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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국영방송은 24일(현지시간) 다마스쿠스 외곽에 있는 반군 터널에서 화학물질을 발견했으며, 일부 군인들이 질식했다고 보도했다.
▲ 긴장감이 맴도는 시리아 시리아 국영방송은 24일(현지시간) 다마스쿠스 외곽에 있는 반군 터널에서 화학물질을 발견했으며, 일부 군인들이 질식했다고 보도했다.
ⓒ 연합뉴스-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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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명령만 한다면 공격할 준비가 됐다."

척 헤이글 미 국방부 장관의 27일(이하 현지시간) 발언이다. 프랑수와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프랑스가 "화학무기 공격의 배후를 처벌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고,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시리아 사태 논의를 위해 여름 휴가 중인 의원들을 긴급 소집했다.

22개 국가로 구성된 아랍연맹은 이집트 카이로 본부에서 회의를 열고,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정권이 지난 21일 화학무기 공격에 대해 "완전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사우디 외무장관 사우드 알 파이살 왕자는 수일 내로 서구의 개입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이는 몇 주가 아닌, 며칠 안에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시리아는 '결사항전'을 다짐했다. 왈리드 무알렘 외무장관은 기자회견을 열고 어떠한 공격으로부터도 시리아를 지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에게는 2개의 선택지가 있다. 항복하거나 아니면 우리가 쓸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우리 자신을 지키거나. 두 번째 선택지가 최선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방어할 것이다."

무알렘 장관은 시리아가 "세계를 놀라게 할" 능력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서구의 개입이 불안한 중동사회에 "비참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모스크바는 시리아 내 어떠한 군사적 충돌에도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국경없는 의사회 추산 3000명이 넘는 부상자를 낸 지난 21일의 화학무기 공격이 반군의 '자작극'이라고 주장해 왔다.

정부군-반군 어느쪽도 지원 못해... "진퇴양난"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시리아 공습을 앞두고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27일 미 인터넷 매체 <글로벌 포스트>는 "이번 개입으로 미국이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미국이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적했듯, 현재 시리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충돌은 "종파적이고 복잡한 문제"다. 시아파와 수니파가 충돌하고 있는 가운데, 시리아 내전은 이와 이해관계가 맞물린 주변국들의 대리전이 되고 있다. 시리아 아사드 대통령은 지난 26일 러시아 일간지 <이즈베스티야>와 한 인터뷰에서 "우리의 어려움은 다른 나라에서 수많은 테러리스트들이 유입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이는 최소 수만 명"이라고 말했다. 외부 국가들이 반군을 지원하고 있는 상황을 언급한 것이다. 

"카타르가 자금을 지원하고, 터키는 테러리스트들을 훈련시켜 시리아로 보낸다. 최근에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자금을 대는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글로벌 포스트>는 "아사드가 수천 명의 헤즈볼라 전사들을 언급하지 않았다"면서 "레바논에 기반을 두고,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는 아사드 정권을 강화시켜주고 있다"고 전했다. 아사드 정권과 이란은 시아파, 시리아 반군과 이를 지원하는 세력들은 주로 수니파가 집권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사드 정권이 승리할 경우, 이 지역에서 미국의 '적'인 이란의 영향력이 높아진다. 이는 동시에 수니파 아랍 국가들과 미국의 우방국인 이스라엘에게 위협이 된다. 반군의 승리 역시 미국에게 재앙이기는 마찬가지다. 시리아의 가장 강한 반군 그룹 가운데 하나인 '알 누스라'는 수니파 무장단체 알 카에다 연계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미 국제전략연구소 선임 연구원 에드워드 루트워크는 <뉴욕 타임스>에 쓴 칼럼을 통해 "반군이 승리하게 되면 알 카에다와 같은 극단주의자 그룹들이 시리아에서 미국에 적대적인 정부를 세우려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깊숙한 개입' 피하려 공격 범위·기간 제한적일 듯  

미국 국민들의 전쟁 피로감도 오바마 정부에게는 부담이다. 24일 <로이터>가 IPSOS와 함께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6%가 미국의 시리아 내전 개입에 반대했다. '시리아 정부군이 화학공격을 했다면'이라는 전제를 달고서였다. 반면, 개입에 찬성한 답변은 25%였다.

이는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공격 주장이 있기 전인 13일 설문조사 결과와 비교된다. 당시 응답자의 30.2%가 미국의 개입을 지지한다고 답했고, 41.6%는 반대했다. 화학무기 공격 주장이 나온 이후 오히려 개입 찬성 여론이 줄어든 것이다. 이에 대해 <로이터>는 "시리아에서 높아지고 있는 위기감, 그리고 화학무기 공격 지역의 감정적으로 고통스러운 사진들이 중동 지역의 또 다른 전쟁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미국인들의 의지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공격 시점과 방식이 어떻게 되건 미국의 이번 시리아 개입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그랬던 것처럼 '깊숙한 개입'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닉 클레그 영국 부총리는 이번 공격이 아사드를 축출하기 위한 것은 아니라고 분명히 했다.

미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는 미 정부 관료들의 발언을 인용해 이번 공격이 그 범위와 기간이 제한될 것이라고 전했다. 미사일이나 장거리 폭격기로 사용해 군사시설을 타격하되, 화학물질 확산으로 인한 민간인 피해를 막기 위해 시리아의 화학무기 저장고를 직접적으로 공격할 가능성은 낮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고려 중인 공격대상은 시리아 공군기지, 전투기, 그리고 지휘통제 시설 등이다. 공격 기간은 이틀을 넘지 않을 것으로 <워싱턴 포스트>는 보도했다.

한편,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이 속한 NATO(북대서양 조약기구)는 오는 29일 시리아 화학무기 사용 대응방안 논의를 위해 긴급회의를 소집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태그:#시리아, #미국, #아사드, #N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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