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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옥 기자] 안철수 의원이 4년 전 출연했던 방송에 대한 심의가 필요하다며 민원을 제기한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를 불러 해당 방송의 심의를 반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야당 측 위원들을 향해 막말을 쏟아낼 기회를 제공한 TV조선이 결국 방심위로부터 중징계 처분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25일 오후 열린 방심위 방송심의소위원회(이하 방송소위) 회의에서 여당 추천 위원 3인은 TV조선 <돌아온 저격수다>(8월 8일 방송)에 대해 법정제재인 '주의' 처분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방송심의규정 제9조(공정성) 2항, 제20조(명예훼손 금지) 1항, 제27조(품위유지) 1항 등을 위반했다는 지적이다. 이날 야당 추천의 김택곤 상임위원과 장낙인 위원은 변 대표 발언의 대상인 만큼 제척 사유에 해당한다며 해당 안건의 심의를 회피했다.

<돌아온 저격수다>는 당시 방송에서 변희재 대표와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장을 출연시켜 안철수 무소속 의원과 박원순 서울시장의 관계 및 향후 행보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이 과정에서 진행자인 장원재 SNS바른소리사람들 대표는 "변 대표가 추진해 온 안철수 (의원) 거짓말 민원에 대한 방심위 심의, 어떻게 됐냐"고 질문했다.

이에 변 대표는 "방심위에서 이번에 민주당 추천 위원들이 참 가관이었는데, 노골적으로 안철수 (의원) 거짓말을 비호하다 보니까 헛소리들 정말 많이 했다", "아무리 여야 추천이라도 방심위원은 국민의 방송을 심의해 줘야 하는데, 너무 그렇게 민주당의 충견 노릇을" 등의 원색적인 비난을 했다.

이와 관련해 이날 방송소위에 의견진술을 위해 출석한 정한 TV조선 시사제작팀 부장은 "방심위원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방송 품위를 저하시킨 사실을 인정한다"며 문제를 인정했다.

박성희 위원은 "오늘(25일) 회의에 야당 추천 위원들이 (당사자란 이유로) 회피를 했는데 변 대표 역시 똑같은 회피 대상"이라며 "안철수 의원이 출연했던 방송에 대해 심의를 제기한 이가 변 대표였던 만큼, 중립적인 발언을 할 수 있는 출연자가 아니란 건 애초부터 알 수 있는 부분 아닌가"라고 말했다.

박성희 위원은 "안철수 의원이 출연한 MBC <황금어장-무릎팍 도사>에 대한 심의는 여야 추천과 관련 없는 부분"이라며 "지적하는 사람 자체가 부적절했을 뿐 아니라, 방심위를 분파 싸움을 하는 곳처럼 보이게 한 것 또한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권혁부 부위원장도 "제작진도 변 대표가 안철수 의원 출연 방송에 대한 심의를 요청한 민원의 직접 당사자라는 사실을 아는 입장 아니었나. 이해 당사자의 한 축을 끌어내 방송할 경우 그 내용이 공정할 수 있을 거라고 누구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엄광석 위원은 "(심의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싶은 부분을) 논리적으로 조목조목 말하면 납득할 수 있지만 (다짜고짜 야당 추천 위원들에 대해) '민주당의 충견이다'라고 해선 안 될 일"이라며 "향후 시사프로그램을 제작함에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련의 지적에 정한 부장은 "부끄럽다. 그런 ('충견' 등의) 단어를 쓰는 건 (방송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 부장은 "지난 8월부터 패널 일부를 조정했는데, 변 대표의 경우 발언 수위가 다소 통제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 출연 횟수를 줄이는 등의 방안을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방송소위는 이날 국가정보원의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수사와 관련한 김성준 SBS <8뉴스> 앵커의 클로징 멘트가 방송심의규정 제9조(공정성) 2항을 위반했는지 여부에 대해 심의를 했는데, 5인 위원 중 권혁부 부위원장을 제외한 4인 위원이 '문제없음' 의견을 냈다.

지난 8월 28일 방송된 <8뉴스> 말미 김성준 앵커는 "미묘한 때에 초대형 사건이 불거졌습니다. 국민이 놀랐습니다. 시점과 내용으로 볼 때 국가정보원이 조직의 명운을 건 외길 걷기에 나선 것 같습니다. 진실 말고는 길잡이가 없습니다"라는 클로징 멘트를 했다.

이에 대해 다수의 위원들은 "앵커의 역할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발언"(김택곤 상임위원), "이석기 의원에 대한 국정원 수사가 문제라고 한 게 아니라, 시점이 미묘하다는 말을 한 것인 만큼 문제될 게 없다"(장낙인 위원), "발언 자체에 문제삼을 부분이 없다"(엄광석·박성희 위원) 등 '문제없음' 의견을 제시했다.

반면 권혁부 부위원장은 "국정원이 국기문란의 내란음모 사건을 수사한 걸 놓고 앵커가 이런 말을 해도 되나. 어느 나라 방송인가"라고 비판하며 SBS 측의 의견진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통상 의견진술은 법정제재 이상의 징계를 검토 중일 때 진행한다. 그러나 SBS 측으로부터 의견을 청취할 필요가 있다는 권 부위원장의 주장은 나머지 4인 위원 누구의 동의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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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변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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