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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에서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과 경찰의 은폐와 조작 사건에 연루된 이들에 대해서 검찰은 대부분 기소유예 결정을 내리고, 원세훈 전 원장만 기소했다.

하지만 지난 23일 법원은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관련자 8명에 대해 낸 재정신청에서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과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을 기소하라고 결정(2013초재2519)했다. 다만 김하영 국정원 직원을 포함한 6명에 대해서는 상급자의 지시에 따라 사건에 가담한 점을 고려해 재정신청을 기각했다.

법원이 내린 공소제기 명령에 대해서는 검사는 불복할 수 없다. 그러므로 검사는 이들에 대해서 하루 빨리 공소를 제기해야 한다. 이로써 지난 대선에서 국가국정원의 선거개입과 경찰의 은폐의혹으로 기소된 사람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서울지방경찰청장을 포함한 4명이 된다.

검사의 기소유예처분은 기소편의주의(형사소송법 제247조)의 구체적인 형태로서 공익의 대표자인 검사로 하여금 범죄의 혐의가 인정되는 경우에도 형법 제51조의 정상을 참작하여 공소를 제기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이다. 그러나 검사의 재량권 행사에는 스스로 합리적인 한계가 있어야 한다. 죄명, 보호법익의 침해정도, 죄질의 경중, 범행의 동기·수단·결과, 범인의 연령·성행·지능과 환경, 범행후의 정황, 피해자에 대한 관계, 기타 형법 제51조 소정의 사항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위와 같은 한계를 초월하여 재량권의 남용이라고 볼 자의적인 조치는 허용될 수 없다. 기소하여 법원의 심판을 받도록 함이 마땅한 사안을 자의적으로 기소유예로 불기소처분은 형사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과 평등권을 침해한다(헌법재판소 98헌마303).

검사의 기소유예처분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재정신청이다. 검찰이 기소유예를 한 경우 이를 취소하기 위해서 그 검사 소속의 고등검찰청에 대응하는 고등법원에 그 당부에 관한 재정을 신청할 수 있다. 이를 재정신청이라고 한다.

선거 과정에서 부정행위를 적발하고 아무리 증거능력을 갖추어 고발하여도 검찰이 불기소처분을 하면 소용이 없다. 우리나라는 1994년 공직선거법에서 처음으로 정당(중앙당), 후보자에게 재정신청 권한이 부여되었다. 그리고 2000년 공직선거법이 개정되어 선거범죄에 대한 고발을 한 당해 선거관리위원회에서도 재정신청권을 부여하고 있다.

법원은 이번 결정에서 아쉽게도 김하영 국정원 직원을 포함한 6명에 대해서는 상급자의 지시에 따라 사건에 가담한 점을 고려해 기소유예 처분을 유지하도록 했다. 하지만 '악법을 준수하는 것이 범죄'라는 법언이 있다. 이번 법원의 재정신청명령을 참고해서 검찰은 지난 대선에서 부정선거에 관여한 이들에 대한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고, 부정선거에 관련된 이들을 모두 기소해서 형사법정에 세워야한다.

그래야만 지난 대선에서 이루어진 부정선거의 실체를 옹골지게 밝힐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여경수 기자는 헌법 연구가입니다. 지은 책으로 생활 헌법(좋은땅, 2013)이 있습니다.



태그:#헌법재판소, #기소유예, #재정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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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힘이 되는 생활 헌법(좋은땅 출판사) 저자, 헌법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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