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름주고, 적과하고, 봉지 씌우고, 비지땀을 흘려가며 애지중지 키워 올해 첫 수확한 복숭아다. 솜털 하나라도 다칠세라 영락없이 몇 겹으로 포장해서 보냈는데…, 복숭아 박스를 밟고 던졌는지 완전히 파과가 됐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소비자는 내가 썩은 복숭아를 보낸 줄 오해할 것 아니냐."

택배회사의 무책임한 불량서비스를 원망하는 말이다. 택배이용이 일상화되며 물건 훼손, 분실, 배송지연 등 서비스 불량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사과, 배, 복숭아, 토마토 주산지인 충남 예산군의 경우 소비자와의 직거래가 증가하고 있는데 택배서비스 불량으로 인한 농민피해가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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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택배로 배송된 복숭아가 파과로 변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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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땀흘려 농사지은 농민에게 큰 손해를 입히거니와 예산군 농산물의 이미지까지 실추시킬 수 있어 추석을 앞둔 시점에서 관계기관의 관심과 농민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지난 3일 예산군 오가면에서 복숭아 과수원을 하는 진아무개씨는 본 기자를 찾아 최근 겪은 택배피해에 대해 하소연하고 또 다른 농민들에게 유사한 피해가 발생되지 않도록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진씨가 이용한 택배는 업계순위권에 있는 'ㅎ택배'이다.

첫 수확한 복숭아 15박스를 서울의 소비자에게 보냈는데 복숭아는 무엇에 눌렸는지 먹지못할 만큼 파과가 되버렸다.

더욱 기가막힌 일은 배달된 복숭아 박스에 붙은 송장을 확인하니 진씨가 이용한 'ㅎ택배'가 아니고 물건을 험하게 다루기로 유명해 절대 이용하지 않는다는 'ㅋ택배'였다.

진씨가 이를 항의하니 'ㅎ택배'는 책임이 없고 'ㅋ택배'에서 일부만 보상을 해준다고 했다.

"나는 분명히 'ㅎ택배'를 믿고 예산대리점에서 ㅎ택배송장(영수증)까지 받고 복숭아를 보냈는데 왜 ㅋ택배가 배달을 했냐. 이건 사기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진씨가 보낸 복숭아 15박스의 가격은 50만 원인데 택배회사가 제시한 보상금은 고작 9만 원이었다.

'ㅎ택배'본사(천안지점) 관계 직원은 무한정보와의 전화통화에서 탁송회사가 바뀐 문제에 대해 "물건포장의 특성과 대리점 사정에 따라 탁송업체가 바뀔 수도 있다. 다만 소비자에게 탁송업체가 바뀐다는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다면 분명히 잘못이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물품 배상에 대해서는 "그 물건을 우리회사(ㅎ택배)가 탁송한 기록이 없기 때문에 책임질 수 없다"고 회피했다.

ㅎ택배 서비스를 구입했으니 어찌됐든 서비스를 판매한 ㅎ택배가 ㅋ택배와 협의해 책임있는 배상을 해야 하지 않냐고 묻자 "내 선에서 답변할 수 없다. 위에 보고하겠다"며 책임있는 처리를 계속 피했다.

택배불량서비스로 인한 농산물 피해는 공식기록만 없을 뿐, 셀 수 없을 정도다. 예산군 신암면에서 토마토 농사를 짓는 김아무개씨는 올해 첫 거래를 튼 소비자에게 택배로 토마토를 보냈다가 말도 못할 만큼 속을 썩었다.

배송이 지연된 것도 부족해 박스 맨 위에 담긴 토마토가 터져 버린 것.

김씨는 "토마토는 어지간해서 잘 깨지지 않는데 얼마나 험하게 다뤘으면 그랬겠냐. 그 후로는 택배를 보내고 나면 마음을 놓지 못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또 "농산물의 경우 앞으로 소비자와의 직거래가 계속 늘어나기 때문에 차라리 농협이 회사를 차려 책임있는 배달서비스를 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한편 택배 피해를 예방하려면 과일 등 신선도 유지가 필요한 물건은 목·금요일 배송을 피하고 특히 명절을 앞둔 시기엔 물량이 몰려 훼손될 수 있으므로 포장을 단단히 하고 '취급주의' 표시를 해야 한다. 송장은 반드시 본인이 작성하고 배달 확인시까지 보관해야 한다.

또 택배표준약관준수 업체임을 증명하는 '공정거래위원회 마크'표시업체인지를 계약서 등에서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택배를 받았을 때는 반드시 물건상태를 확인하고 서명해야 하며 하자 발생시 물품인수를 거절, 해당택배회사에 즉시 통보해야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물건훼손이나 분실 등 피해 발생시는 각 지역 소비자센터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