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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령을 보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교과서 검정 합격을) 취소할 수 있는데, 현재로서는 그런 단계가 전혀 아니다."

서남수 교육부장관이 11일 오후 기자회견에서 논란이 된 교학사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에 대해 '검정 취소를 할 수 없다'면서 근거로 내세운 말이다.

출판사와 집필진에 전달된 문서 살펴보니...

국사편찬위원회 검정관리운영본부가 만들어 <한국사> 교과서 집필진과 출판사에 보낸 <2013년 역사교과서 검정 신청 안내> 문서.
 국사편찬위원회 검정관리운영본부가 만들어 <한국사> 교과서 집필진과 출판사에 보낸 <2013년 역사교과서 검정 신청 안내> 문서.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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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12일, 국사편찬위원회 검정관리운영본부가 만들어 <한국사> 교과서 집필진과 출판사에 보낸 <2013년 역사교과서 검정 신청 안내> 문서(2012년 12월 4일자)를 입수해 살펴본 결과, '저작권 문제가 생기면 합격을 취소할 수 있다'고 공식 명시해놓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 A4용지 37쪽으로 된 문서는 '저작권법 준수' 항목에서 다음과 같이 적었다.

"저작권법에 대한 모든 책임은 해당 저작자에 있으며, 추후 저작권에 따른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는 합격을 취소할 수도 있음."

이에 따라 최근 교학사 교과서에 제기된 위키백과와 구글 자료 '베끼기'·'퍼오기'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교육부는 해당 교과서를 검정 합격 취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4일 이 문서를 갖고 진행한 역사교과서 검정신청 설명회에서 사회를 본 유대균 교육부 교과서기획과 팀장은 기자와 한 전화 통화에서 '검정 합격 취소' 사유로 명시한 '저작권에 따른 문제'에 대해 "A라는 저작(권)자가 썼는데도 B라는 저작(권)자가 썼다고 교과서에 (잘못) 표기하거나, 집필진 자신이 쓴 것처럼 표기했을 경우"라고 설명했다.

최근 교학사 교과서 집필진은 김성수 관련 이야기 자료(292쪽)를 위키 백과 해당 내용에서 90% 가량 베꼈다는 의혹을 받았다(관련 기사 : "교학사의 '김성수' 서술, 위키백과와 90% 동일"). '오류까지 베꼈다'는 이 같은 보도 뒤에도 집필진은 특별한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저작권자인 위키백과가 쓴 것을 집필진 자신이 쓴 것처럼 표기했을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최근 위키백과의 김성수 관련 오류 내용을 직접 수정한 위키백과 사용자는 기자에게 메일을 보내와 "한국 저작권법에 따라 교학사에서는 인용한 내용에 대하여 위키백과 원 저작자에게 보상을 하여야 한다"면서 "현재 (교학사 교과서가 베낀) 해당 부분을 편집한 작성자에게 권리를 안내했다"고 밝혔다. '베끼기' 시비로 저작권 관련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의 유 팀장은 "(교학사 교과서가) 인용 출처를 적지 않은 채 위키백과 내용을 갖고 온 것이라면 잘못이며 '저작권에 따른 문제'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밝혀 실태조사에 나설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그는 "교과서는 먼저 자료를 쓰고 사후에 보상하는 체제이기 때문에 표절이라고 지칭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 "위키백과 건은 잘못, 저작권 문제 검토 필요"

교학사 교과서가 "학도병 이우근"이라는 설명을 붙여 교과서 313쪽에 실어놓은 사진 또한 저작권 시비에 내몰리고 있다. <경향신문>은 12일자 "교학사의 '학도병 이우근' 구글서 찾아 쓴 엉뚱한 사진" 기사에서 "이 사진은 미국 국립문서기록보관청(NARA) 사진자료실에 보관된 것으로, 작가 박도씨가 2004년 <오마이뉴스>에 '사진으로 보는 한국전쟁'을 통해 소개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박도(역사저술가)씨는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교학사가 이 사진을 입수한 경위와 출처를 교과서에 제대로 밝히지 않은 것에 대해 해명하기 바란다"면서 "이에 대해 해명하지 못한다면 할 수 있는 모든 대응을 진행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같은 검정 합격 취소 논란에 대해 강영구 변호사(민변 교육위)는 "검정관리운영본부가 만든 '저작권 문제 관련 합격 취소' 문서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지침"이라면서 "교육부와 국사편찬위원회는 저작권 관련 문제가 발생한 것이 확인되면 반드시 검정 합격 취소를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냅니다.



태그:#교학사 한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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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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