 보면 이같은 장밋빛 전망은 빗나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내년도 추가 국세 수입의 주축 중 하나인 지하경제 양성화 부문도 올해 7월 개정된 FIU법 내용에 따르면 과다 계상됐다는 분석이다. 국세 수입의 가장 중요한 척도인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정부가 세입예산안의 근거로 삼았던 3.9%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올해 상반기에만 10조 덜 걷혀... 내년 세수에 영향 불가피

이날 정부는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교통·에너지·환경세, 관세 등 주요 세목별로 2014년 세입예산을 계산해 공개했다. 세수가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된 세목은 소득세와 부가가치세, 교통·에너지·환경세다. 정부는 이들 세목의 수입이 2013년 예산 대비 각각 9.0%와 7.4%, 3.7%씩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법인세는 올해 예산 대비 0.1%, 관세는 2.8% 더 걷힐 것으로 예상했다.

이같은 계산은 내년 세금 수입의 출발점이 되는 올해 세입 예산이 기대대로 빠짐없이 걷혀야 맞아떨어진다. 그러나 현실은 그런 기대와는 거리가 먼 상황이다. 추가경정을 포함한 2013년 세입 예산은 총 210조 4000억 원이지만 한 해의 반환점인 지난 6월까지 걷힌 세금은 전체의 46.2%에 해당하는 97조 2000억 원에 불과하다. 지난 3년간 평균치보다 6.3%p 덜 걷혔다.

가장 큰 '구멍'은 법인세다. 올해 6월까지 걷힌 법인세는 21조 4000억 원. 전년 동기에 비해 4조 2000억 원 줄어든 수준이다. 정부는 법인세가 올해 대비 0.1%만 더 걷혀도 2014년 세입예산 확보에는 문제가 없다는 식이지만 '구멍'을 감안하면 사실상 9% 이상의 법인세수 확충이 필요하다.

올해 6월까지 25조 6000억 원이 걷힌 부가가치세수 역시 목표인 56조 6000억 원에 크게 못 미칠 전망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 8월 "2009~2012년 6월 평균 세수진도비(특정시점까지의 세수실적/국세수입 예산)가 51.1%"라면서 "이를 이용해 전망한 2013년 부가가치세수는 50조 1000억 원"이라고 밝혔다.

올해와는 달리 내년에는 연초부터 경기회복세가 지속된다 하더라도 이런 세수 상황이 크게 반전되기는 어렵다. 국세 수입의 주축은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인데 이들 세목의 2014년도 수입의 절반은 2013년 경기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이같은 추세라면 올해 연말까지 확보되는 세수는 200조 원 내외일 것으로 추정된다. 2014년도 목표인 218조 5000억 원을 걷으려면 실질적으로 내년에 9%대 세수확충이 이뤄져야 하는 셈이다.
정부의 2014년 국세 세입예산안
 정부의 2014년 국세 세입예산안
ⓒ 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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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연속 '헛다리' 경제전망... 올해는 맞출까?

한 해 나라살림의 원동력이 되는 세수는 경기 상황과 경제적인 여건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올바른 재정운용을 위해서는 정확한 경제전망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올해 세입예산안의 배경으로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3.9%로 가정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3년 연속 '헛다리'를 짚고 있기 때문이다.

예산정책처 역시 최근 발간한 '2014년 재정 운용방향 및 주요 현안 보고서'에서 정부가 지난 2011년부터 경제전망에 있어 지나치게 낙관적인 경향을 보여왔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2011년 예산안을 짜면서는 경제성장률을 5%로 잡았지만 실제로는 3.7% 성장에 그쳤고 2012년에는 4.5%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2% 성장에 그쳤다.

특히 2013년에는 경제성장률을 4%로 가정하고 예산안을 내놨다가 세수가 크게 부족해지자 6개월만에 성장률을 2.3%로 조정한 뒤 17조 원이 는 추가경정 예산을 편성하는 망신을 사기도 했다. 같은 시기 한국개발연구원(KDI), LG경제연구원 등 다른 국내 경제연구기관들은 3.3~3.4%라는 전망치를 내놨었다.

올해도 비슷한 상황이다. 3.9%를 자신하는 정부와는 달리 민간 전문가들은 내년도 성장률로 그보다 낮은 수준을 지목하고 있다. KDI가 지난 6월 발표한 '2013년 6월 경제 전망' 자료에 따르면 21명의 국내경제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가 2014년에 완만하게 개선되며 3.5%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2014년 추가 국세 수입 중 가장 규모가 큰 지하경제 양성화 부문 역시 목표인 5조 5000억 원을 맞추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지하경제 활성화의 핵심은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고액현금거래(CTR) 금융정보를 이용한 탈세 적발. 국세청은 FIU에 있는 이 정보를 자신들이 직접 이용할 경우 연 4조 5000억 원 가량의 세입 확대가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지난 7월 개정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세청은 이미 CTR 원본 자료에 대해 법적으로 접근이 불가능한 상태다. 국세청이 먼저 탈세 및 세금 탈루 혐의를 제시하고 FIU 정보분석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후에는 2000만 원 이상의 CTR과 의심거래정보(STR)를 제공받을 수 있지만 이런 방식은 사실상 현재와 거의 차이가 없어 대규모 추가 세입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정부가 기대세수로 꼽은 지하경제 양성화 목표 5조 5000억 원에 대한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같은 이유로 정부가 예상한 세입과 실제 세수가 크게 차이날 경우 올해에 이어 또 추경 예산을 짜게 될 가능성도 있지만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보면 그런 가능성은 낮다"고 일축했다. 그는 "작년과 올해는 경기가 나빠지는 추세였고 올해 하반기와 내년은 좋아지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태그:#세입예산, #박근혜, #지하경제 양성화, #경제성장률, #세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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