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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형 혁신학교로 지정된 신설학교에서 3년째 뜻을 같이하는 교사들과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서울형 혁신학교 이야기'는 아이들과 선생님들과 학부모들이 함께 행복한 서울형 혁신학교를 만들어가는 이야기입니다. - 기자 말

제가 일하고 있는 학교를 비롯한 서울형 혁신학교들은 최근 혁신학교 교육과정 운영에 힘을 모아도 부족할 판에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신경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유는 교육감이 바뀌면서 이유 없는 '혁신학교 죽이기'가 계속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중 하나가 서울형 혁신학교를 대상으로 서울시교육청이 올해 갑자기 시행하는 서울형 혁신학교 평가입니다.

혁신학교 평가에 협조하지 않는 이유

현재 한국교육개발원은 서울형 혁신학교 2·3년 차에 접어든 59개 학교를 대상으로 '서울형 혁신학교 평가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평가에 협조하지 않을 예정입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이 평가는 법령을 위반해서 시행하는 평가임이 밝혀졌습니다. 둘째, 서울시교육청은 이 평가를 협조 사항이라고 했습니다. 셋째, 이 평가가 서울형 혁신학교 내용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는 평가입니다. 넷째, 평가내용과 방법이 서울형 혁신학교를 제대로 평가할 수 없기 때문에 이 평가에 열심히 참여한다고 해서 서울형 혁신학교 정책을 제대로 수립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다섯째, 이번 평가는 100쪽짜리 편람에 의한 자체평가보고서 작성과 현장평가로 이뤄져서 이 평가에 참여하려면 두 달가량을 매달려야 하는데 의미 없는 이 평가에 그 정도 시간을 들일 정도 학교는 한가하지 않습니다. 여섯째, 이미 혁신학교들은 올해 갑자기 시행되는 이 평가말고도 이미 계획돼 있는 너댓 가지 종류의 다른 평가를 이미 받았고, 앞으로도 받을 예정에 있습니다.

말 바꾸기 하는 서울시교육청

8월 29일, 평가대상 혁신학교 59개교 중 41개교 현장 교원(교장,교감,교사 포함) 239명은 지난 8월 29일 서울행정법원에 서울형 혁신학교 평가계획 취소소송을 냈습니다.
▲ 서울형 혁신학교 평가계획 취소소송 기자회견 모습 8월 29일, 평가대상 혁신학교 59개교 중 41개교 현장 교원(교장,교감,교사 포함) 239명은 지난 8월 29일 서울행정법원에 서울형 혁신학교 평가계획 취소소송을 냈습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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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유보원칙·비례의 원칙이 뭔가요?
▲ 법률유보원칙 : 일정한 행정권의 발동은 법률에 근거해 이뤄어져야 한다는 공법상의 원칙.
▲ 비례의 원칙 : 목적의 정당성·수단의 적합성·침해의 최소성·법익의 균형성 등에 근거해야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
'서울형 혁신학교 평가사업'은 지난 3월 22일 문용린 교육감의 결재로 수립된 1억 원짜리 '서울형 혁신학교 평가를 위한 연구 용역 추진 계획(안)'이라는 비공개 문건에 따른 것입니다. 평가대상 학교 59개교 중 41개교 현장 교원(교장·교감·교사 포함) 239명은 지난 8월 29일 서울행정법원에 이 평가가 '법률유보원칙'과 '비례의 원칙'을 위반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하고, 초중등교육법시행령 제13조 2항(교육감은 평가가 실시되는 해의 학년도가 시작되기 전까지 학교평가에 관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공표하여야 한다) 위반을 근거로 집행 취소를 요청하는 서울형 혁신학교 평가계획 취소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동안 서울시교육청은 법령위반 관련 민원(접수번호2CA-1308-007612)에 대한 답변(개정된 초중등교육법시행령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과 지난 8월 16일 'EBS 교육대토론'의 담당 장학관 발언(2월 27일 자 학교평가기본계획에 근거한다)에서 거짓 답변으로 법령위반사실을 부정해 왔습니다.

그러다가 이후에 제기한 민원(접수번호 2AA-1308-178143)에 대한 답변 및 8월 29일 자 공문을 통해서는 "혁신학교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평가연구를 통해 서울형 혁신학교에 대한 실태 분석 및 정책수립에 필요한 자료를 얻기 위한 것"이라고 말을 바꾸며 법령위반을 교묘하게 피하려 하고 있습니다. 또 '혁신학교평가 연구용역' 대신에 '혁신학교 평가연구 용역'으로 띄어쓰기까지 바꾸는 말장난을 하며 이제는 '평가가 아니다'라고 합니다. 

한국교육개발원 시행 평가에 협조할 의무는 없습니다

문용린 교육감도 지난 8월 29일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김종욱의원의 질의에 '평가라기보다 혁신학교에 대한 학술용역'으로서 '평가'가 아니고 '평가연구'라고 답변했습니다. 이는 이 평가가 법령 위반임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이어 서울시교육청은 이 평가에 대해 "평가전문기관인 한국교육개발원에 위탁해 진행하고 있는 바, 우리 교육청은 평가 과정에 일체 개입하지 않음을 양지하시기 바랍니다"(민원답변 접수번호2CA-1308-007612)라며 이번 평가 사업에서 발을 빼는 모습을 보이고, 두 번의 공문(8월 29일·9월 6일)을 통해 이 "평가연구"에 "협조바랍니다"는 표현을 썼습니다.

그러나 서울시 교육청이 '혁신학교 평가'가 아닌 '평가연구 용역'으로 말을 바꾸더라도 '평가연구 용역'에는 이미 평가가 포함돼 있음을 부인할 수 없기에 이 평가연구를 강제할 경우 법령위반을 피할 수 없습니다. 또한 서울시교육청 말대로 서울시교육청이 "일체 개입하지 않는 연구 학술용역"일 경우에는 개별학교에 협조를 강제할 수 없습니다.

이에 대해서 8월 29일 서울시의회 본회장에서 문용린 교육감도 김종욱 의원의 "이 평가에 다소 소홀해도 징계 받을 사안은 아닌 거지요?" "평가를 다른 학교에 비해 좀 소홀히 받았다 그것은 행정적으로 징계 받거나 처벌받을 일은 아닌 거지요?"라는 질의에 "물론입니다, 이것은 교육개발원에 저희들이 연구용역을 의뢰했기 때문이에요" "그렇습니다, 연구자 자율이니까 연구자료를 부실하게 냈다고 해서 우리가 학교평가에 불이익을 주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라고 답변했습니다. 이번 평가연구 용역 사업에 혁신학교들이 적극 협조할 의무가 없음을 인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혁신학교는 이미 평가를 받았고 또 받을 예정

상황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지원금을 받았으면서 왜 평가를 거부하느냐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평가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삼중 사중의 평가를 받았고, 또 받을 예정입니다. 특히 이번 평가는 평가대상기간이 2011~2012년으로, 이 기간동안의 교육활동 내용은 이미 서울시교육청 계획에 따라 자체평가와 중간평가를 받은 바 있고, 또한 올해 1학기에 실시한 감사 내용에도 기간과 내용이 중복되고 있습니다.

또한, 교육과정전반에 대해 새롭게 연구하고 실천하는 자율학교로 지정된 혁신학교들은 교육과정 재구성과 수업혁신 연구와 실천에 일반학교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있다는 것은 이미 다 아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일반학교 교사들이 혁신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가 혁신학교 교사들은 '힘들다'는 것입니다. 고교의 경우 특히 9~10월은 입시업무 만으로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기입니다.

게다가 또 올해 1학기에 예정에 없이 갑자기 시행된 혁신학교 감사로 인해 대상학교들은 두 달가량을 감사자료 작성과 감사받는 데 허비하고, 2학기에는 이미 계획된 혁신학교 자체평가와 중간평가·교원능력개발평가·전체학교를 대상으로 하는 학교평가 그리고 지역교육청의 지원장학·혁신학교 컨설팅 장학같은 각종 장학 등 과중한 업무를 수행해야 합니다. 여기에 업무가 과중되는 한국교육개발원이 진행하는 혁신학교 평가까지 참여해야 한다면 삼중 사중의 평가업무로 학교 교육과정 운영에 막대한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 학교는 법령 위반까지 하면서 갑작스럽게 진행하는, 정당한 행정절차가 아니라 '협조사항'일 뿐인, 그것도 평가 내용이 혁신학교 내용을 평가할 수 없는 한국교육개발원의 혁신학교 '평가연구'에 협조하지 않겠습니다. 만약에 서울형 혁신학교 정책연구를 위해 혁신학교에 대한 자료가 필요하다면, 이 평가가 아니더라도 이미 실행한 자료가 충분히 많이 있기에, 혁신학교 교육활동 결과물들은 언제든지 누구에게라도 얼마든지 보내드릴 의향이 있음을 밝힙니다.


태그:#서울형혁신학교, #혁신학교평가, #서울시교육청, #한국교육개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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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만에 독립한 프리랜서 초등교사. 일놀이공부연구소 대표,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일놀이공부꿈의학교장, 서울특별시교육청 시민감사관(학사), 교육연구자, 농부, 작가, 강사. 단독저서,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 외 열세 권, 공저 '혁신학교, 한국 교육의 미래를 열다.'외 이십여 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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