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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청소년 특별면 '너아니'에 실렸습니다. '너아니'는 청소년의 글을 가감없이 싣습니다. <편집자말>

요즘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일'이나 '꿈'에 대해 물으면 대부분 흔한 직업 이름으로 답변할 것이다. 그러 면 다시 물어 본다.

 

"그럼 하고 싶었던 건 뭐야?"

 

요즘의 청소년들은 어떤 꿈을 그리며 살아갈까? 요즘 가장 선호도가 높은 공무원, 그 이유는 수입이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심하게는 유치원, 그 이전의 영재교육부터 수십 년 간 일방적인 교육을 받으면서 아이는 무엇과 소통하고 있었을까? 아이는 너무도 당연하게 사회 속의 '가능성' 하나가 되지만, 그 가능성마저 사회화 되어 버렸다. 아이들은 자신의 미래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정해져 있다는 것을 알까?

 

만일 나에게 꿈이 하나 있다고 가정하고, 그 꿈을 위해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해 보자. 자격증 시험, 면접 준비, 면접용 포트폴리오 작성, 목표 직업에 관련한 학과를 전공하고, 길게는 대학원까지도 공부에 전념한다.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선 수십만 명의 수험생들과 치열하게 싸워야 한다. 봉사, 캠프, 각종 경시대회, 독후감 등 뭐라도 되기 위해 무엇이든 해보던 학창 시절. 누구나 다 밟아야 하는 이러한 과정은, 아무리 생각해도 개인의 '꿈'을 위한 일이 아니다.

 

나에게 하나의 의문점이 생겼다. 내 주위의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게 뭐야?"라던가 "너는 꿈이 뭐야?"라고 물으면, 좀 더 그럴듯한 직업을 그럴듯해 보이도록 설명하려 든다. 하지만 나는 당신들이 꼼꼼하게 그려 놓은 그 '직업'에 대해 궁금해 한 적이 없다.

 

'장래희망'을 묻는 것과 '하고 싶은 일'을 묻는 것에 사실 큰 차이는 없다. 그래서 나는 생각에 차이를 두기로 했다. 그렇게 미래의 계획을 설정했더니, 나는 아주 공상에 들뜬 소녀가 되어 있었다.

 

요즘 같이 현실, 진실성을 따지는 시대에 내가 계획한 건 온갖 공상뿐이라니, 남들이 보기엔 한심해 보일 수도 있지만, 나에겐 어떤 고수입의 직업 보다 매력적이게 느껴진다. 이 공상은, 나만이 계획할 수 있는 진짜 '꿈'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교육제도는 큰 문제가 있다. 아이들을 교육시키는 것이 아니라 주입시키고 있다. 그런 행태가 왜 '교육'이라는 이름을 걸고 있으며, 어떻게 감히 아이들의 꿈마저 주입시킬 수가 있을까?

 

우리나라 청소년들 중 공부를 자발적으로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공부도 일종의 사고를 넓히는 훈련인 동시에, 논리를 바탕으로 지식과 경험을 풍부하게 만드는 일이다. 그런데 아이들이 교육을 받아들이는 태도는 극히 부정적이고, 폐쇄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속에서 현실과는 거리가 먼 꿈을 떠벌리고 다니는 건 누가 봐도 이상하다.

 

'사진전 열기', '결식아동 정기 후원하기', '연날리기', 등등…. 내가 앞으로 살면서 하고 싶은 일이다. 직업이나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정말 나의 꿈을 기반으로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렇기에 나의 계획은 공상이 아니라 정말 현실적인 꿈인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직업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한평생 취업을 위해 모든 걸 다 바쳐야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우리에겐 자신만이 세워놓은 조그만 꿈이 있을 것이다. 한창 유행하던 '버킷 리스트'처럼, 아주 사소할 지라도, 스스로에겐 큰 기쁨과 위로가 되는 계획들 말이다. 이를 세우고 실천하는 것만으로도 현실에서 벗어난 듯한 자유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꿈'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한 것이다. 이 정도면 꿈 꾸는 것도, 꿈 속에서 살아 보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은 경험이 될 것이다.


태그:#장래희망,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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