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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4월 봄에 여기에 분양한 사람들이 함께 모종을 심고 있다. 안성시청에서 나눠준 치커리, 상추, 고추 모종 등이다.
▲ 모종 심기 지금은 4월 봄에 여기에 분양한 사람들이 함께 모종을 심고 있다. 안성시청에서 나눠준 치커리, 상추, 고추 모종 등이다.
ⓒ 안성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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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시청 농정과에서 지난해 4월에 처음 이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사람들이 과연 신청을 할지 의문이었다. 1년이 지난 지금 분양 신청이 공지되면 바로 마감된다. 그것도 선착순 마감이 원칙이다. 도대체 무슨 사업이기에 사람들이 이토록 사람이 몰릴까. 지난 23일 안성시청 농정과 심상철 주무관을 만나 자초지종을 들어봤다.

남녀노소가 텃밭 일구어

안성 현수동 1500평 규모의 땅에 주인을 찾은 텃밭들이 나란히 자리잡고 있다.
▲ 텃밭 안성 현수동 1500평 규모의 땅에 주인을 찾은 텃밭들이 나란히 자리잡고 있다.
ⓒ 안성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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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업은 안성시청의 로컬푸드 운동의 일환으로 시작됐다고 한다. 자신들의 안전한 먹을거리를 자신들이 직접 공급하는 형태의 로컬푸드 운동이라는 것. 또한 주 5일 수업으로 인한 학생들의 체험학습 공간으로 활용한다.

현재 안성시 현수동에 1500평, 공도 용두리에 450평의 땅을 확보하고 두 개 텃밭을 운영한다. 1구좌가 3평이며, 1가족당 2구좌로 제한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주기 위해서다. 1구좌 당 1년에 2만 원을 본인이 부담하면 1년 농사를 그곳에서 지을 수 있다.

여기엔 화장실·쉼터·농기구 창고·수돗가 등이 함께 있다. 간단한 농기계인 호미와 괭이도 사용할 수 있다. 이런 농기구와 텃밭을 관리하는 사람은 공공근로 요원이다. 물론 이 텃밭을 시로부터 위탁받아 관리하는 생명농업지원센터가 주로 관리한다.

봄에 농사가 시작되면 상추·케일·치커리·고추·열무 등의 모종도 지급한다고 하니 금상첨화다. 물론 개인적으로 땅콩·옥수수·고구마·당근 등을 경작하는 사람도 있다. 참외와 수박을 경작하는 사람도 있다.

여기에 와서 밭을 경작하는 사람은 5세 유치원생부터 팔순노인에 이른다. 그야말로 남녀노소가 한다. 젊은 부부 가족 단위가 하는 경우도 있고, 노년 부부가 하는 경우도 있고, 손자와 조부모에 이르는 3대가 하는 경우도 있다.

텃밭농원에 공동체라니? 이유 있었네

그런데 여기 이름이 '공동체 텃밭 농원'이다. 공동체라니? 단순한 텃밭을 넘어서는 이야기가 있지 않을까.

심상철 주무관은 "이 텃밭을 이용하는 사람들 중 대부분이 아파트 주민"이라며 "아파트에 살면서 그토록 텃밭을 일구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은 줄 몰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람이 하는 곳이라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거. 어떤 때는 밭에서 따다 놓은 호박이 없어졌다며 전화가 올 때도 있고, 농기구가 부족하다고 연락이 올 때도 있단다. 옆 밭 옥수수의 키가 커서 그늘이 진다는 호소도 들어온다. 안성시청은 이런 저런 문제를 조율해야 한다. 260여 명의 입맛을 맞추기 여간 쉬운 게 아니라는 게 심상철 주무관의 전언이다.

옥수수를 심어 키우면 그늘이 지기 때문에 옆 밭에 본의 아니게 피해를 줄 수 있다. 풀을 제대로 뽑아 주지 않으면 자신의 밭뿐만 아니라 옆 밭에도 피해를 줄 수 있다. 이래서 시청에선 농사교육뿐만 아니라 공동체 교육도 한다. 옆의 밭에 피해를 주지 않고 농사짓는 방법을 교육하는 것이란다.

어떤 경우에는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이 텃밭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럴 때면 두 밭을 인접하게 해 자신의 밭만 아니라 서로의 밭도 돌보게 한다. 시어머니가 몸이 아파 밭을 돌보지 못하면 며느리가 돌봐주고, 며느리가 바빠서 밭을 소홀히 하면 시어머니가 봐주기 편하다고 했다. 

안성시 도시 텃밭농원에 오는 사람들은 농사초보자도 많기에 텃밭 교육을 매월 1회 한다.
▲ 텃밭교육 안성시 도시 텃밭농원에 오는 사람들은 농사초보자도 많기에 텃밭 교육을 매월 1회 한다.
ⓒ 안성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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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는 나이 드신 어르신들도 많이 온다. 그들은 노년의 소일거리를 위해서 온다고 했다. 정년퇴직하고 오는 사람도 있다. 그들은 농사를 지어 자신도 먹을 뿐만 아니라 주변사람들(이웃·친척·자손)에게 나눠 주는 재미로 텃밭을 한단다. 심상철 주무관은 "어르신들께 수박이나 참외를 얻어먹기도 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단순히 텃밭을 가꾸는 곳이 아니라 또 하나의 세상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이웃과 조화롭게 더불어 사는 방식을 익히는 곳이다. 서로 도와가며, 이해하며, 힘을 합해서 텃밭을 일구어야 자신의 텃밭뿐만 아니라 타인의 텃밭도 잘 된다는, 말하자면 상생의 길을 배우게 되는 곳이다. 텃밭을 통해 공동체의 길, 상생의 길을 연습하고 있는 게다.

농사초보자도 농사에 재미 붙여

안성시 텃밭농원을 담당하는 심상철 주무관이 환하게 웃고 있다. 텃밭농원 사업을 하는 바람에 개인 휴대폰 번호가 노출되어 일과 후 시간에 잡다한 문의나 상담이 들어와 힘들기도 하지만, 바꿔말하면 시민들이 열심히 많이 이용한다는 것이니 보람있다고 말했다.
▲ 심상철 주무관 안성시 텃밭농원을 담당하는 심상철 주무관이 환하게 웃고 있다. 텃밭농원 사업을 하는 바람에 개인 휴대폰 번호가 노출되어 일과 후 시간에 잡다한 문의나 상담이 들어와 힘들기도 하지만, 바꿔말하면 시민들이 열심히 많이 이용한다는 것이니 보람있다고 말했다.
ⓒ 송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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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 농사라도 채소밭에 멀칭용 비닐을 제공해 비닐을 씌우는 게 대부분이다. 하지만, 간혹 비닐을 씌우지 않고, 자주 텃밭에 나와 직접 풀을 뽑겠다는 사람도 있다. 나이 드신 어르신이 운동삼아 하겠다는 거다. 어르신들에게도 더할 나위 없는 소일거리인 게다.

농사초보자가 텃밭을 가꾸는 경우가 많아 농사 교육은 매월 1회 진행된다. 어느새 본인이 분양 받은 땅뿐만 아니라 자투리땅도 가꾸려 하고, 분양도 더 밭으려 한다. 농사에 재미를 들인 게다.

심상철 주무관은 "입소문이 나서 지금은 안성 현수동 텃밭에 200명, 공도 용두리 텃밭에 60명 등이 이 텃밭을 가꾸고 있다"며 "내년에는 좀 더 확대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내년 3월에도 분양을 한다니, 기다려볼만 하지 않은가. 이런 형태의 도시 텃밭이라면 널리 퍼뜨려도 좋을 듯하다.

덧붙이는 글 | 위의 사업은 안성시청에서 2013년 8천만원을 지원하는 공공 사업의 하나이다. 궁금하면 네이버 카페( 안성가족 친환경 텃밭가꾸기 cafe.naver.com/asdosifarm777/ )로 방문해보자.



태그:#텃밭농원, #주말농장, #텃밭, #안성시청, #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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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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