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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여수산단 LG MMA 사원들이 산별노조인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산업노동조합 LG MMA지회 가입해 설립총회 도중 임을 위한 행진곡을 열창하고 있는 김상일 지회장(가운데)과 간부들의 모습.
 16일 여수산단 LG MMA 사원들이 산별노조인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산업노동조합 LG MMA지회 가입해 설립총회 도중 임을 위한 행진곡을 열창하고 있는 김상일 지회장(가운데)과 간부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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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노동자들의 노래 <님을 위한 행진곡>이 강당에 울려 퍼졌다. 가사를 몰라서 악보를 보고 노래를 따라 부르는 아저씨들의 팔뚝질이 살짝 어색해 보이기도 했다. 반주에 맞춰 노래를 마쳤지만, 그들이 목 놓아 부르는 노래 속에는 울분이 느껴졌다.

대기업 취직이 '바늘 구멍에 낙타가 빠져 나가기보다 힘들다'는 말이 회자된 지 오래다. 저임금에다 사회적 멸시와 천대를 받는 비정규직 노동조합 설립이 언론 지면에 자주 등장하는 요즘이다. 일각에서는 시대가 좋아졌다고 하지만 노조 만들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 이유는 인사노무 담당자들의 레이더망을 피해갈 수 없고, 또 자칫 잘못하다간 노조 설립에 따른 부담감과 위험 부담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현실 속에서 대기업 정규직 사원들이 노조를 만들었다. 여수산단에 있는 LG MMA 지회가 바로 그들. 이들은 무시받고 설움받는 비정규직이 아니지만 왜 목숨 걸고 노동조합을 만든 것일까.

지난 16일 오후 4시 여수시 화장동에 위치한 민주노총 사무실 3층에서 전국화학섬유산업노동조합(아래 화섬노조) LG MMA지회(아래 MMA노조) 설립총회가 열렸다.

여수산단내 LG MMA 공장에 근무하는 이들은 회사 측에 반발해 노조를 만들었다. 그동안 노조가 없어 노사협의회 체제로 노사문제를 해결했던 이들이 노조를 만든 결정적인 이유는 '공무팀 아웃소싱' 때문이었다.

이날 창립 멤버 17명 중 16명이 참석했다. 나머지 한 명은 위임장을 대신했다. 설립총회가 열린 이날 김상일 준비위원장이 지회장에 선출됐다. 또 안건으로 상정된 ▲ 지회규칙제정 ▲ 지회임원선출 ▲ 대의원 및 집행간부선출 ▲ 조합비 및 특별기금 거출을 승인했다.

이날 오전부터 LG MMA노조 설립총회를 지지하기 위해 여수산단 대표자들이 이들을 지지 엄호했다. 하지만 한때 회사 측 공장장을 포함한 간부들이 민주노총 시지부에서 서성이며 노조 설립을 방해하자 경찰이 출동하는 등 긴장이 감돌았다.

화섬노조 전남지부 최호연 지부장은 "악랄한 자본에 맞서 굴욕과 질곡의 시간을 지나서 어려운 상황에 이 자리에 모여주신 동지들이 자랑스럽다"며 "오늘 힘든 과정이 있었지만 동지들이 굳건히 잘 이겨 나가신 것 같다, 동지들의 투쟁에 전남지부가 함께 하겠다"고 격려했다.

화섬연맹 박상일 광전본부장은 "오늘 설립총회를 하는데 공장장이나 팀장들이 주위에 머물며 동지들을 회유와 협박했다"며 "합법적인 행사를 방해한다면 부당노동행위로 고발하겠다고 맞서자 회사 측이 물러섰다"라고 전했다.

박 본부장은 이어 "노동조합은 동지들의 권리를 쟁취하는 가장 기본적인 자리"라며 "그동안 MMA 사측이 잘했으면 노동조합을 설립했겠는가, 정기승호를 지급하지 않고 수년 동안 미뤄오다 이제야 지급하는 것을 두고 실무자의 실수라 말하지만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사측의 행태를 비판했다.

"사측, 부당노동행위 한다면 강력 투쟁 불사할 것"

화섬노조가 배출한 천중근 도의원이 산별노조로 가입한 LG MMA노조 간부들에게 격려사를 하고 있다.
 화섬노조가 배출한 천중근 도의원이 산별노조로 가입한 LG MMA노조 간부들에게 격려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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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화섬노조가 배출한 천중근 도의원은 "오늘 여러분은 자랑스런 산별노조의 조합원이 됐으니 사측의 부당한 압력에 한치도 개의치 말라"며 "지난날 수백 명을 해고시킨 코오롱이라는 내성 있는 기업을 맞아 코오롱 여수지회 22명의 조합원이 뚤뚤 뭉쳐 이긴 조합이 바로 화섬노조"라고 설명했다.

천 의원은 이어 "저 역시 해고된 노동자다, 지금 대기업이 조합 없는 곳이 드물다"면서 "여러분이 그 동안 차려진 밥상만 받았지만 이제 스스로의 권익향상을 위해 투쟁한다면 열심히 돕겠다"는 말로 이들을 위로했다.

LG MMA노조 김상일 지회장은 "오래 전부터 조합결성을 준비해 조합원 가입대상 139명 중 134명의 가입원서를 받았다"며 "지금껏 회사 측의 입장을 이해한다, 하지만 사측이 조합설립을 빙자해 부당노동행위를 한다면 상부단체와 연대해 강력한 투쟁도 불사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혔다.

한편 LG MMA는 여수국가산업단지에서 1991년 설립이래 계속적인 증설로 MMA 1·2·3공장 연산 28만 t, PMMA 1·2공장 연산 21만3000t 규모의 공장을 갖추고 있다. MMA(메틸 메타크릴레이트)는 인조대리석과 ABS수지의 원료로 주로 사용되며, PMMA(폴리MMA)는 자동차부품 및 LCD·LED 도광판 등에 쓰인다. 다음은 이날 선출된 김상일 지회장과의 인터뷰다.

"임금문제·구조조정 때문에 노조 설립"

LG MMA 노조 김상일 지회장이 회사측 입장도 있지만 저희 입장도 충분히 이해해 줬으면 하는 바람을 전하며 사측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는 강경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LG MMA 노조 김상일 지회장이 회사측 입장도 있지만 저희 입장도 충분히 이해해 줬으면 하는 바람을 전하며 사측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는 강경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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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조를 왜 만들었나?
"임금문제와 구조조정(공무팀 아웃소싱)이 발단이었다. 조합원의 권익향상을 위해 노사협의체제가 아닌 조합체제에서 권익향상이 보전될 것으로 생각했다. 또 저희들도 이제는 여수시민의 한 사람으로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받고 지역사회에 도움을 주고 싶다."

- 준비는 얼마나 했나?
"오래 전부터 했다. 다만 조합 결성이 늦어진 것은 회사가 조합을 만들지 못하도록 합의점을 줘 늦어진 부분도 있다. 지난 4월 1일 사원대표로 당선되면서부터 조합을 만들겠다고 생각해 준비를 해 왔다."

- 몇 명이 가입했나?
"조합원 139명 중 134명이 가입원서를 제출했다. 금일 상부단체인 전국화섬산별노조에 가입돼 본조에서 설립필증을 받아 가입 인준만 받으면 절차상의 문제가 없다."

- 회사의 회유와 협박이 많았을 것 같은데….
"회사 측은 회사 입장에서 최선을 다했을 것이고, 저희 역시 노동자로서 노동조합을 만들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 상대인 회사 측 입장도 있지만 저희 입장도 충분히 이해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회사 측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는 강경하게 대응하겠다. 그 부분에 대해 회사가 허튼 짓 못하도록 상부단체와 강력히 연대해 투쟁도 불사하겠다."

- 향후 계획은?
"올해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쟁취하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라도뉴스> <여수넷통>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LG MMA지회, #산별노조, #여수산단, #아웃소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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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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