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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투명성기구는 우리나라 30세 이하 청소년과 31세 이상 성인 각 1천 명을 대상으로 부정행위에 대한 대면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를 보면 부패 인식이 놀랍게도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보다 좋게 나왔다. 예를 들면, "부정입학이나 취업제안을 받으면 어떻게 하겠는가?"라는 질문에 31세 이상 성인은 48.8%가 '받아들이겠다'로 답한 반면, 30세 이하 청소년은 성인보다 5%P 이상이 높은 54%가 '받아들이겠다'고 답했다.

한국사회에서는 '정직하게 사는 것보다 거짓말이나 불법을 통해서라도 부자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응답한 것도 31세 이상 성인이 31%인 반면, 30세 이하 청소년은 약 10%P가 높은 40.1%였다. 한국사회에서는 "부패한 사람이 빨리 출세한다"고 답한 청소년도 절반이 넘는 52%였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 청소년의 청렴의식이 기성세대보다 낮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우리사회에서는 탈세한 억만장자가 성공신화로 청소년들에게조차 당연히 받아들여진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미래는 어둡다. 국제투명성기구에서 매년 발표하는 세계 부패인식지수에서 상위점수를 받는 국가들은 주로 북유럽 국가들로 이들 국가의 특징은 높은 수준의 언론자유(핀란드 언론은 국경 없는 기자회 언론상을 2011년, 2012년 연속으로 받았다), 사회복지, 삶의 질과 행복도가 높다.

반면 2011년과 2012년 가장 하위점수를 받은 국가들로는 북한과 소말리아로, 이 국가들의 특징은 철저한 언론통제, 국민의 삶의 질과 행복도가 낮다. 우리나라 공영방송이 촛불집회를 외면하고 지난해 사상 처음 방송3사(KBS, MBC, YTN)가 파업을 한 것도 결국 우리 미래가 북유럽 보다는 북한과 소말리아처럼 될 가능성 많다는 우려를 낳게 한다.

청렴한 국가 북유럽의 또 다른 특징은 각종 벌금이나 범칙금이 우리나라와 같이 일률적으로 같지 않고 재산과 수입에 따라 다르다. 우리나라에서는 알바생이나 재벌이 고속도로에서 과속을 해도 과징금이 똑같이 몇 만원이다. 이 과징금은 재벌에게는 전혀 과속억제나 예방효과가 없다. 반면, 지난 2002년 핀란드 노키아 부회장은 과속으로 1억3000만 원 범칙금을 냈다. 그리고 지난 2010년 스위스 갑부는 과속으로 3억2000만 원의 벌금을 냈다. 재산과 수입에 따라 벌금을 부과하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나라는 돈 많은 사람이 법 위에 살 수 있는 천국인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국제투명성기구에서 청소년 청렴 프로그램 책임자인 안나 타얀타이씨를 지난 20일 한국투명성기구에서 만났다. 안나 타얀타이는 오스트리아인으로 국제투명성기구에서 청소년청렴성증진 프로그램을 책임지고 있다. 다음은 타얀타이씨와 우리나라 부패문제와 관련하여 나눈 일문일답이다.

안나 타얀타이 국제투명성기구 청소년프로그램 책임자
 안나 타얀타이 국제투명성기구 청소년프로그램 책임자
ⓒ 김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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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 민감증이 필요하다"

- 한국투명성기구의 청소년 청렴증진 프로그램을 지원하고자 방한한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한국청소년들의 부패인식과 관련하여 가장 눈여겨볼 사항 혹은 우려되는 사항은 무엇인가?
"한국 청소년들은 공무원이나 교사에게 '작은' 선물을 주는 것은 부패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한국 속담처럼 예민한 청소년 시기 부패에 대한 둔감증은 그 청소년이 성인이 되었을 때 막대한 부패를 초래할 수 있다.

한 교사가 학생에게 선물을 받고 시험에 불합격 점수가 나왔는데도 상장을 준 경우가 있었다. 이렇게 되었을 때 결국 학교의 수준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학생들은 공부를 열심히 할 동기를 상실할 것이다. 그런 사회의 앞날은 어두울 수밖에 없다. 그런 사회는 양심적인 인재들 대신 뇌물을 주고  받는 처세술에 능한 사람들이 들끓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회는 결코 행복한 사회가 될 수 없다. 공무원이나 상급자, 또는 청소년 입장에서는 교사에게 작은 선물을 주는 것도 분명한 부패라는 부패 민감성을 알리는 공공캠페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그러면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청렴수준 혹은 부패민감성을 예민하게 향상시키기 위해 우리 기성세대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기성세대는 청소년들에게 정직해야 성공한다는 역할 모델을 제공해주어야 한다.  정직하고 청렴한 사람이 한국사회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많아야 청소년들은 정직과 청렴이 얼마나 중요한지 인식하게 될 것이다.

기성세대뿐 아니라 청소년들 중에서도 정직하고 청렴한 청소년이 잘되고 성공하는 예가 많아야 정직하고 올바르게 살고자하는 다른 청소년들에게 강한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청소년기에는 다른 친구들에게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학교에 '청렴상' 같은 것을 제정해서 장학금을 주거나 진학 시 가산점을 주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청렴활동이 곧 스펙이 되게 해주어야 한다.

또 한국에서 유전무죄가 없어지는 것을 청소년들이 볼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그래서 부패를 저지른 사람들은 대기업 임원, 정치인, 유명 연예인 등 그 누구를 막론하고 법 앞에 동등하게 처벌받는 통쾌한 모습을 어른들이 청소년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범죄와 부패를 저지른 사람들에 대한 불처벌(Impunity)은 정부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예방, 감지, 조사, 기소, 처벌하지 않고 청소년만 정직하고 청렴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부패 없는 세상, 만들 수 있다

- 왜 한국 청소년들의 청렴수준을 높이는 것, 즉 정직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청렴은 부패와 마찬가지로 학습된다. 전 세계 역사를 보면 부국이건 빈국이건 오랫동안 부패가 용인되어왔다. 청소년들은 현실을 변화시킬 잠재력을 갖고 있다. 청소년들은 미래의 지도자들로서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부패 없는 세계를 만들겠다는 꿈을 꾸는 청소년들이 많을 때 그 나라의 미래는 밝다.

현실에 안주하거나 현상유지에 머무르지 않고 청소년들이 부패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열심히 도전할 때 그 나라는 결국 부패 없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청소년들의 부패인식이 기성세대보다 심할 때 그 나라의 장래는 비전이 없고 암울하다."

- 국제투명성기구와 타얀타이씨는 부패와 싸우기 위해 무슨 활동을 하나?
"국제투명성기구는 크게 3가지 원칙을 갖고 부패와의 싸움을 벌인다: 첫째, 백지장도 함께 들면 낫다. 그래서 일을 혼자하지 않고 여러 인물, 여러 기관들과 협력관계를 구축하여 반부패 활동을 한다. 둘째,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 간다. 셋째, 부패를 저지른 기관이나 인물들과 대립적인 관계를 갖지 않고 차분히 일한다.

국제투명성기구가 경험을 통해서 배운 것은 부패는 혼자 혹은 한 기관의 힘으로 없앨 수 없다는 것이다. 그 사회의 구성원들 즉 정부, 기업, 시민사회 등이 함께 그 사회 삶의 질을 높이고자 공동체의식을 갖고 머리를 맞대고 반부패에 대한 기준과 제도, 절차를 높이고자 노력하고 시도할 때 결국 그 사회를 사람살기 좋은 사회, 즉 행복한 사회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지난 2005년 한국투명성기구가 주도하여 시민사회, 정부, 기업 등이 함께 반부패운동을 전개한 투명사회협약은 국제투명성기구에도 좋은 선례와 귀감이 되고 있다 

또 하나는 '한 숟갈에 배부를 수 없다'는 한국속담처럼 부패는 한 번에 척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부패와의 싸움은 거북이처럼 한 걸음 한 걸음씩, 한 프로젝트 한 프로젝트씩 시간과 절차가 많이 걸린다. 그래서 조급하면 안 된다. 그래서 국제투명성기구는 여유를 갖고 모든 사회의 구성원들을 반부패운동을 위한 협상테이블에 초대 하여 차분히 설득하고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하는 방법을 취한다.

내가 국제투명성기구에서 구체적으로 관리하는 프로그램은 청소년들의 참여를 통한 반부패운동이다. 그 과정에는 학부모, 교사, 교육부 공무원, 교육전문가, 반부패활동가 등도 포함된다. 나는 이 모든 분들과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하면 청소년들의 참여를 통해 반부패운동을 전개할 수 있을지를 논의하고 고민하며 프로그램을 만들고자 구상한다.

혼자서는 못하지만 함께 하면, 집단지성을 이용하여, 부패가 덜한 세상을 만들 수 있다. 청소년들의 지금 역할과 영향은 아주 미미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오늘 청소년들의 작은 영향이 미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확신한다."

안나 타얀타이 국제투명성기구 청소년프로그램 책임자
 안나 타얀타이 국제투명성기구 청소년프로그램 책임자
ⓒ 김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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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는 종종 절대 권력이 된다"

- 지난 6월, 전직 미국 CIA 요원인 애드워드 스노든이 미국 첩보기관의 불법사찰, 도감청 행위를 전 세계에 폭로하였다. 그래서 그는 지금 미국 오바마 정부로부터 극심한 탄압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최근 스노든은 시민의 기본권과 자유 옹호에 힘쓴 공로로 노벨평화상 후보에 올랐다. 독일투명성기구에서도 스노든에게 올해의 공익신고자(내부고발자)상을 주었다. 왜 스노든의 공익신고 행위가 중요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런 사실을 알아야 된다고 생각하나?
"아무도 부패에 대해 말하지 않을 때 부패는 종종 절대 권력이 된다. 내부고발자의 공익신고 행위는 종종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엄청난 부패상황에 대해 볼 수 있도록 눈을 뜨게 해주고 부패와의 싸움에 강력한 무기가 된다. 스노든을 포함한 많은 공익신고자들은 자원, 심지어 인간의 생명을 구하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

성인뿐 아니라 청소년들 역시 학교나 대학의 부패, 또는 비윤리적 행태와 운영방식에 대해 피해를 받지 않고 공익신고를 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부패를 신고하여 그 사회가 보다 살기 좋은 곳으로 변하는 것을 청소년들이 볼 수 있고 체험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곧 우리 성인들의 책임이다." 

- 맑은 물에는 고기가 못 산다는 한국 속담이 있다. 즉 사회가 적당히 부패한 것은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일 수 도 있다. 그런데 왜 타얀타이씨는 부패와의 싸움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부패는 인간의 발전과 민주주의를 서서히 쇠퇴시킨다. 부패는 인간의 모든 삶의 영역을 악화시킨다. 탈세는 교육, 의료, 공공산업을 붕괴시키고 뇌물은 사법제도를 무너뜨리며 심지어 운동선수도 망가뜨린다. 부패로 인해 결국 다수 국민의 삶의 질은 떨어지고 소수 특권층만 온갖 혜택과 특권을 누리는 불평등하고 비인간적 사회가 초래된다.

부패는 심지어 인간의 생명을 죽인다. 최근 방글라데시의 건물붕괴사건이나 과거 한국의 성수대교와 삼품백화점 붕괴도 부패로 인해 다수 인간이 생명을 잃은 사건들이다. 요즘 한국의 에너지 부족현상도 핵심은 한국의 원전비리로 부패를 우리가 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예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빈곤과 모든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우리는 부패와 맞서 싸워야 한다." 

"부패는 세계 모든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 국제투명성기구에서 일하게 된 동기가 있었나? 왜 반부패 운동을 하나? 반부패활동을 하면서 느낀 보람이 있나?
"부패는 세계 모든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그것은 환경문제에서부터 인권침해문제까지 거의 모든 세계의 문제가 부패와 깊이 연관되어 있다. 대학원생 때 나는 환경과 인권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여러 활동을 하던 중 깨달은 것은 부패를 척결하지 못하면 환경오염이나 인권침해를 해결 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래서 반부패운동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결국 국제투명성기구에서 일하게 된 것이다." 

- 이번에 한국에 온 목적은 무엇인가? 또 반부패활동을 하고 있는 한국 청소년들을 만나서 면담한 후 느낀 점은 무엇인가?
"나는 한국투명성기구의 청소년 반부패활동을 파악하고 지원하기 위해 방한했다. 내가 만난 한국 청소년들이 반부패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나는 한국 청소년들이 반부패 활동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자신들의 반부패 노력의 영향을 결국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좋아하는 문구를 소개하며 이 인터뷰를 마무리 하고 싶다. '만약 부패가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라면, 청소년들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하고 가장 큰 해결사다.'"


태그:#부래, #투명성기구, #안나, #김성수, #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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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영국통신원, <반헌법열전 편찬위원회> 조사위원, [폭력의 역사], [김성수의 영국 이야기], [조작된 간첩들], [함석헌평전], [함석헌: 자유만큼 사랑한 평화] 저자. 퀘이커교도.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 진실화해위원회,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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