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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박집 앞마당에서 본 건너편 산입니다. 화전을 일군 다음 자란 나무들이 보입니다.
 민박집 앞마당에서 본 건너편 산입니다. 화전을 일군 다음 자란 나무들이 보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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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일 오후 시바 산골 마을에 다녀왔습니다. 규슈 중부 산간 지방에 있는 해발 1700 미터의 산들이 줄지어선 곳입니다. 시바 무라는 마을 단위로일본에서 여섯번째로 큰 넓이입니다. 산길로 이곳을 벗어나는데 두 시간이 걸렸습니다.

원래 시바 지역은 2만 명 이상이 사는 산골마을이었습니다. 1933년 이곳에 시바 댐 공사가 시작되면서 원래 있던 마을은 모두 물에 잠기고 댐 아래새로 마을이 조성되어 지금은 3 천 명 정도가 살고 있습니다.

저희가 찾아간 시바 무라 무가이야마히소에(向山日添)는 시바 댐에서 다시 20 킬로미터 정도 산길을 따라서 올라가야 닿을 수 있는 마을입니다.해발 800미터가 넘는 산 속 구름 속에 거니는 느낌이었습니다.

이 마을에서는25 세대 정도가 살면서오래전부터 화전을 일구었습니다. 화전은 한 때 숲을 황폐화시킨다는 이유로 금지되기도 했습니다.그러나 다시 생각하면 화전 농법은 숲의 자연 순환을 돕고 숲의 이용과 지속 가능한 변화, 그리고 인간의 삶에 도움에 주는 친 자연농법이라는 사실을 새로이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오래된 숲에서 자라는 나무는 무한히 성장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길어도 100년을 넘지 않습니다. 오래된 나무는 베어내고 새로 심어야 잘 자라고 경제성도 높습니다. 화전을 하기 위해서 지역을 선정하여 범위를 정하고 나무를 베어냅니다. 이곳에서는 현재 30 년 주기를 가장 이상적이라고 합니다.

       민박집에서 먹는 저녁 밥입니다. 대부분 이곳에서 딴 푸성귀와 산나물을 말려두거나 갈무리했다가 내놓은 먹거리입니다.
 민박집에서 먹는 저녁 밥입니다. 대부분 이곳에서 딴 푸성귀와 산나물을 말려두거나 갈무리했다가 내놓은 먹거리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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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목이나 풀등 불에 태울 것들을 베어서 말려둡니다. 그리고 8월 나무에 물이 오르고 산불이 나지 않을 때 불을 놓습니다. 불을 놓기 전 먼저 땅 속에 있을 뱀이나 개구리 등 목숨 있는 것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산신에게 기원하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화전을 일굴 산에 불을 놓을 때에는 꼭 산 위쪽에서 시작하여 불이 점점 아래로 내려 가도록 합니다. 그리고 주위 숲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어 숲에 불이 번지지 않도록 주의합니다.산에 불을 놓아 잡목이나 잡초가 불에 타면 땅 겉은 섭씨 500 도 정도까지 뜨러워지지만땅 아래 5센치 미터 아래에는 전혀 영향이 없고 미생물이나 땅속 곤충도 아무런 해를 입지 않습니다.그리고 잡목이나 잡초가 불에 타고 난 재는 질소, 인산, 카리가 적당히 섞여 식물이 자라는데 필요한 좋은 거름이 됩니다.

화전을 할 때에는 산불이 나기 않도록 비가 오기 전에 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보통 1000 평방 미터 정도 범위를 정하여 화전을 일구는데 특히 불을 놓을 때에는 마을 사람들이 모두 나와서 서로 돕습니다.

불을 놓은 뒤 비가 내린 다음 메밀 씨를 뿌립니다. 메밀 씨는 삼각뿔 모양으로 생겨서 어느 모서리라도 땅에 닿으면 그곳에서 뿌리가 나고 잘 자랍니다. 그리고 메밀은 씨를 뿌린 다음 75일이 지나면 꽃이 피고, 석 달이면 수확이 가능합니다. 화전으로 일군 밭에 처음 메밀 씨를 뿌려서 옛날100 킬로 그램 정도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야생 동물이나 야생 새들이많아서 겨우 50킬로그램 정도를 수확합니다.

첫해 메밀을 거둔 다음, 두해 째에는 조나피 씨를 뿌립니다. 조 역시 옛날처럼 많이 수확할 수 없고 50 킬로그램 정도 거둡니다. 세 해째에는 팥 씨를 뿌려서 거두고, 네 해째에는 콩을 심어서 거둡니다. 이 때 거름은 전혀 하지 않습니다. 처음 숲에서 난 잡목이나 잡초를 태운 재가 좋은 거름이 됩니다.

       화전을 일군 다음 자란 야생 차나무밭입니다. 차나무 사이에는 차조기, 콩, 구약나물이 자라고 있습니다.
 화전을 일군 다음 자란 야생 차나무밭입니다. 차나무 사이에는 차조기, 콩, 구약나물이 자라고 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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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해 동안 화전을 일군 밭에서는 메밀, 조, 피, 콩, 팥뿐만 아니라 이곳저곳에서 자라는 버섯을 거두기도 합니다. 버섯은 큰 나무 그루터기 등에 자랍니다. 버섯이 자라면서 나무의 섬유소가 질소, 인산, 카리로 분해되어 좋은 거름이 되기도 합니다.   

화전을 한 다음 메밀이나 조, 콩 등을 심으면서 어린 나무를 구해서 심습니다. 요즘 인기가 있는 어린 나무는 산벚꽃나무입니다.이 나무는 다른 나무에 비해서 값이 세 배나 합니다. 산벚꽃나무를 심어 벚꽃이 피면 좋은 관광상품이 되어 많은 사람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그밖에 밤나무 등 과실 나무를 심기도 합니다. 

한 때 일본에서는 삼나무나 편백나무가 인기가 있어서 많이 심었습니다. 일제 강점기 때에는 한국인을 강제로 대려다가 나무심기에 동원하기 했습니다. 지금 일본은 인건비가 비싸져 외국 나무를 수입하며서 일본 산의 반을 차지하는 삼나무나 편백나무는 값이 없어져 30년 키운 삼나무 한 그루 값이 무 한 개 값과 같다고 합니다. 

요즘 일본 산에있는 소나무와 참나무가 병으로 죽어가고 있습니다. 소나무는 소나무 제선충이라는 벌레가 나무를 죽이고 있고, 참나무는 너무 나이가 먹어 물의 순환이나빠져서 죽어 가고 있습니다. 일본 산의 삼나무나 편백나무는 뿌리가 깊지 못하고 나무 주변에 다른 잡목이 자라지 못하기 산에 내리는 집중호우에 속수무책으로 밀려 산사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송어 알을 부화시켜 키운 송어입니다. 숯불에 두 세 시간 구워서 먹었습니다.
 송어 알을 부화시켜 키운 송어입니다. 숯불에 두 세 시간 구워서 먹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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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숲에는 야생동물이나 소 먹이로 칡이나 큰잎을 베어다가 사용했습니다.그리고 참나무는 숯을 만들거나 버섯목으로 사용하였습니다. 그러나 요즘 나무 사용이줄어져 숲이 버려지고 있습니다.

숲에 있는 나무를 베어서 활용하고 잡목이나 잡초를 불로 태워 화전을 일구고 다시 나무를 심어서가꾸는 일은 숲의 재생과 순환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입니다. 이곳 시바 무라에서는 해마다체험 관광 사업으로 화전을 만들고 있습니다.

특히 시마 마을 무가이야마히소에(向山日添) 야기하타 민박집에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산 50 헥타아르를 몇으로 나누어 해마다 화전을 일구고 있습니다. 지금 살고 있는 민박 숙소 역시 자신의 산에서 자란 나무를 베어다가 지었다고 합니다.

살아있는 것은 숨을 쉬고, 자랍니다. 머물러 있으면 이미 죽은 것입니다. 숲에 나무만 심고 버려둔다면 이미 죽은 것입니다. 보다 생산적으로 이용하고 활용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 순환을 시켜 주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화전일 수도 있습니다.

       산골 민박집에서 먹는 아침밥입니다. 달걀, 두부, 매실 장아치, 청국장, 밥과 된장국입니다.
 산골 민박집에서 먹는 아침밥입니다. 달걀, 두부, 매실 장아치, 청국장, 밥과 된장국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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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누리집> 시바무라 관광협회,http://www.shiibakanko.jp,2013.9.6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대학 국제문화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태그:#시바 무라 , #화전, #민숙 야키하타, #송어, #먹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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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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